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들의 미美뇌腦창創 칼럼 5] 호모루덴스 AI사피엔스 로보파베르
[고리들의 미美뇌腦창創 칼럼 5] 호모루덴스 AI사피엔스 로보파베르
  • 고리들 화가/ <두뇌사용설명서>저자
  • 승인 2018.10.22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리들 화가/ <두뇌사용설명서>저자

종이신문 3종과 시사잡지 1종을 보는 필자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서 무인자동화 시대가 온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기업들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귀엽고 친절한 로봇을 설치했다고 기사를 쓴다. 로봇이 친절한 이유는 고객이 누구인지 까먹지 않고 표정에서 감정을 읽기 때문이다. 고객을 응대하는 인간은 슬퍼도 웃어야 하겠지만 로봇의 친절함은 감정노동이 아니다. 

서비스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인공지능(AI)은 제조업에 진출한 로봇보다 더 위협적이다. 사람이 로봇보다 더 잘하는 분야가 교육이나 상담이나 안내나 판매 등의 서비스업이었는데 이제 어디에서 새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 마지막 남은 곳이 1차 2차 3차 산업의 특성을 모두 갖춘 6차 산업이라고 한다. 

커피숍으로 예를 들어보자. 최근 신문에 커피 핸드드립 로봇을 매장에 설치하라는 광고를 보고 놀랐다. 이렇게 되면 단지 커피만을 파는 곳은 무인화 된다. 그런데 어떤 커피숍은 묘목을 선물하고 커피원두 농장체험과 함께 매장에서 원두를 프라이팬에 직접 볶는 체험을 팔거나 커피 맛 구분하기 이벤트를 하거나 각종 문화적 놀이와 멋진 공간을 제공하면서 6차 산업의 특성으로 생존할 것이다.

커피 완성품 공급보다 체험을 위한 시설과 안내와 분위기가 중요해지고 함께 잘 놀아야 생존한다. 이탈리아 피자를 굽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피자를 3D프린터로 인쇄하는 기계보다 효율이 떨어지지만 역사와 문화를 팔고 있기에 인기가 있다. 

지구의 문명이 경제적 윤리적 논리에 의해 호모사피엔스의 지적 효율성을 AI사피엔스에게 양보하고 호모파베르의 정교한 손놀림을 로보파베르에게 맡긴 이후 인간에게는 호모루덴스가 남는다.

경제적 논리는 소수 플랫폼+프랜차이즈 기업이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점점 원가가 낮아지는데 다른 기업도 원가경쟁과 생존을 위해 자동화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 윤리적 논리는 거의 모든 일터에서 인간의 실수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당분간 보험으로 해결하다가 아예 인간을 모든 위험에서 격리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고령 운전자들이 면허증을 반납하면 평생 택시비를 주는데, 고령자들이 더 많아져서 교통사고가 급증하면 자율주행차를 주는 것이 더 싸지는 시점이 온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윤리적 대안은 결국 무인자동차이다.

예전에는 탈모나 ADHD가 질병이 아니었지만 치료제가 나오면서 질병으로 인식되듯이 로봇의 기능이 좋아지면 모든 일들이 가진 작은 위험성에도 인권의 관점에서 로봇을 대신 배치시키자는 논의가 확산될 것이다. 

결국 무인화는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놀자리로 몰아낸다. 인공지능+로봇은 원시부족사회의 축제나 사육제 때부터 자리 잡은 놀이DNA를 부활시킬 것이다. 농번기의 일보다는 추석부터 정월보름 달집 태우던 때의 문화가 중요해진다.

모든 동물의 유아기 놀이행동 기간은 전두엽의 크기에 비례하는데 그 비례를 연구한 결과 과학자는 인간의 전두엽 크기가 평생이 놀이행동기여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원래 일은 서비스업이든 뭐든 인간 두뇌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단, 그 일을 놀이로 생각한다는 예외는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기업들의 두 가지 특성은 인공지능이 고객들을 맞춤 관리하는 놀기 좋은 플랫폼이 있는 것과 직원들이 업무를 즐기므로 일터가 놀이터화 되간다는 점이다. 즉 인간의 평생 놀이행동기 본능을 만족시키고 있다. 

반면 시간제로 관리 받는 직원이나 생계에 급급해서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는 직원들이 있는 기업들은 점차 쇠약해지고 있다. 삼성도 현대도 쇠약해지는 기업에 속한다.

