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능행차’ 수원 시민들은 어떻게 즐겼을까?
‘정조대왕 능행차’ 수원 시민들은 어떻게 즐겼을까?
  • 김은경 객원기자
  • 승인 2018.10.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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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따라 ‘어깨춤 덩실’ 한마당 축제로, '여민동락' 정조의 효와 꿈 재현

지난 주말(7일), 수원 화성에서 열린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사가 연일 화제로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폭염을 끝내고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각 지자체마다 펼치는 행사가 무궁무진한 가운데 유독 네티즌들의 이목을 끈  '정조대왕 능행차'가 성공한 비결은 무얼까? 축제 현장의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을 보기 위해 나온 시민들과 농악풍물놀이패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

오후 4시경 수원 화성초 입구부터 차량은 이미 통제되고 거리엔 축제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저마다 흥에 겨워보였다.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여민각을 지나는 오후 6시 일정을 염두에 둔 시민들은 미리부터 여민각 주변에 모여 사전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시민들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도로 양 편 인도에 줄을 이어 앉아 행렬을 기다리거나, 사전행사 퍼레이드에 섞여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메인 무대에서도 공연이 쉼없이 이루어졌다. 마치 도시하나가 '축제의 장'인 듯 도시가 들썩이며 시민들은 축제에 빠져들었다.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장안문을 향해 들어오고 있다.

축제의 기본은 볼거리가 우선이고 그 다음이 먹거리다. 이에 걸맞게 이날 수원 시내 곳곳에는 먹거리장터가 들어서 시민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주변 치킨집에서 공수한 치킨에 맥주, 일명 '길맥'을 하는 시민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수원 시내 축제의 중심지인 장안문 주변에는 사방에서 모여든 시민들이 능행차 행렬을 보기위해 화성 담장 높은 곳 등에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행사장과 행사장을 잇는 길 옆 코스모스가 핀 언덕에서 시민들은 축제의 장면을 놓칠세라 사진 찍기에도 여념이 없었다.

▲능행차 행렬을 보기 위해 장안문 아래와 위에 빼곡히 들어선 시민들.

본격적인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시가지로 진입하자 그 뒤로 수원시 각 동별로 저마다 특색을 살린 지역주민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행렬의 중간 중간에서 주최측에서 준비한 '뻥튀기' 과자를 시민들에게 나눠주자 퍼레이드를 관람하던 시민들은 '뻥튀기' 쟁탈(?)을 위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아수라장인 듯 아닌 듯, 더할 나위없는 유쾌한 한마당이 펼쳐졌다.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시민들의 환호 속에 행진하고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창덕궁에서부터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화성 융륭까지 59.2㎞ 구간의 참배 여정으로 시작됐다. 능행차는 단순히 참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통치자의 '여민동락'의 정신도 깃들어 있다. 이는 조선 최대 규모의 왕실 행렬로 올해는 서울시와 경기도, 수원시, 화성시가 공동재현 행사의 협약을 맺어 이미 그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행렬대 중간 중간에서 '뻥튀기' 과자를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올해 행사는 지난 6일~7일 이틀간 창덕궁에서 출발해 시흥행궁터, 수원 화성 행궁을 지나 수원의 화성시 융릉까지 59.2km, 총 5096명, 말 690필이 동원되는 역대 최대 규모 퍼레이드로 꾸려졌다. 사전 시민참여 유도, 꼼꼼한 역사고증, 철저한 구간 안전점검 등을 거쳐 각종 행사가 준비됐다. 그러나 6일 예정됐던 서울구간은 우천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돼, 서울시민들에게는 아쉬움을 안겼다.

▲수원 시민들이 자신의 동네의 이름을 걸고 참여한 '지역 참여 퍼레이드'

지난 해 ‘능행차’는 59.2km 구간을 완벽히 재현해 지난 6월, 세계관광기구(UNWTO), 한국관광학회, 국제관광인포럼 등이 공동으로 제정한 ‘2018한국관광혁신대상’에서 창의성ㆍ혁신성을 인정받아 종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원 시민들이 자신의 동네의 이름을 걸고 참여한 '지역 참여 퍼레이드'

한편 도심한복판을 유유히 행차한 말들이 지나간 흔적(말똥) 위로 흥에 겨운 퍼레이드가 줄곧 이어지고 시민들은 행사에 참여한 가족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며 축제는 밤의 열기속으로 무르익어 갔다. 시민들이 함께 흥을 풀어놓는 축제로 더 나아간 제 55회 수원화성문화제는 올가을, 유난히 빛을 더했다.

*이 기사는 뉴스프리존에도 함께 게재됐습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