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수의 무용평론]SIDANCE 2018에서 찾은 소통의 두 가지 방법-‘숨’과 ‘함께 홀로’
[이근수의 무용평론]SIDANCE 2018에서 찾은 소통의 두 가지 방법-‘숨’과 ‘함께 홀로’
  • 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18.1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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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수/무용평론가, 경희대 명예교수

올해로 스물한 번째를 맞는 SIDANCE 2018(10.1~19)은 난민특집으로 기획된 7개를 포함, 50개 내외의 초청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내가 본 작품 들 중, 소통이란 주제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간 한 테로 사리넨의 ‘숨’과 졸탄 바쿠여∙첸 웨이 리의 ‘함께 홀로’가 인상적이었다.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 1964~   )은 핀란드의 대표급 무용가 겸 안무가다. 헬싱키 알렉산더 극장의 상주단체인 테로 사리넨 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한국, 네델란드, 캐나다 일본 등 해외무용단과 활발한 협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4년 내한하여 국립무용단과 함께 만든 작품 ‘회오리(Vortex)’를 보고 나는 이렇게 썼다.

“사실에 대한 시적(詩的)표현력을 갖춘 현대무용안무가로 알려진 그가 국립무용단을 만나 동양철학의 진수를 어떻게 표현해낼 것인가. ‘회오리’ 공연을 보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던 생각이었다. 80분 공연은 세 개의 주제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조류(Tides)는 영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쉬지 않고 운동하는 자연의 법칙을 빛과 소리와 사람을 통해 보여준다. 검은 듀엣에 이어 흰색 듀엣이 등장하여 4인무를 이루다가 점차로 흰색을 주조로 변화해가는 모습에서 두 번째 주제인 전승(Transmission)의 메타포를 읽어낼 수 있다. 전승된 에너지가 새로운 도약과 완성을 향한 회오리바람(Vortex)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세 번째 주제다. 테로 사리넨의 섬세한 감성과 국립무용단의 격조 높은 표현력이 물 섞이듯 자연스럽게 융합하면서 최고의 궁합을 성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작품을 가지고 그는 SIDANCE에 참가했다. 올 봄 캐나다에서 초연한 2018년 신작, ‘숨’(BREATH, 10,9~10, 서강대 메리홀)이다. 핀란드 음악가인 ‘킴모 포흐요넨(Kimmo Pohjonen)’과 짝을 이루며 춤과 소리의 융합을 실험한 작품이다. 충격적이면서도 시적인 서정을 발산하는 그의 특징이 살아난 무대였다. 막이 오르기 전 어둠 속 깊은 곳에서 영혼을 깨우듯 웅장한 북소리가 울려온다. 울림소리가 점점 커진다. 무대엔 두 개의 장방형 플랫폼이 대칭을 이루며 ㅅ 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형 아코디언을 가슴에 안은 악사가 왼쪽 무대를, 테로 사리넨이 오른쪽 무대를 차지하고 있다. 진한 원색의 조명이 양 쪽을 번갈아 비추면서 그들이 입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의상의 대비를 부각시킨다.

테로는 무대바닥을 온 몸으로 훑으며 좌측으로 느리게 이동한다. 왼쪽 단 아래에서 그들은 하나가 되어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괴성(怪聲)과 기행(奇行)의 접속이다. 이 접속이 강렬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빛의 매개를 통한 음악과 춤의 만남, 좌와 우의 만남, 상과 하의 만남은 양극화로의 분열이 상시화 된 이 시대에 호흡(숨)과 같이 필요한 관용(tolerance)과 소통(communication)을 상징할 것이다. 테로넨은 그가 꿈꾸는 세계를 작품 중에 의도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충격적인 조명과 음향, 기묘한 의상과 기행은 인간세계의 부조리를 암시하는 그의 언어들이다. 그 속에 숨겨진 진정한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 관객들의 몫이 될 것이다.

졸탄 버쿠여(Zoltan Vakulya, 헝가리)와 첸 웨이 리(Chen-Wei Lee, 대만)가 45분간 전라로 춤춘 ‘함께 홀로’(Together Alone, 10,6, 자유소극장)는 단절된 세계 속에서 소통을 희구하는 개인의 바람을 표현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 할까, “고독은 자신과 함께 함이요 외로움은 혼자 있다는 고립감이다. 고독한 자 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문장이 작품의 주제를 대변한다.

막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전라가 된 그들이 소리 없이 무대를 누비고 있다. 조명이 하얀 바닥을 비추고 정밀한 음악은 점점 음량을 확대해간다. 서로에 대한 배려는 소통의 기본이다. 텅 빈 무대를 따로 혹은 나란히 걸으며 그들은 때로는 대립하고 스치면서 지나가기도 한다. 무아경 속을 헤매는 듯한 진지한 얼굴엔 표정이 없다. 그 진지함은 명상이고 움직임은 몸으로 쓰는 시(詩)가 된다. 벗은 몸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순수한 아름다움, 인간의 몸이 행사할 수 있는 다양한 포즈 등을 숨죽이고 지켜보면서 고독한 시대, 소통의 절실함에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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