다른 아이돌과 달리 눈부시게 성공한 방탄소년단 BTS의 성공배경도 같은 2가지인데 스스로 열심히 솔직하게 노력하는 하루하루를 공유하며 팬그룹 Army와 함께 즐기며 스스로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기존의 산업+일자리 개념이 문화+놀자리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중이다. 

따라서 일과 놀이가 구분이 어려운 미래 인간들은 은퇴자들의 도시 ‘썬시티’처럼 모든 연령대가 국민배당을 받으며 취미나 동아리로 즐기며 살게 될 터인데, 우리는 출생은퇴 개념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나이가 어려도 은퇴자로 보고 정책을 설계할 시점이 되었다는 얘기다. 

화가들은 본래 태어나면서부터 은퇴한 호모루덴스여야 제대로 자격이 있다. 호모루덴스라면 미대를 지망하며 또는 그림을 전시하며 수입이 들어올 것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표현을 하고 전시를 하며 자기 그림을 보여주는 것에 그쳐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20년 건축노동을 하며 그림 재료비를 벌었다. 요즘에는 강의와 칼럼으로 재료비를 번다. 힘든 일을 하여 재료비와 전시비용을 마련하는 화가들은 호모루덴스이다. 서비스업까지 로봇에게 넘어간 이후 자기가 소유한 AI로봇 없이도 돈을 번다고 통계에 잡히는 사람들은 점점 잘 노는 사람들이 될 것인데, 아마도 국가는 실업률을 계산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실업자가 늘면서 긴급하게 요구될 국민배당 이외의 수입이 있는 사람들은 혼자서 뭔가 몰두하여 덕후로서 존경을 받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놀기에 좋은 플랫폼에서 잘 놀아주거나 하는 이들이 될 것이다. 즉 뭔가 가치를 전달하는 활동가들은 실업자가 아니고 국민배당을 받으며 단지 인간관계만 유지하는 이가 실업자다.

기존의 일자리가 그리 빨리 없어지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기존 일자리는 레드오션이 아니라 블랙오션이다. 자동화 시대에 블랙홀처럼 경쟁사들이 플랫폼 속으로 흡수되는 상황에서는 인간들이 갈 일자리는 없고 소수의 숙련공들이 남아 AI로봇에게 일과 관련된 빅데이터 암묵지를 전수하며 좀 더 버티게 된다. 

따라서 미래 세대는 출생하자마자 은퇴자라는 관점으로 인권차원의 활동권을 제공해야 한다. ‘한나 아렌트’가 일찍이 인간의 조건으로 정리한 3가지 활동은 노동과 작업과 행위인데 그중 노동과 작업은 인간의 개성을 요구하지 않지만 행위는 개성을 살려서 새로운 삶의 현장을 만들 것이라 했다. 

여기서 활동권은 개성을 죽이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직업노동과 예술적 작업 또는 비예술적 행위이지만 노동과 작업은 급격히 AI로봇의 몫이 되어갈 것이다. 일자리가 놀자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속되는 것은 인간의 활동권 보장에 대한 요구일 것이다. 활동은 기존의 일도 문화나 여가생활 놀이까지 모두 포함한다. 

AI로봇이 기능적으로 대통령부터 바리스타까지 인간의 거의 모든 생산적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보고 인간이 행복을 누리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자. 

일단 은퇴자들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언제로 보는지와 앞에서 농번기가 아닌 때에 즐길 거리와 신화와 문화를 만들어 놀던 기억이 중요하다. 은퇴한 사람들은 아직 일자리가 없던 청소년기에 친구들과 놀던 기억을 더 오래 더 아름답게 추억한다. 그리고 식물과 동물을 기르면서 취미활동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는 외출이 매우 중요해진다. 

지금은 은퇴자나 아이들이 하는 이 행동들은 인공지능 시대 인간들의 풍경이다. 태어나자마자 은퇴자이고 어른이 되어도 키덜트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이다. 한국은 에코리컬쳐(E​cosystem+A​griculture+C​ulture)가 중요해질 것이다. 농사의 추억에다 환경보호의 의미가 더해지고 문화적 유대를 즐기는 공동체가 확산될 것이다. 

농사의 추억이 없는 세대들은 가상현실 VR플랫폼에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는 게임을 즐기는 공동체를 만들 것이다. 공동체 간 경쟁을 하는 게임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기본 속성인 소속감과 자존감의 욕구를 채울 것이다. 일하던 인내심과 살육의 전쟁은 모두 놀이문화로 흡수되거나 게임화 가상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