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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재식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 단장“스페인에 <고향의 봄> 울려퍼지고 어린이 교과서에 <아리랑> 실리는 그 날까지”
“TV 정기연주회 다시 살리고 싶어, <코리아 환상곡>의 감동 계속 이어가고 싶다”
2018년 10월 23일 (화) 14:07:24 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스페인 왕립학교 학생이 된 한국인 학생. 스페인 친구들은 그를 볼 때마다 자신의 눈을 찢으면서 놀려댔다. 동양인이라는 놀림. 그 학생은 이들에게 한국의 노래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고 차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다. 스페인의 프로 성악가들에게 한국 노래를 가르친 것이다. ‘밀레니엄합창단’이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들은 한국 노래를 자연스럽게 부르고 한국 문화에 동화됐다.

어린이들은 고운 목소리로 <반달>, <엄마야 누나야>를 부르고 성악가들은 우리 민요와 가곡, <비 내리는 고모령> 등 가요, 그리고 우리의 <애국가>까지 부르고 있다. 스페인에 우리 음악이 퍼지고 있다.

스페인에 우리 음악을 알린 임재식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 단장. 하지만 그의 노력은 아직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스페인을 <아리랑>과 <고향의 봄>이 울려퍼지는 곳으로 만들고 있는 임재식 단장의 노력을 들어본다.

   
▲ 임재식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 단장


밀레니엄합창단이 만들어진 과정은?

1999년 창단됐다. 새천년을 맞는 의미로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이라고 했는데 스페인 국영방송인 RTVE 종신멤버로 들어가 파트장을 맡으면서 80명의 합창단원 중 프로 성악가 25명을 뽑아 한국음악을 알리기 위한 합창단으로 만들었다.

32년 전에 스페인에 건너가 왕립학교에서 공부하는데 스페인 친구들이 눈을 찢으면서 놀렸었다. 동양인이라고.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우리나라 노래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했다. 

1985년에 마드리드 시향에 들어갔는데 오디션을 앞둔 한 스페인 성악가가 자유곡으로 한국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오페라 아리아는 너무 많이 불러 지겹다는 것이다. 어머님께서 평소에 좋아하셨던 가곡 <동심초>를 그 때 가르쳐줬는데 다음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좋아했다. 그 때 프로 성악가를 통해 우리 노래를 가르친다면 노래가 바로 전달되고 알려지면서 더 이상 동양인이라고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15년을 준비했다. 뜻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 위치가 되어야 하지 않나(웃음). RTVE 종신멤버가 되고 파트장이 됐을 때 시작할 수 있었다. 1999년 결성하여 두 차레 공연한 것이 시작이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다행히 파트장이라 힘이 있어서(웃음) 단원들을 설득했다. ‘너희들을 통해 한국 노래를 알리고 싶다. 도와달라’고 했고 단원들이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예산이 있어야하기에 기업을 설득해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처음 시작은 스페인 국영방송에서 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곳에서 온 이들로 이루어져있고 멤버도 많이 바뀌었다. 젊은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분야의 프로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를 제대로 알리려면 그 나라의 전문가에게 알려주고 하게 해야 세계적이 된다. 우리는 프로가 되어있는 사람에게 가르치니 효과가 빨리 오는 것이다. 전문가에게 가르쳐야 더 빨리 잘 알려진다.

첫 공연 때 현지 반응은 어땠나?

한 마디로 눈물바다였다. 교포들이 많이 감동하셨다. 어떤 분은 제 이름을 부르시더니 ‘당신이 대사보다 낫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 대사들을 초대했는데 그들이 모두 우리를 부러워했다. 첫 연주를 정말 감동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2003년에 KBS에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는데 이를 본 어느 지자체 단체장이 스페인 대사관에 연락해 우리와 연락이 닿았다. ‘문화의 미래는 저래야 한다’는 게 그 분의 말이었다. 그 도움으로 첫 한국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초청 내한공연을 각지를 순회하며 치뤘다

의정부, 인천, 안산, 양주, 양평, 이천, 여주 등에서 했는데 8월에 방한 일정을 잡고 스케쥴을 잡아 들어왔다. 그런데 어느 한 곳에서는 태풍이 온다는 이유로 바로 취소가 된 적이 있었다. 태풍 예보는 있었지만 막상 그 곳에 태풍이 오지 않았다.

