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그의 노래는 하늘의 별이 되었고, 그대 가슴에 바람 되었네'
[공연리뷰] '그의 노래는 하늘의 별이 되었고, 그대 가슴에 바람 되었네'
  • 김은균 객원기자
  • 승인 2018.09.28 0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동진 1주기 추모공연 ‘나무가 된 행복한 사람’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조동진 1주기 기념 콘서트-2018 행복한 사람'의 공연 막이 올랐다. 그의 사후 1주기를 맞아 ‘하나음악’과 ‘푸른 곰팡이’ 비롯해 그를 추종하는 음악적 동지들이 모여 고인의 노래를 부르며 추억하는 자리였다.

그의 ‘나뭇잎 사이로’에 나오는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란 노래 가사처럼 그는 가을이 오는 지난해 8월 28일 우리 곁을 떠났다.

▲ 1주기 맞은 '포크계 거목' 故조동진 (사진제공=푸른곰팡이)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의의 배경 막에는 그의 생전 모습을 기리는 영상들이 흘러 나왔다. 영상속의 아름다운 허공위에 떠 있는 섬처럼 떠 있는 나무는 조동진의 생전 모습 같았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시류에도 휘둘리지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생전 6장의 앨범을 남길 정도로 과작(寡作)이었지만 그의 음악은 호흡이 깊었고 울림이 강했다. 그는 삶이 노래고 노래가 삶인 것처럼 살아왔었다. 덕분에 그의 음악은 마지막 앨범인 6집 '나무가 되어'처럼 어느덧 우리 곁에 나무로 뿌리내렸다.

오프닝에서 한영애는 조동진과 마주보면서 노래했다. 이어 출연한 가수들은 각기 부르고 싶은 조동진의 노래를 2~3곡씩 '찜'해 불렀고, 마치 함께 있는 듯 그에게 말을 걸면서 추억담을 풀어냈다.

동아기획 출신으로 '조동진 사단' 막내였던 김현철은 "막내가 쉰살이 됐다"며 처음으로 무대에서 형님의 노래를 부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자신의 가사에 어울리는 곡을 쓰는 형님의 영향이 제 노래 곳곳에 숨어있다"면서 '흰 눈이 하얗게'와 '아침 기차'를 들려줬다.

김광진은 가수가 된 이후 조동진이 1990년대 이끌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에 자주 놀러 다녔다. 그에게 조동진은 "대화를 해도 꼰대 같은 면이 없는, 자유롭고 생각이 열린 선배"였다. "하나음악 놀러 갔다가 분위기 깨기 싫어서 그냥 가곤 했는데, 예의가 없었다고 느끼셨을 것 같아요. 지금 공연 보고 계시니 그때 슬쩍 간 건 다른 뜻은 없었어요. 용서해주시면 좋겠어요."라며 몰래 사라진 자신의 속내를 전했다.

장필순은 조동진이 안전주의로 음악하지 말라는 교훈을 몸소 보여줬다고 했다. "연습할 때까지 담담했는데 무대서 노래하니 추억으로 요동치는 것 같다"며 "지금 드리고 싶은 말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이다"라고 말한 뒤 무대에 무릎을 꿇고서 '그날은 별들이'를 고요하게 노래했다.

조동진의 여동생 조동희가 부른 '슬픔이 너의 가슴에'와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를 부르면서 불면의 밤을 보낼 때 오빠가 부른 노래속에서 용기와 희망을 찾았다고 이야기 하였다. 이어 강승원이 통기타 하나 들고 부른 '나뭇잎 사이로'는 담백했고, 피아니스트 임인건이 피아노로 연주한 '언제나 그 자리에'는 단순한 멜로디로 담백하게 연주했다. 전인권이 부른 '겨울비'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의 절박함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났을 때의 위로가 느껴졌다.

▲ 1주기 맞은 '포크계 거목' 故조동진 (사진제공=푸른곰팡이)

노래의 주인은 없었지만 스크린 내내 흘러가는 조동진의 고독한 얼굴, 느릿하면서도 그윽한 육성은 부재로 인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씻어줬다. 이어 과거 콘서트 앨범에서 조동진이 그의 세션 멤버들을 호명하면서 소개하는 장면이 나왔고 그때 공연했던 드럼에 신석철, 피아노에 박용준 등 밴드 멤버들을 소개하자 공연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것은 전인권밴드였다. "서로 말 안 해도 동진이 형님이 시키는 대로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허허허." 모처럼 객석에서 처음으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통기타를 연주하며 '바람 부는 길'과 '겨울비'를 화통하게 노래한 그는 무대에 들어간 뒤 다시 등장했다. "나갔는데, 형님이 앙코르를 해야 하지 않냐고…." 그가 '행복한 사람'을 선창하자 출연 가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합창했다.

출연 가수들이 떠난 자리에 조동진의 육성이 다시 새어 나왔다. 1990년 12월 계몽아트홀 공연 때의 육성이었다. “제 나이 예순하고도 네 살쯤 되는 어느 봄날, 나는 나의 어린 손자 혹은 손녀의 손을 잡고 파릇파릇 물기 오른 들판으로 나갈 것입니다. 햇살 좋은 곳에 자리를 만들고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다가 문득 이 노래를 아이에게 조그만 소리로 불러주고 싶습니다. 그때 제 목소리가 슬프지 않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이 오고 다시 저물고, 내가 그대 하얀 뺨에 입 맞추는 사이, 입 맞추는 사이~. 나뭇잎지고 다시 꽃 피고, 우리 향기로운 차 한잔 마시는 사이, 마시는 사이~.'  ('아침이 오고, 다시 저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