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임명 과정’으로 살펴보는‘인사 의혹'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임명 과정’으로 살펴보는‘인사 의혹'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1.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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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코드 인사’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경기도문화의전당 신임 사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 있던 인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기도문화의전당 노조가 이에 반발했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후보자 역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 김경수 경남도지사 인수위원 등의 활동으로 원장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진옥섭 이사장이 ‘코드 인사’로 임명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코드 인사’ 의혹이 자꾸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인숙 “민주당 선대위 활동 경력으로 심사 점수 낮았음에도 임명”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4일 자료를 통해 "진옥섭 이사장이 서류심사 합격자 6명 중 5위, 면접심사 합격자 3명 중 3위를 하고도 이사장으로 임명됐다"고 주장했다.

▲ 진옥섭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사진=문화재청)

박 의원 측에 따르면 진 이사장은 서류심사에서 580점을 받아 면접 대상자로 뽑힌 6명 중 5위를 했고 최종 추천자 세 명을 선발하는 면접심사에서는 532점으로 544, 540점을 받은 두 후보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 문화정책국장 출신 A씨가 서류심사 2위, 면접심사 1위로 신임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국 발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진 이사장이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 정책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면서 이번 인사를 '코드 인사'로 규정했다.

문화재청 “점수는 복수 추천자 선정 위한 과정에 불과, 추천 받고 임명했다”

이에 대해 진옥섭 이사장을 임명한 문화재청은 "(박 의원이 공개한) 점수는 이사장을 선정하는 점수가 아니라 이사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점수이며 서류 및 면접 점수는 복수 추천자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일 뿐 이사장 선정 기준은 아니다"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한국문화재재단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개모집, 서류 및 면접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문화재청에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장 후보에 적합한 인물을 복수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류와 면접 점수는 위원회에서 복수 추천자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며 점수는 문화재청에 통보되지 않는다. 문화재청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제출한 추천의결서 및 지원자 이력서, 지원응모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재단 이사장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선정․임명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단 “점수는 하나의 기준, 여러 과정 거쳐 추천자 정한다”

재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임원 결원이 생길 경우 비상임이사와 외부 인사를 포함한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공개모집과 서류, 면접 심사를 통해 임원을 추천하고 있다. 이들은 복수의 후보자를 문화재청에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일반 회사에서도 서류심사 점수가 좋다고 그 사람을 바로 채용하지는 않는다. 점수는 하나의 기준이고 여러 과정을 거쳐 추천자를 정하는 것”이라면서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인숙 의원이 이 부분에 대한 질의를 했지만 ‘이런 의혹이 있으니 이사장이 정말 잘 해야한다’는 입장만 전했다. 만약 정말로 문제가 있었다면 자료 요구와 추궁이 있어야하는데 그런 말이 없었다”는 말도 전했다.

제대로 역할 수행 못하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문화계 ‘코드 인사’ 의혹은 현재까지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 우세하지만 이들이 만약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한다. 

코드 인사 의혹은 어떻게 보면 앞선 정권에서 친정부 인사들이 문화계를 좌지우지해왔고 이로 인해 문화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졌기에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결국 현 인사들의 능력 발휘에 있다. 만약 자신의 역할에서 벗어난다면 이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고 결국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불신을 확신으로 바꾸는 노력.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체들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자꾸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선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예 베일에 가려진 경우도 있다. 이제 그 베일을 스스로 벗을 때가 됐다. ‘오픈 마인드’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