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 특별기획전 개최
경기도미술관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 특별기획전 개최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8.09.2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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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까지, 아시아 5개국 25명 작가 114점 전시, 한민족 이산의 아픈 역사 조명

만주와 연해주로부터 시작된 재외한인 동포들의 이주 역사, 정체성의 문제, 또 다른 고향에정착, 조국 통일의 염원을 그려낸 작품 통해 하나의 문화적 DNA로 연결된 민족적 동질감 확인

‘디아스포라’라는 단어는 언뜻 낭만적인 음율을 가지지만 그 뜻은 ‘이산離散’이라는 슬픔을 잉태하고 있다. 한반도의 한민족은 여러 이유로 조국을 등져야 했던 ‘디아스포라’의 뼈아픈 역사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무드가 조성되면서 ‘이산’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미술관이 ‘디아스포라’를 재조명하기 위한 특별기획전을 열어 관심을 모은다.

▲리 게오르기(b. 1955, 카자흐스탄), 〈이주〉, 2018, 캔버스에 아크릴, 145×200cm. (사진=경기도미술관)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특별기획전은 20일부터 오는 11월25일까지 중국․일본․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지역 5개국에 거주하는 재외한인 동포 작가 25명의 회화 및 영상 114점, 전시관련 도서 및 영상자료 등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산의 역사를 기억하고,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 작품, 그리고 또 다른 고향에 적응하고 정착하며 그린 그림들, 거주 국가는 달라도 조국의 분단을 아파하고 통일을 바라는 작품을 보면 하나로 연결된 한민족의 정서를 공감하게 된다.

▲권오송(1958, 중국),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를 쏘다〉, 2018, 캔버스에 유채, 182×247cm. (사진=경기도미술관)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는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국을 떠나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한민족 ‘이산(離散)’을 의미한다. 19세기 중엽부터 만주와 연해주로 떠나면서 시작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즉 재외한인의 이산으로 전 세계 재외동포사회는 오늘날 743만 명 규모로 늘어났다. 한민족은 조선 말기에는 하와이와 멕시코에 사탕수수 노동자로, 일제 강점기에는 만주와 일본에 농민․노동자․징용군으로, 1960년대에 이후 근대화 시기에는 중남미․북미․유럽․호주 등지에 노동자․이민자․유학생으로 퍼져나갔다. 오늘날 이들과 그 후손은 초기 정착의 역경을 극복하고 현지 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

▲문 빅토르(1951, 카자흐스탄), 〈1937년 강제이주열차〉, 2017, 캔버스에 유채, 145×200cm. (사진=경기도미술관)

이번 전시는 ‘경기(京畿)’라는 이름이 정해진지 1천년이 된 것을 기념해,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미술관이 주최·주관하는 전시 중 하나다. 전시는 ‘제1부: 기억(記憶)_이산의 역사, 제2부: 근원(根源)_뿌리와 정체성, 제3부: 정착(定着)_또 하나의 고향, 제4부: 연결(連結)_이산과 분단을 넘어’ 등 네 부분으로 구성했다.

작품 통해 이산의 아픔과 뿌리찾기의 전통 계승과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에도 관심 나타내

제1부, ‘기억(記憶), 이산(離散)의 역사’는 이산의 역사에 대한 집단적이고도 개인적인 기억과 서사를 다룬 작품들을 전시한다. 1860년대부터 1910년까지의 시기에는 구한말의 농민, 노동자들이 기근․빈곤․압정을 피해서 국경을 넘어 중국․러시아로 이주했다. 중국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지금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한 한인들은 농지를 개간하면서 신분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꾸려갔다. 처음에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적 이주였으나 일본의 조선 침략이 가속화되자 독립운동가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정치적 이주를 단행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연해주는 독립운동의 중심지가 됐다.

▲주명수(1948, 러시아 사할린), 〈집으로 가는 머나먼 길〉, 2003-2008, 캔버스에 유채, 145×95cm. (사진=경기도미술관)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에는 일제 강점 하에서 토지와 생산수단을 빼앗긴 농민과 노동자들이 만주와 일본으로 이주하였다. 또한 정치적 난민과 독립운동가들이 중국․러시아․미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일본은 1931년의 만주사변과 1932년의 만주국 건설을 계기로 만주지역의 개발을 목적으로 한인들의 대규모 집단이주를 실시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중 일본의 경제호황을 맞아 한인들이 노동자의 신분으로 도일(渡日)했으며, 1937년의 중일전쟁과 1941년의 태평양전쟁을 계기로 대규모의 한인들이 광산, 전쟁터로 끌려갔다.

1937년 연해주에서는 소련 지도부의 명령에 의해 17만여 명의 한인들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조국은 해방이 되었으나 중국․일본․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지에는 귀환하지 못한 한인 동포들과 그 후손들이 또 다른 고향에 정착해 살고 있다.