한국의 노래를 알리고 우수함을 알리려는 공연인데 너무 무책임하게 끊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우리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고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정서도 다르고 표현의 차이가 있고 가사 전달도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한국 노래를 부룰 수 있도록 했는지

우리 노래를 알려야겠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가곡이었다. 가곡과 민요를 같이 하게 됐는데 내 생각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왔다. 가곡을 익숙해할 줄 알았는데 민요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는 민요가 정말 새로운 곡이었던 것이다. 민요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그 때 했다.

가곡도 물론 좋아한다. <그리운 금강산>이나 <고향의 봄>을 참 좋아했다. 멜로디는 생각만큼 감동을 받지는 못하지만 자기 고향의 멜로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바스크 지방이 고향인 단원이 있었는데 <고향의 봄>을 듣고 나서 자기 고향의 멜로디와 비슷하다면서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노래 하나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한국 가곡은 친근감으로, 민요는 우리의 독특한 가락을 전달하는 식으로 알리고 있다. 흘러간 가요도 한다. <비 내리는 고모령> 같은 노래는 지금도 인기가 있다. 한국 노래를 다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래의 뜻을 전달하는 것은 참 어렵다. 뜻보다 딕션을 먼저 한다. 우리나라는 조사가 많은데 성악가에게는 최고로 안 좋다. 국제음성기호 만들어서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있게 연습하고 딕션을 더 강조하며 음악을 들으면 한국음악보다 더 좋을 정도로 가사 전달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직역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는 분위기를 들려준다. <경복궁 타령>은 경복궁을 지으면서 힘내라고 하는 노래라고, <반달>의 경우는 달을 상상하는 노래라고 설명하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이루어낸 레퍼토리가 70곡 정도 된다.

25명의 주축 성악가, 50명의 오케스트라가 한국 노래를 부르며 다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그렇게 ‘친한파’가 된다. 2,300명의 어린이들에게 <고향의 봄>, <반달> 등 동요와 <아리랑>을 가르치고 같이 노래부른다. 

한번은 어린이합창단이 공연을 했는데 나를 초대하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왜 그랬냐고 했더니 솜씨가 너무 서툴러서 보여드리기가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설프면 어떠냐, 한국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하고 가르쳐줬다. 그 노력이 열매를 맺고 있다. 

우리 음악 교과서를 보면 외국 가곡들이 원어와 함께 나오지 않나. 언젠가 아이들에게 한국 노래가 알려져서 스페인 음악 교과서에 <아리랑>이 실리는 꿈을 꾸고 있다. 

   
▲ 밀레니엄 합창단 공연(임재식 제공)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애국가>도 부르고 있다

김연아 선수가 우승했을 때 현지 합창단이 애국가를 부른 것이 화제가 되지 않았나. 우리는 그로부터 5,6년 전에 스페인 성악가들이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불렀다. 애국가를 부르자고 하면 사실 거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모티브로 한 것이 안익태 선생의 <코리아 환상곡>이었다. 

안익태 선생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사셨고 마요르카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사모님도 스페인 분이기에 의미가 있지 않나. 스페인 오케스트라로 <코리아 환상곡>을 연주하고 그 곡에 나오는 애국가를 불렀다. 감동이었다.

한번은 어느 식당을 갔는데 식당에 있는 사람들이 악보도 없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을 부르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흥얼거리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코리아 환상곡>을 계속할 것이다. 

공연을 하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면

정말 많다. 요즘 2,3년 전부터 스페인에서 <두물머리 사랑>이라는 곡을 부른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내용의 노래다. 해석과 번역이 TV로 나오고 북한과 남한이 만나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고, 그것이 곧 전 세계의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박수를 받았다. 가장 최근에 감동받은 곡이다. <비내리는 고모령>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고 교민들에게 큰 힘을 준 곡으로 기억하고 있다.

꾸준히 한국 공연을 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한국 노래를 잘 모른다. 3,40대들이 <바위고개>나 <밀양아리랑>, <몽금포타령> 같은 우리 노래를 잘 모른다. 심지어 ‘이 노래들을 모른다’는 자체도 모르고 있다. 그렇게 우리 노래가 없어지고 있다. 

K팝도 정말 훌륭하지만 그것은 장르의 유행이다. 이미 그 전에 우리의 음악이 있었다. 정확한 발음에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추는 그것이 진짜 K팝이다. 회복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명감을 가지고 공연하니까 우리 국민들이 감동받고 응원하고 굉장히 좋아한다. 굉장한 충전을 받고 돌아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노래의 감동을 알게 된다. 

