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퀴가 돋아난
김시림 시인 (1965~)
강가 모래톱
촘촘히 찍힌 새 발자국들
그 위에
내 발을 얹는다
물갈퀴가 돋아난
내가
성큼성큼
강으로 들어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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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림의 최근 시집 ‘물갈퀴가 돋아난’(천년의 시작)의 표제시다. 화자는 강가 모래밭을 걷고 있다. 그러다 발견한 새 발자국. 새 발자국들은 모래톱 위에 촘촘히 찍혀 있다. 그 위에 자신의 발을 얹는 화자. 그러자 화자의 발에서 물갈퀴가 돋아난다는 상상을 한다. 물갈퀴가 돋아난 화자가 성큼성큼 걸어서 강으로 들어간다니. 돋아난다는 시각적 심상과 성큼성큼으로 표현되는 동적 심상, 선명한 동선이 한 폭의 그림이다. 단정한 스케치이고 묵화이자 채색화다. (공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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