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죽이다!
조선을 죽이다!
  • 양문석 기자
  • 승인 2009.09.2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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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동국대학교출판부, 명성황후 살해 기록과 역사의 진실 다룬 ‘조선을 죽이다’ 펴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그리고 경술국치 100년에 즈음해 항일독립운동의 시발이 된 을미사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에 의해 자행된 을미사변, 이른바 명성황후 살해사건과 관련된 일본 기록들을 발굴하고 완역해서 해제를 곁들여 역사의 진실을 밝힌‘조선을 죽이다’(혜문 엮음, 동국대학교출판부 간)가 출간됐다.

혜문 스님은 이 책에서 ‘조선왕실의궤’ 반환운동과 명성황후의 죽음에 대해 탐구하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다시 안중근을 생각한다. 안중근은 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는가에 대한 10가지 이유 중 첫째로 ‘우리나라의 국모를 죽인 죄’를 들었다..."(본문 中)

역사의 기록은 늘 진실만을 담지 않는다. 기록자에 의해 각색되고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모를 죽인 자’들의 고향과 무덤을 누비면서 그들이 남긴 유품과 기록을 찾아 이국의 곳곳을 만행(萬行)한 눈 푸른 납자(衲子)의 비장한 수행 기록이기도 하다.

명성황후 암살 사건을 우리는 왜 시해(弑害)라고 부르게 되었는가. ‘시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일본인에 의해 조선의 국모가 살해된 사건이므로 ‘시해’라고 정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살해’ 혹은 ‘암살’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정확한 것이다.

“낭인배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弑害’되었다”는 통념은 “일본의 계획에 의해 일본인이 명성황후를 ‘살해’했다”로 수정해야 한다.(본문 中)

이 책의 부록에 원문의 영인 자료와 전문을 번역하여 수록한 ‘에이조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내용이 있다.

“...... 깊숙이 내부로 들어가 왕비를 끌어내어 두 세군데 칼로 상처를 입히기에 이르렀으며, 또한 나체로 만들어 국부검사(웃긴다고 해야 할까 화가 난다고 해야 할까)를 했으며, 최후에는 기름을 부어 태워버리는 등, 참으로 이 사건을 글로 쓰는 것조차 차마 못할 일입니다.”(본문 中)

‘에이조 문서’는 1895년 을미사변 당시 조선정부 고문관이었던 이시즈카 에이조(石塚英藏)가 을미사변 다음날인 10월 9일에 일본 정부의 법제국 장관인 스에마츠 가네즈미(末松謙澄)에게 외교라인을 통해 서간(書簡)으로 보고한 최초의 공식문서다.

한편 엮은이 혜문 스님은 2006년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 간사를 맡아 도쿄대가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반환운동을 주도했으며, 현재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사무처장,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으로 해외반출 우리 문화재반환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양문석 기자 msy@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