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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숙선 명창 “진심이 담긴 소리가 관객을 감동시킨다”
“빈 소리가 나면 소리하기 싫어져, 공부와 연습 외에는 방법 없다”
2018년 10월 23일 (화) 14:43:01 이은영 발행인/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두고봐라, 판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 올테니까”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김명곤 분)이 한 말이다. 그가 바랬던 세상이 과연 올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전히 곳곳에서 판소리 공연이 이어지고 판소리와 다른 음악 장르의 콜라보, 새로운 감각의 창극을 통해 이제 젊은이들도 판소리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정말로 ‘판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 올 것 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이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안숙선 명창이 있다. 한 번도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은 많겠지만 한 번도 그의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아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해 때로는 예쁘고 부드럽게, 때로는 씩씩하고 힘차게 소리를 하는 안숙선 명창. 판소리는 물론 창극,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협연 등을 통해 우리 소리의 매력을 전하는 안숙선 명창이 있었기에 우리는 ‘판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을 꿈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안 명창은 판소리 인생 60주년을 맞았다. 주변에서 이를 기념한 무대를 만들자는 여러 권유 혹은 유혹이 많았지만, 이를 물렀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자랑할 정도로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했다. 그에게 소리는 평생을 알아가야 할 운명이자, 숙명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공부에 공부’를 강조하는 그의 말이 그냥 허투루,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가 몸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동안거’처럼 행하는 그의 “산공부‘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가 의미를 두지 않은 ’세월의 무게‘를 기자는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와의 인터뷰는 가끔은 일상의 수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스개 소리도 잘 하는 안 명창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를 듣다보면 무대 위의 그만큼이나 빨려들게 된다. 

여기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사족이다. 바로 안숙선 명창의 무대로 넘어가야겠다.

   
▲ 안숙선 명창

오랜 기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날까지 온 기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생각해도 우리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우리 음악의 귀한 것을 알려줘야겠다.  우리 음악에는 한국적인 모든 것이 들어있다. 생각이 들어있고 사는 모습이 담겨 있고 움직임이 담겨 있다. 그 모든 것이 음악을 들으면 다 나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든 것이 아우러진 것이 판소리라고 본다.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지금까지 하는 거다.

더 열심히 해서 물리지 않게 해야하지 않나(웃음). 잘못하면 청중들이 안 들어줄까봐 겁이 난다. 공연 앞두고 연습을 계속 반복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무대 서기가 더 무서워진다. 살아온 해가 있는데 소리만 지른다고 되는 게 아니잖나.

관객들이 내 소리를 듣고 감동하면서 ‘심금을 울린다’는 말을 들으면 그 이상의 찬사가 없다. 그런데 관객이 ‘에이~’하며 야유를 보내면 안되지 않나(웃음). 연습이 답이다. 연습을 해야 한다.

지방을 가다가 폭설로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경찰관이 나를 보더니 ‘안숙선 선생님 아니시냐?’면서 차를 뺄 수 있도록 도와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감동을 참 많이 받았다. 내가 소리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겠나(웃음).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소리를 내려한다. 그렇게 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소리에 진심이 담겨있으면 사람이 감동을 받게 되어 있다.  

점점 소리가 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가. 감사한 말이다(웃음). 최근에 <심청가>, <적벽가> 등 음악극 위주로 활동했는데 힘들었다. 내 나이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욕심껏 연습할 기력이 점점 떨어지는 거다. 그런데 귀는 점점 더 높아져서 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연습만이 해결방법인데 하루 종일 붙들고 앉아있지 못한 것이 한이 되는 것이지. 소리에 담긴 의미나 뜻, 장면의 독특함을 내가 잘 표현하고 있는지를 연습하면서 다양하게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 

전에는 의미도 모르는 상황에서 목소리만 질러대며 소리를 했다면 지금은 속에 담긴 분위기를 나름대로 생각하면서 조금씩 해보고 있다. 연습할 때는 소리를 낮춰서 감당할 수 있을만큼 해야지 이팔청춘 때처럼 소리지른다면...(웃음)

빈 소리가 나면 소리를 하기 싫어진다. 역시 공부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옛날에는 의미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리를 했다면 지금은 나름대로 생각하며 소리를 하고 있다. 빈 소리가 나면 소리를 하기 싫어진다. 역시 공부하는 방법 외엔 없다. 

