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 추상과 현실이 만나 이루어지는 '달콤한 평화'
디지털과 아날로그, 추상과 현실이 만나 이루어지는 '달콤한 평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09.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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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개인전 <문호-Sweet Peace>, 11월 4일까지 인영갤러리

유화다. 풍경을 그린 유화다. 하지만 단순하게 물감과 붓으로 그린 그림과는 질감이 다르다. 마치 꼴라쥬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풍경 속 인물이, 산이, 땅이 부각된다. 가까이 가서 보면 붓을 눌러 그린 흔적이 보인다. 가까이에서 본 느낌과 멀리서 본 느낌이 다르다. 

인영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문호 작가의 개인전 <문호-Sweet Peace>는 사람과 풍경,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포착하는 문호 작가의 유화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 문호, Sweet Peace, Oil on canvas, 96.8 x 161.9cm, 2018.

흔히 회화가 하향세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문호가 보여주는 회화는 비록 미술 장르가 다양화된다고 해도 역시 미술의 가장 기본은 회화라는 것을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알린다.

해변과 그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 해변에서 책을 읽는 여성의 뒷모습 등은 멀리서 보면 여느 풍경화와 달리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유심히 보면 사람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게 된다. 붓의 놀림으로 그는 강조점을 달리한다. 그 과정을 거쳐 풍경과 사람이 모두 중심이 되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 문호, Sweet Hour, Oil on canvas, 97.0 x 145.5cm, 2018.

그는 사진을 찍고 사진 속 이미지들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픽셀화시킨 후, 캔버스 위에 유화로 작업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아낸다고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와 함께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추상과 현실의 만남이다.

그의 그림을 정말 가까이에서 보면 추상화의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 추상의 화법으로 그는 현실을 그려낸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추상과 현실이 붓놀림으로 인해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는 'The Moment'라는 제목이 많다. 하나의 순간을 그린다. 우리는 단순하게 '순간'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순간 자체에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의미들이 많이 들어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전시 제목처럼 '달콤한 평화'를 전하려한다.

쓸쓸해보일 수도 있지만, 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순간이 보여지는, 그러면서 보는 이들이 평화를 느끼게 하려는 것이 이 전시다. 

▲ 문호, The Moment, Oil on canvas, 98.0 x 116.7cm, 2018.

문호 작가는 이번에 '인영갤러리 2018 전시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전시를 하게 됐다. 인영갤러리는 ‘전시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0여명의 청년작가들에게 전시실 대관료 전액과 소정의 전시지원금을 제공하며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여점의 회화가 전시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 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