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문화예술공간, '물먹는 하마'?
서울 자치구 문화예술공간, '물먹는 하마'?
  • 이은영 기자
  • 승인 2009.09.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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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대비 수익률 저조 VS 수익률만 따져선 안돼, 법인설립 등 시급

서울시 25개 구청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의 운영에 대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심하게 저조해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주장과, 관리보다는 투자 자체가 저조해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 충무아트홀 외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양창호(한나라당 영등포구3)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컬쳐노믹스가 아닌 물 먹는 하마가 된 문화시설에 대해 각 자치구가 시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양 의원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문화예술공간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최근 3년간 25개 자치구의 문화예술회관, 구민회관 등의 문화공간 가동률은 59.4%에 불과했고, 최근 3년간 운영비용에 대한 수익률은 4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5개 구청 건립 및 리모델링을 위해 시가 부담한 예산 1541억9200만 원 중 이들 시설의 운영비로 911억5000만원을 투입했으나 운영 수익은 433억 원으로 투자 대비 수익률은 17.7%, 투입 운영비 대비 수익률은 4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립 문화시설에 대해서는 수익률을 중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역간의 수익률 차이가 심하고 가동률과 수익률이 동시에 떨어지는 문화시설도 있어 자치구의 안이한 관리실태가 또 다른 문제임을 알 수 있다고 양 의원은 지적했다.

각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종로구내 종로구민회관의 가동률이 96%로 최근 3년간의 운영비 대비 수익률이 105.6%임에 비해 같은 구청 내 광화문아트홀의 경우 가동률이 65%, 운영비 대비 수익률이 1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은 “가동률이 높음에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구민회관의 경우 구민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존재의 가치가 있으나 서울시의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은 문화예술시설의 가동률이 낮고, 수익률이 20% 이하인 시설에 대한 종합적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서울시 문화예술회관연합회(회장 최진용.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는 이같은 자료가 나오게된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서울시 문화정책에 대한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노원문화예술회관 공연모습

최 회장은 먼저 서울은 중심 지역인 종로·중구·강남·서초 지역만 문화가 숨쉬고 있을 뿐 나머지 지역은 문화의 불모지대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정책(예, 복권기금으로 인한 예술지원 등)도 서울을 문화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강서·은평·금천·노원 등 서울 외곽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은 경기도의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낙후된 지역이지만 서울특별시라는 것 때문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서울 지역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열악한가는 서울특별시 25개 구의 예술회관(아트센터, 아트홀, 구민회관)의 전체를 합한 공연ㆍ전시 운영 예산액이 고양시의 아람누리나 성남시의 성남아트센터 1개 예술센터의 예산액에도 못 미치는, 깜짝 놀랄 만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2008년 12월 현재 서울특별시 소속 25개 구청의 문화예술회관의 연간 예산액(인건비, 시설관리비, 공연, 전시예산 등)은 약 5억 원 내외로 전국 230여 개 기초자치단체 공연장의 평균 예산액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같이 예산이 열악한 이유는 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전문성도 없고 자율적인 운영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것과  법인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그 반증으로, 충무아트홀에 이어 구로구·마포구가 문화예술회관을 재단법인으로 설립하면서 갑자기 그 지역의 문화가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자긍심이 높아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 회장은 서울시가 시설관리공단 소속으로 되어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별도 독립 재단으로 탈바꿈하도록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서울시는 그 어느 문화 정책보다 더욱 가시적이고 주목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공을 거둔 문화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용 회장은 “공공기관의 문화공간은 주민들에게 서비스하는 공간으로서 여기에 민간기업처럼 수익률을 따진다면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세계적인 문화도시를 위해서는 시청 앞 문화광장 등 도심에서 소리만 요란한 문화정책이 아니라 생활권에서 이뤄지는 적극적인 문화정책이 요구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은영 기자 young@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