정부가 문화사절단으로 우리를 사용했으면 한다. 남미의 아버지 같은 나라가 스페인이다. 남미 순방을 갔을 때 우리 합창단이 방문한 나라의 노래를 스페인어로 부르고 이어서 한복으로 갈아입고 한국 노래를 함께 부른다면 그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어디있겠는가. 외교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우리를 사용해주길 바란다.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스페인 국영TV가 18년간 우리를 두 시간동안 찍는다. 카라얀이나 번스타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다. 이들이 할 일이 없어서 우리를 찍고 있겠는가? 내가 부탁하고 부탁해서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를 중요시여기지 않는다. 결국 작년에 멈췄다. TV로 방영되는 연주회를 못하게 된 것이다.

발버둥쳐도 안되더라. 멈추다가 이렇게 한국에 온 것이다. 다시 회복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방송국 측에서 음악감독이 다시 찍고 싶다고 콜할 때 얼마나 고맙던지... TV는 다시 회복이 될 것 같은데 예산이 없다. 문체부가 문화원 예산으로 개인 팀을 지원하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홀로서기를 하라는 말도 들었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다.

문화의 일관성이 없다. 정권 바뀌면 또 바꾸고 또 바꾸고 하는 것의 연속이다. 20년을 활동함에도 ‘이런 팀이 있었나’하는 반응도 여전하다. 

방송으로 찍는 연주회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데 못하고 있다. TV에 나온다는 것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엔 중국에서 우리와 비슷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중국 정부의 지원 속에서 TV에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기업에 미루고 기업은 정부에 미루는 것이 안타깝다.  이 일이 멈추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잠시 그는 유튜브에 올라온 연주 동영상을 보여줬다. <코리아 환상곡> 연주, 어린이합창단이 들려주는 <반달>과 <엄마야 누나야>가 연이어 들려졌다)

들어보라. <코리아 환타지>가 전하는 감동의 연주, <반달>을 부르는 천사들의 목소리. 이것을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 <엄마야 누나야> 노래 나오면 정말 눈물난다. 어떻게 멈출 수 있겠는가? 매년 이렇게 해왔는데 이것이 지난해 멈춘 것이다. 올해 20회를 해야하는데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을... 

   
▲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는 임재식 단장(임재식 제공)

성악가들에게 한복을 입혔는데 반응이 어땠는지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일환이다. 처음에는 ‘기모노’라고 생각하는데 입으면 한복이 더 멋지다고 말한다. 사실 한복은 가슴이 조이기 때문에 성악가들이 노래부를 때 힘들어 하는 부분도 있다. 십여 년 전에 어떤 분이 한복을 협찬해줘서 입었는데 한국을 알리는 일이기에 개량한복이 아닌 원래 한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좋아한다. 이제는 스스로 쪽머리를 하고 비녀를 사서 꽂는다. 어떤 친구는 남대문에서 고무신을 사 신고 자랑을 하더라. 정말 귀여웠다(웃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스페인으로 돌아가서 지난해 멈춘 밀레니엄 정기연주회를 다시 TV에서 할 수 있게끔 만들려한다. 예산이 필요하지만 해결이 급선무다.

내년에는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데 이를 계기로 노래로 한반도 평화와 한국을 스페인에게 알리는 테마 연주회를 하려한다. 한국 공연도 그 테마로 진행하려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평화콘서트를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에서 방영해주면 정말 좋을 것이라 확신한다.

가장 문제는 예산이다. 처음 10년간은 기업 후원이 있어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에 멈추면서 힘들어졌다. 연주회 중심으로 계속 활동하고 싶고 레퍼토리도 더 넓히고 싶고 전 세계 한국인들이 있는 곳, 남미의 문화사절단으로 활용됐으면 한다. 정부에서 잘 보시고 우리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를 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한다. 

이 일을 멈추고 싶지 않고 내가 살아있는 한 하고 싶다. 그만두려 해도 우리 국민들이 감동받는 모습을 보면 멈출 수가 없다. 스페인 하늘 아래 <아리랑>과 <고향의 봄>이 울러퍼지고 스페인 어린이 교과서에 <아리랑>이 실리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계속 하고 싶다.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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