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남북문화 동질성 회복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
[김승국의 국악담론] 남북문화 동질성 회복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 승인 2018.10.22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 분단된 채 70여 년 동안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전쟁의 참극까지 겪었던 남과 북이 올해에만 세 차례의 남북 정상이 만나는 등 평화,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70년이라는 분단의 세월은 남과 북의 문화를 크게 바꾸어 버렸다. 비록 서로 말과 글이 같고, 얼굴은 같을지라도 정치, 사회, 경제, 문화예술 그 어느 하나 변하지 않은 게 없다. 

북은 북대로 자신의 문화를 형성하였고, 남은 남대로 자신의 문화를 형성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로를 이어주는 것은 선대로부터 이어받은 전통문화에 기반하고 있는 의식 세계이다.

조상님과 부모님에 대한 효의식과, 마을사람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서로 돕는 두레정신,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수난과 함께 했던 ‘아리랑’을 매개로 하는 끈끈한 민족의식은  그대로이다. 북은 전통음악의 대부분을 전형대로 전승하고 있지 않지만, 기층민의 예술인 농악이나 탈춤 등의 전승은 활발하다. 또한 전통악기를 개량하여 거의 모든 연주에 활용하고 있다. 

70년이 넘는 분단의 세월을 지내다 보니 우리 남쪽도 전통예술의 향유지도가 달라졌다. 다시 말해 안타깝게도 이북 즉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의 우수한 전통 가·무·악이 잊히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국악무대의 대부분이 경기, 강원, 전라, 경상도 가·무·악 중심으로 연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북의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의 가·무·악은 거의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으며 오른다 하여도 구색 맞히기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일반대중들도 이북의 전통 가·무·악에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 예술성이 어떠한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대 이전의 선진 문화의 유입 경로는 육지로는 대륙으로부터 (신)의주를 거쳐 평양을 거쳐 해주를 거쳐 서울로 유입되거나, 해로로는 대륙으로부터 서해를 건너 평양이나 해주를 거쳐 서울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북의 문화예술은 선진화되어 있었으며 예술적 수준 또한 높았다. 

황해도 민요는 때로는 구성진 가락도 보이나, 평안도 민요에 비하여 먹이고 받는 형식이 규칙적이고 선율이 간결하기 때문에 처절하지 않고 보다 밝고 서정적이다.

황해도 민요로는 산염불, 자진염불, 긴난봉가, 자진난봉가, 사리원난봉가, 병신난봉가, 숙천난봉가, 소연평난봉가, 몽금포타령, 배꽃타령, 늘이개타령, 싸름, 금다래꿍 등이 있다. 또한 황해도에는 특히 탈춤이 성행하였는데 은율, 봉산, 강령 탈춤이 모두 다 황해도 탈춤이다.
 
평안도 민요는 대개 사설이 길고 후렴이 없으며 자유리듬이나 불규칙장단으로 부르며 대부분 애절하고 흐느끼는 듯한 느낌을 주며 사설도 한(恨)을 주제로 한 것이 많다. 창법도 콧소리로 얕게 떨거나 큰 소리로 길게 죽 뽑다가 갑자기 속소리로 변하여 가만히 떠는 소리가 많다. 평안도민요로는 수심가, 엮음수심가, 긴아리, 자진아리, 안주애원곡, 배따라기, 자진배따라기 등이 있다. 

함경도 민요는 강원도민요와 가락이 비슷하나 강원도민요가 느리고 애절한 데 비하여, 함경도민요는 비교적 빠르고 애절하면서도 거세게 들리는 것이 특징이다. 함경도 민요로는 신고산타령, 애원성, 궁초댕기 등이 있다. 또한 북청사자놀음은 함경남도의 탈춤이다. 

6.25 전쟁 이후 북에서 월남한 실향 예인들에 의해 전승된 서도소리, 북청사자놀음, 봉산탈춤, 강령탈춤, 은율탈춤 등이 다행스럽게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일찍이 전승기반은 마련되었다. 그러나 1세대 예능보유자들이 대부분 타계한 지금은 전승활동이 위축되어 있어 대중들로부터 잊히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행정안전부 산하 이북5도청에서 자체적으로 무형문화재를 지정하여 지원하고는 있으나, 말뿐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 무형문화재는 종목당 연간 지원 예산이 3천만 원 정도 지원되고 있으나 이북5도문화재는 그에 비하여 10분의 1정도의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태라면 과연 정부가 남북통일을 대비하여 문화적 동질성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제라도 다시 한 번 북의 전통문화의 전승과 발전의 실상을 점검해 보고, 잘못된 지원체계는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북의 문화유산의 전승자들에게 보다 많은 무대를 마련해 주어 전승의 활기를 되찾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북통일의 초석이 될 남북문화 동질성 회복도 한 발 더 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