“마음먹으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마음먹으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9.09.21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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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미래를 이어가는 문화정치가, 서울시의회 김기성 의장

 


“문화는 가치보존도 중요하지만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전통과 과거 없이 미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문화의 계승과 보존이야말로 후세에 당당히 역사를 물려줄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죠.”  

 서울특별시의회 김기성 의장. 본디 김 의장은 사회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문화’에 대해서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2002년도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문화’에 대해 공부하면서 문화야말로 국가 경쟁력의 무한한 자원인 것을 깨닫고는 ‘문화콘텐츠’ 마니아가 됐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일정이 빡빡한 가운데서도 문화행사만큼은 최선을 다해 참여하는 김 의장을 만나 서울시 문화정책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논해봤다.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유산은 미래의 척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정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화는 우리 삶에 있어서 단순한 여가활동 같은 부수적인 분야가 아닌 삶의 본질입니다. 그 자체로서 가치가 인정돼야 합니다. 현재 세계 도시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고 관광자원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하고, 도시 곳곳에 있는 문화재 및 역사적 장소 이면에 숨어있는 관련된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storytelling)화하여 문화가 흐르는 도시로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경궁 하면 영조 대왕이 떠오릅니다. 조선시대 역사상 재위가 52년이나 되는 왕이 그분뿐입니다. 그분과 창경궁과 얽힌 사연도 많습니다. 창경궁의 동남쪽 담장에 위치한 궁문이 선인문인데, 사도세자가 그 선인문 앞에 놓여진 뒤주 속에 갇혀 있다가 죽었지요.

 그런데 선인문 옆에 몹시 휘어져 있는 회화나무가 있는데, 뒤주 속에서 사도세자가 괴로워할 때 그 나무도 사도세자의 고통을 함께 느껴서 그렇게 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선인문을 아시나요?」라는 칼럼도 썼는데…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웃음)

 이런 것들이 다 이야깃거리인데, 이런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표지판에 안내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또 창경궁 낙선재 하면 이방자 여사를 떠올리는데, 실제로 이 여사께서 그곳에 머무른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낙선재는 원래 경종이 사랑했던 여인을 위해 지었던 곳이거든요.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표기하고 있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그곳에 가면 서울시에서 활동 중인 문화재 해설위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은퇴하신 교장 선생님 등, 역사적으로 매우 박식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연구도 하지만 관광객을 위해 해설을 하시는데, 유적․유물에 담긴 사건 등을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그렇게 관광객들에게 알려줌으로써 시민들이 역사의식을 가짐과 동시에 유적에 담긴 이야기와 전설을 쉽게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얼마나 가치 있는 일입니까. 부가가치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런 건 국가 전체적으로 공유해야 합니다.

 결국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살려 도시디자인, 문화예술 활동까지 경쟁력을 키워야 도시의 브랜드는 물론 나아가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는 경제발전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가 인정하는 가치 있는 문화가 돼야 합니다. 이러한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문화정책은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분야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을까요?

 그동안 저는 문화 쪽보다는 사회적인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 2002년 교육문화위원장에 취임하면서 문화를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되었는데, 문화에는 척도가 분명히 있습니다. 또한 가치보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합니다.

 전통과 과거 없이 미래가 있을 수 없으므로 계승 및 발전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문화는 관리도 중요하지만 보존해서 우리 후세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서울시의 문화정책이 너무 일회성 행사 위주라는 일부의 질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과 바람직한 시 문화정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이 지속가능한 성장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유구한 역사 문화와 함께, 주변에 한강․남산․북한산 등 매우 좋은 자연환경 및 인터넷 등 높은 정보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 문화 도시를 만드는 데 유리한 조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이 가치 있는 문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문화정책은 권역별 특성에 맞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창출하여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의회 차원에서 남대문시장 등 관광특구, 인사동 전통문화지구, 대학로의 공연문화지구 등 다양한 특화지역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시민들의 호응도와 참여도가 높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장님을 비롯해 서울시의회가 문화 분야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에는 문화예술인들이 설 곳이 많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으시다면?

