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2018. 문화재청 국정감사 성적표① … 돌아보는, 패션쇼 국감
[다시 보는 문화재] 2018. 문화재청 국정감사 성적표① … 돌아보는, 패션쇼 국감
  • 박희진 객원기자
  • 승인 2018.11.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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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8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마무리되었다. 국정감사란 국회가 행정부의 업무를 감시·감독하는 등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를 말한다. 올해 국감에서는 ‘고용세습’ 및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이 이슈가 되어 ‘맹탕 국감’이라는 혹평 속에서도 그나마 국감의 채면이 서긴 했다. 막말과 고성지르기, 삿대질에 면박주기까지 매년 비슷비슷한 정쟁의 장으로 국감이 활용되지만 그 와중에도 날카로운 정책의 질의들이 빛을 보곤 한다. 

지난 1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및 소관기관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다. 이날 개량 한복을 입고 등장한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국감이 끝난 지금까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감현장에 화려한 개량 한복을 입고 등장한 김 의원은 자신이 입은 개량한복의 경우 고궁 입장 혜택에 제한이 생기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 이에 한복의 대중화도 중요하지만 전통 한복의 규정은 있어야한다는 주장과 한복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무분별한 디자인 한복에 대하여 필자 또한 본 칼럼에서 지적(2015년 7월 30일)한 바가 있어 국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한복 대여는 2013년 전주한옥마을의 한 업체에서 개량한복을 대여해주면서 유행이 시작되었다. 화려하고 편안하게 개량된 한복을 입고 전통문화 공간을 나들이하기에는 한복입기가 추억을 남기기에 효과적이어서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가 좋았다. 그해 문화재청은 서울 4대궁궐과 종묘 등에도 ‘한복 착용 무료입장’을 허용하였다. 이에 문화유적지 및 전통문화 공간 곳곳에 한복대여점들이 들어섰고 최근에는 역사의 도시 경주를 비롯해 경기도 용인의 민속촌 등 전국에서 한복 착용 문화가 조성됐다.

국감현장에 김수민 의원은 금박으로 장식된 검은색 저고리와 짙은 분홍색 치마로 이뤄진 개량 한복을 입었다. 이날 의원은 자신과 같은 퓨전 한복을 입고는 더 이상 고궁에 무료로 입장할 수 없음에 대해 언급하며 퓨전한복의 무료입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서울 종로구청의 '퓨전한복 고궁 무료입장 금지‘ 논란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달 종로구청(청장 김영종)은 전통한복의 변질을 우려하여 변형되고 왜곡된 한복에 대하여 문화재청에 ‘한복 무료관람 가이드라인’ 변경을 요청하였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한복’이 아닌 옷에 ‘한복’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검토였다. 현재 문화재청의 ‘한복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서는 ‘생활 한복은 허용되지만 남녀가 성별을 바꿔 입을 수 없고 남자의 경우 두루마리만 입는 것은 불허하며 남녀불문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 권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개량한복’ 논란에 있어 현안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 권장’이라는 문화재청의 가이드라인에 있다. 고궁은 소중한 문화재는 맞지만 종교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복장을 제한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개인의 취양과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한복 착용’에 대한 권장 사안에 있어서도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에 대한 규정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기준이 된다. 한복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그 모양새가 다양하다. 이것은 전통한복을 포함하여 개량한복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궁궐을 찾는 관광객들의 ‘한복’ 복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한복’이라 볼 수 없는 의상들을 ‘한복’이라 부르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렇듯 ‘한복’이 아닌 옷을 ‘한복’이라 하여 우리의 역사문화 현장을 한 낱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무대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두 번째 논란이다. 코스튬 플레이는 만화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의상(costume)을 똑같이 차려입고 사진으로 남기는 청소년 놀이(play) 문화의 하나다. 이들에게 ‘한복’은 이색적인 무대에서 사진을 남기기 위한 하나의 의상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개량한복 또한 사진 속에 특이하고 화려한 모습을 남기려는 이들의 입맛에 따라 변질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전국 역사 문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복 나들이’의 변질된 모습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다.  

한복체험은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한국 문화 체험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관광 상품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다. 한복이 세계인들에게 크게 사랑받게 된 계기도 중요하고, 앞으로의 한복의 대중화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무분별한 ‘한복’ 사용을 우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 높이는 것이다.  

무조건 전통한복을 복원해 그대로 관광지에서 입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전통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거나 야외를 거닐기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편의를 위해 개량한 한복을 입는 것이고, 개량된 한복 또한 동시대 유행에 따라 새로이 디자인되었다. 지금의 쓰임에 맞도록 선조들이 입었던 전통한복이 지금의 개량한복으로 발전되었다.

전통은 보전하되 시대 변화에 유기적으로 상호 보완되어야 전통도 맥을 이어갈 수 있다. 진정한 한복의 대중화를 위한다면 당장 궁궐의 품격을 생각하여- 코스튬 플레이어의 무대가  아닌 우리 전통한복을 알고, 한복 입는 법을 배우며, 한복에 대해 바르게 알아갈 수 있는  한복 나들이 문화부터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