지난번 ‘여우락페스티벌’에서 <지음> 공연을 했는데 기자간담회에서 무척 감격해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지음’이라는 말이 음악을 아는 친구들이란 뜻인데 친구들이 아니라 사실은 선생님들이었다(웃음). 2,30년전에 연강홀에서 한 공연이었는데 요즘 말로 ‘히트’를 했다. 참여한 사람들이 음악에 심취해서 하늘에 붕 뜬 기분으로 했다고 하더라. ‘지음으로 만납시다, 만납시다’ 한 것이 20년이 넘었고 그 사이에 돌아가신 분들도 계셨다. 

이번 여름에 여우락하면서 다시 하게 되어서 너무나 설레었다. 연세들이 드시니 음악이 깊어질대로 깊어져서 정말 귀한 무대였다. 정말 국악의 큰 보석들이 모여서 함께 하셨다.

첼리스트 정명화와 매년 강원도 평창 계촌마을에서 ‘계촌마을 클랙식 축제’에 참여해 협연을 하고 있다

올해 4년째다. 평창은 물론 남원에서도 했고 3년마다 계약을 했다. 4년째 계약을 또 해서 내후년까지  한다.

계촌마을에서 깊은 산중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클래식을 가르치고 있고 올해부터 남원 산동면에 있는 산동초등학교에서 국악 레슨을 시작했다. 강사들이 하고 있고 하루 특별 레슨으로 참여한다. 계촌마을 아이들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서로 교류를 해서 가르치고 학생들끼리 만나서 같이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 <안숙선의 지음> ⓒSihoonKim

우리 창극에 외국 연출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느낀 생각은?

십여년 전 <수궁가> 를 했던 외국 연출가는 연세가 있으셨는데 그분 부인이 한국인이어서 한국 정서를 이해하고 ‘한국에 오니까 한국이 보이고 판소리 전통음악이 귀에 들어온다’로 우리에게 말해주기도 했다. 판소리를 이해하는 분이었다. 날카로운 음악이 간주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정도로 소리를 아끼고 아는 분이었다. 

그분이 직접 무대미술도 했고 창작 탈도 다 만들어 배우들에게 씌웠다. 소리꾼을 높이 우러러보게 만들고 치마 속에서 다들 나와서 돌아다니는(웃음)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소리가 그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고 명창 속에서 다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해학적인 부분도 참 잘 살리셨다.

그 분의 시선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데 판소리로 시작하고 판소리로 끝내는 판소리극으로 만들면서 우리의 시각으로 만들려고 엄청 노력하셨다.

<춘향가>를 외국인 연출가가 만든 것으로 봤는데 중간에 나온 적이 있다(웃음). 나와는 안 맞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춘향의 고고한 정신이 있느데 요즘 시각으로 보면 아니라는 시각도 있는 것 같아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봤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적인 시각에서 바라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최근 러시아 공연을 다녀 오셨고 영국공연도 예정돼 있는데, 어떤 공연인가?

러시아 공연은 ‘추계 한국문화제’ 행사인데 러시아한국문화원의 초청으로 모스크바 중심에 있는 노바야오페라에서 작은 창극 <심청아>를 공연한 것이다. 극장이 700석 규모라고 들었는데 이틀 동안 관객들이 꽉 찼고 반응도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이주한 고려인들과 교포들도 초청했는데 러시아인들이 더 많았다.

오페라 공연을 즐겨보는 이들이라 창극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한국문화원 관계자와 대사님이 내년에 차이코프스키 극장에 초청해서 해 보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영국 공연은 11월 초로 예정되어 있는데 런던에서 ‘케이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 11월 3일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흥보가> 완창을 하게 되는데 영국 측에서 남녀노소의 하모니를 보고 싶다는 취지에서 만든 공연이라고 한다.  우리 젊은 김준수 소리꾼과 협연할 예정이다. 

김준수와의 협연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젊은 소리꾼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어떤가?