 문화의 중요성만큼 문화를 이끌어 가는 분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 중요할 것입니다. 문화관광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화예술인의 55%가 문화예술활동과 관련해 월평균 수입이 100만 원 이하이고, 26%는 수입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예술인들은 특히 경제적인 양극화가 이미 심화된 상태입니다. 국가와 시 차원에서 직·간접적인 지원책 마련을 통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문화적 기반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자유로운 창작에 제한을 받으면 관련 산업의 침체까지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의회에서는 문화예술 창작을 활성화해 문화도시 서울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현재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이 서울시민과 문화예술인의 문화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휴 시설을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장르별 창작 스튜디오, 창작 아케이드, 남산문화예술 창작 클러스터, 재개발지역 내 레지던스형 창작 스튜디오 건립 등이 원만히 마무리되면 예술인에게 많은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청운동에 윤동주 언덕이 생겼습니다. 중국에 있는 윤동주 생가 등 이런 유산들을 가져와서 기념관을 만든다든지 하면 어떻겠습니까?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지난번 중국 용정을 방문했을 때, 윤동주 시인의 시비와 유물을 보고 가슴 벅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외에 방치돼 있는 많은 유산들을 조속히 우리 품으로 다시 복귀시켜야 합니다. 이런 역사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정부나 서울시에서는 예산이 소요되더라도 우리 유산과 그 속에 담긴 애국심을 자손 대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최근 의원들 또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규장각 도서들을 들여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는 그 나라 고유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마련입니다. 문화재는 자기 나라에서 잘 보존돼야 진정한 역사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반적인 논의들이 의회 차원에 국한되선 안 되며 일회성에 그쳐서도 안 될 것입니다.

 

 

-최근 서울시 생태공원 확충이나 남산 르네상스 개발에 대한 생각은 어떠십니까?

 상당히 좋다고 봅니다. 서울의 랜드마크는 뭐니뭐니 해도 남산입니다. 이 남산이 북한산 자락부터 평창동, 종로, 해방촌, 용산공원,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녹색축입니다. 해와 남산, 한강을 나타내는 서울시 마크처럼 그야말로 삼위일체를 이루어 남산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거지요.

 또한 난지도 노을공원, 하늘공원의 대지가 100만 평이 넘습니다. 이는 서울시의 큰 자산이며, 무분별한 개발보다 보존해야 할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노을공원에 조각공원이 조성됐는데, 직접 가보니 노을 지는 풍경 속에 뒤로는 삼각산, 앞으로는 한강이 펼쳐져 있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했습니다. 왜 이런 곳을 널리 알리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앞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하루 만여 명의 외국인에게 이런 곳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은 친환경 녹지조성에 힘을 쏟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반대로 최근 마포 성미산 홍익초등학교 이전 문제는 친환경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성미산은 물론이고, 서울시의 모든 자연은 서울시에서 당연히 보호해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학교를 짓거나 개발하는 걸 분명 반대합니다만, 현재 상위법상 청소년 시설이나 학교 등은 설립 제한에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학교법인 홍익재단 근처가 온통 유흥가인 상황이어서 학생들이 공부하기 어렵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성미산 일대 홍익재단 소유의 사유지를 일부 공원화하고 나머지 지역에 홍익초등학교를 이전하려고 합니다.

 이미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진행된 일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해 당사자인 지역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 여론이 있긴 하지만, 시의회 의장으로서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안건에 대해 존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끝으로 삶의 가치와 꿈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양극화 현상의 심화 등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제 평소 지론이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입니다. 즉,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해보기도 전에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소신을 가지고 뜻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 꿈이라면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입니다. 앞으로 제대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좀더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한번 꼭 해보고 싶을 뿐입니다.

인터뷰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

인터뷰 정리/사진 서울문화투데이 양문석 기자 msy@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