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끝나지 않은 … ‘국보 1호’의 서열 논란
[다시 보는 문화재] 끝나지 않은 … ‘국보 1호’의 서열 논란
  • 박희진 객원기자
  • 승인 2018.10.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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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지난 4일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보물 2000호를 지정했다. 보물 제2000호는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1806년 이후)가 1801년(순조1년)에 그린 8폭의 병풍 ‘삼공불환도(金弘道 筆 三公不換圖)’이다.

이 그림은 임금의 천연두 완쾌를 기념하여 그린 4점의 병풍 중 하나로 산수를 배경으로 심부름 하는 여인과 일하는 농부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원생활의 풍경을 담았다. 단원 김홍도의 말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물, 산수 등 여러 분야에 두루 뛰어났던 그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역작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의 보물 지정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그 해 12월 숭례문의 국보 제1호 등록을 시작으로, 1963년 1월 흥인지문을 보물 제1호로 지정한 이후 현재까지 총 336건의 국보와 총 2132건의 보물이 지정되었다. 오늘의 보물 2000호 지정은 문화재보호법 제정 56년만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은 수많은 문화재 가운데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가 큰 중요한 문화재를 지정한 것이다. 문화재 가운데서도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의 보호 아래 더 오래, 안전하게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보물과 국보로 지정한다.

이에 문화재보호법시행규칙과 국가지정문화재의 지정기준에 따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로서 그 가치가 인정되는 것은 보물로 지정하고 보물이란 이름 뒤에 순차적인 번호가 매겨져 관리된다.  

이때 순번은 행정편의에 의해 부여한 것으로 번호 자체에는 큰 의미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물 제1호의 경우 국가를 상징하는 문화적 가치가 큰 산물로서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인식되는 것이 사실이다. 국보 1호 숭례문과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이 대표적이다.

수도의 정문이자 조선 건축술의 총화인 숭례문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 1호로 지정됐고,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국보1호가 되었다. 참고로 국보는 보물급 문화재 가운데 인류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가치가 크고 드문 것을 국보로 지정할 수 있다. 보물에 비해 국보는 한정적이며, 경우에 따라 보물이 국보로 승격되기도 한다. 

지금의 국보 1호 숭례문과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은 한양을 왕도로 정한 다음 동서남북에 4대문 중 동문과 남문을 뜻한다.

이 문들을 세우면서 그 이름에 인간이 지켜야 할 5가지 도리인 인의예지신(仁義禮知信), 곧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롭고 신의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동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문은 돈의문(敦義門), 남문은 숭례문, 북문은 숙정문(肅靖門)으로 명명하고, 그 한가운데 종로에 보신각(普信閣)을 세웠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1호와 보물1호의 역사적 가치는 여러모로 대단하다. 

하지만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군 1군사령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558-1600)는 조선의 왕도 한양성을 20일 만에 함락시키고 숭례문을 통해 입성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돈의문은 흔적도 없이 헐어버리고 흥인지문은 동대문으로, 숭례문은 남대문으로 격하시켰다.

이러한 숭례문의 아픈 역사는 20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국보1호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보 1호의 자격논란은 이달 9일 한글날600주년을 맞아 국보 1호를 국보70호인 훈민정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번졌다. 

1997년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숭례문 대신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글이 게재되었다. “앞으로 50년, 100년 후에도 살아남을 글자 10개 중에 한글이 포함되는 등 한글은 세계적 보배”라며 “제572돌 한글날과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맞는 올해에 화재로 소실돼 역사적 상징적 가치만 남아있는 숭례문 대신 한글을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물 제 2000호가 지정된 지금 국보 1호를 비판하기 전에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과연 문화재를 순번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물어야겠다. 현재 문화재 지정 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호니 2호니 하는 순번은 그저 지정하는 순서일 뿐이라고 하지만, 국보 1호의 상징성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보 1호의 순번을 교체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 있는 지도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새로운 문화재가 끊임없이 발견되고 연구되는 지금이다. 국보만 순번을 바꾸면 해결될 문제인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30년 가까이 뜨거운 감자가 된 ‘국보1호’에 대한 비판과 논란들 속에서 일본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역사들을 살아있는 문화재로 유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하여 현실적인 문제점을 알고, 앞으로의 지속적인 문화재 발굴 및 지정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반드시 정리되어야 할 중요한 사안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