한동안 남자 명창들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요즘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젊은 명창들이 의욕도 있고 연습도 많이 한다. 생각들도 긍정적으로 열심히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어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호흡?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당연히 잘 맞지(웃음).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귀명창도 많이 만들어내고 소리꾼이 많아졌으면 한다. 

예전 인터뷰 하실 때 우리 소리의 퓨전화를 두고 ‘우리소리 본류를 잃을까봐 걱정된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요즘 젊은 국악인들이 퓨전국악으로 관객들을 많이 끌어 들이고 있고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좋지만 우리의 모습을 잃어가며 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희문의 경우는 무대의 형식은 비록 바뀌었지만 제대로 된 소리를 하고 있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바꾸더라도 우리 음악의 본 모습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노래를 다른 음악으로 바꿔버리면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지난 몇십년간 수많은 무대에 서셨고 앞으로도 계속 서실 텐데, 가장 잊지못할 공연을 꼽자면?

최근에 공연한 작은창극 <화용도 타령-타고 남은 적벽>이다. 여성소리꾼만 참여해서 만든 것인데 그 작품에서 ‘조조’ 역을 맡았다. 소리가 잘 안 어울리겠지만 판소리만으로 표현했는데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진들도 음악을 잘 하고 잘 따라온다는 것을 이 무대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소리와 더불어 전쟁의 지략, 전략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소리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조조 역할을 하는 동안은 정말 내가 조조같았다. 흉내를 좀 제대로 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심청이나 춘향 같은 이쁜 역할만 하다가(웃음) 이렇게 성격있는 캐릭터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사실 이 공연 마치고 병이 났다. 드라이하고 거친 소리를 내느라 힘들었었나 보다(웃음).

다른 예술인들의 공연도 많이 보셨을텐데 인상깊게 본 공연이 있다면?

요즘 김일구 선생(김명자 선생 남편)이 국악계에 감동을 주는 공연을 하고 있다. 워낙 타고난 음악기질인데 더 섬세해 진 거 같다. 전주에서 첫 공연을 하고 서울 공연을 하셨는데 그분이 못다루는 악기가 없다. 가야금 아쟁 등 선생님께서 가지고 있는 여러 악기를 다 연주하셨다. 전주 모악당 소리의 전당에 모인 관객들이 감동했다 하더라. 

요즘은 옛날처럼 전체를 다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리와 악기 등으로 세분화 됐는데, 이 분은 악가를 다 하신다. 하나 하기도 힘든데 지치지 않고 그런 음악을 오롯이 들려 주셔서 더욱 긍정적이다. 

최고의 음악이라도 우리가 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소실되는데 선생님께서 우리의 음악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계신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그렇게 잃지 않는 것이다. 훌륭하시다. 그것을 보며 앞으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잊어 버리면 안되니까.

   
▲ 안숙선 명창은 지금도 소리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판소리가 계속 이어지려면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유치원, 어린이집은 어떤지 모르는데 손녀가 유치원에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장난감 바이올린을 가지고 노는 모습은 많이 봐도 대금을 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마저도 어린이집에서 가르칠 때는 잘 따라하는데 어린이집을 나가게 되면 나가게 되면 결국 안하게 되더라.   

미래의 명창을 교육시키는 것도 정말 좋지만 꼭 전공이 아니더라도 귀명창이라도 길러야하지 않나. 어릴 때 배운 것을 기억하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그것을 기억하며 ‘판소리 공연한 번 가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제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 음악을 우리가 모르는 상황이 된 거다.

우리 음악을 하나도 몰라서 실패하고 계면쩍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어릴 때부터 귀명창을 기르고 스타를 기르는 노력이 있어야한다고 본다. 우리의 음악을 알게 해야한다.

만정 김소희 선생께서 ‘야생화처럼 질긴 우리 소리’라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 소리를 듣고 살아가는 이치를 깨닫기에 판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꾸 들려주고 배우게 하면 기가 살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새로운 판소리를 짜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다섯바탕 소리를 잃지 않으려면 자주 소리를 해야 하는데, 새로운 판소리를 만들고 싶다. 이 시대를 담아낸 창극을 하게 되면 소리 짜기가 쉬워질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건강해야하는데 사실 걱정된다. 주변에서 많은 걱정들을 하시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건강하게 계속 활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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