▲정리애(1991, 일본), 〈제사〉, 2017, 사진, 가변크기. (사진=경기도미술관)

제2부, ‘근원(根源), 뿌리와 정체성’을 고민하며 또 다른 고향에서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근원(根源)에 대한 탐구,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한반도의 여러 곳에서 태어난 재외 한인 작가들의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고향과 연고지는 그들의 태생적 근원으로 작용한다.

제3부, ‘정착(定着), 또 하나의 고향’으로 조국을 떠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상에 정착하고 적응하면서 만나게 되는 시각적 대상을 그린 작품들을 전시한다. 또 다른 고향인 현지의 자연 풍경과 도시의 모습, 인물과 풍속, 역사와 종교 등은 그들 작품의 주제가 된다.

▲조 옐레나(1963, 카자흐스탄), 〈돌〉, 2010, 캔버스에 유채, 90×120cm. (사진=경기도미술관)

제4부, ‘연결(連結), 이산과 분단을 넘어’로 한민족으로서의 민족의식과 한반도의 문화적․정치적 현상에 대한 관심을 투영해 그려낸 작품들을 전시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에 사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재외 한인 작가들에게도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은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한과 북한이 마주하는 대화의 자리가 자주 열려, 분단을 극복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확립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은 그림들이 꽤 많다. 한편으로는 1980년의 5.18 민주화운동과 같이 조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표현한 작품도 더러 있다. 아시아의 재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에는 이산과 분단을 넘어 ‘우리’로 연결되는 공통의 문화적 언어가 들어 있다. 

▲황철웅(1968, 중국), 〈천지〉, 2016, 종이에 수채, 122×244cm. (사진=경기도미술관)

기존 전시와 차별화, 3,4세대 젊은 작가 중심 주제와 모티브 분석 전시구성

이번 전시가 기존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관련 전시와 차별화 되는 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이미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작고작가와 원로작가를 초대하는 대신, 가급적 현지조사를 통해 만나거나 소개를 받은 생존 작가 중에서 전시의 기획 의도에 맞는 작가와 작품을 선정했다. 두 번째로는 이주 1세대~2세대를 넘어 3세대~4세대로 맥을 잇고 있는 재외한인 동포 작가들의 연계를 위해 비교적 젊은,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청년작가들을 초청했다. 세 번째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의식과 모티브를 분석하여 크게 4부분으로 전시 구성을 하고 작품을 배열했다는 점이다.

▲조성용(1960, 러시아 사할린), 〈유즈노사할린스크, 4월〉, 2013, 캔버스에 유채, 87×121cm. (사진=경기도미술관)

경기도미술관은 지난해 가을부터 이번 전시 기획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 1년 여의 준비 과정 거쳤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관련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총 8회에 달하는 자문위원회의 개최 및 현장 답사를 위한 해외 리서치를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시초청 작가와 출품 작품, 전시의 구성과 내용을 정했다.

▲리정옥(1991, 일본), 〈벽을 넘는 다리의 드로잉〉, 2015, 사진에 수채, 29.7×21cm, (하이바라 치아키의 사진 위에 채색). (사진=경기도미술관)

전시 개막식은 오는 10월 5일(금) 오후 4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대부분의 참여 작가들과 발표자들이 참여하는 전시연계 국제학술포럼은 10월 5일(금) 오전 10시부터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아시아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미술’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전시 기간 중에는 담당 큐레이터의 특강 및 전시 투어도 4회 개최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저녁에는 내한한 작가들과 분단의 역사가 담긴 경기도 파주의 전 '캠프 그리브스'(현 그리브스 유스호스텔)에서 워크숍을 가진다. 

▲김석출(b. 1949, 일본), 〈1980.5.27.〉, 1982, 캔버스에 유채 모래, 194×337cm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사진=경기도미술관) *이 작품은 1980년 5월 광주항쟁의 아픔을 담았다.

최은주 경기도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종전(終戰)’과 ‘평화(平和)’가 논의되는 민족사의 대전환기이자 내년이면 맞이하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시련과 고통으로 형성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존재를, 번영과 축복의 존재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만한 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를 위해 비교적 구상적이고 대중적인 작품과 신진작가 위주로 선정한만큼 신작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9일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특별히 카자흐스탄에 거주하고 있는 문빅토르 작가가 참석해 이번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참여 작가
  ▲중국(7): 유흥준, 권오송, 리승룡, 김승, 황철웅, 황윤승, 최길송     
  ▲일본(8): 이경조, 김석출, 박일남, 홍성익, 리용훈, 김영숙, 리정옥, 정리애
  ▲러시아(2): 주명수, 조성용
  ▲우즈베키스탄(4): 강 흐리스토포르, 림 라나, 김 블라디미르, 리 옐레나
  ▲카자흐스탄(4) 문 빅토르, 리 게오르기, 조 옐레나, 김 예브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