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몸으로 표현하는 '방'에 대한 생각, 그 '제안'을 주목했다
[공연리뷰] 몸으로 표현하는 '방'에 대한 생각, 그 '제안'을 주목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1.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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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김설진 안무가 <더 룸>

무용 공연을 잘 보지 않는 이들에게도 '김설진'이라는 이름은 이제 낯설지가 않을 것이다. '댄싱9'와 드라마 <흑기사>, 여기에 '무한도전'과 각종 예능프로에 모습을 드러낸 김설진을 보며 그가 보여주려는 춤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할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얼마 전에 주어졌다. 바로 김설진과 국립무용단이 손을 잡은 <더 룸>이다.

▲ <더 룸> (사진제공=국립극장)

<더 룸>은 하나의 방을 무대로 무용수 8명이 각자 '방'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들을 안무와 극으로 표현하는 공연이다.

이 공연은 어떤 이야기가 있거나 핵심 포인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어느 방 안에서 펼쳐지고 있을지 모르는 일들, 그 일 속에서 '한 번 이런 일도 있지 않을까?'라고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춤으로 표현한다.

8명의 무용수는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무용단 훈련장이자 스타 무용수인 김미애와 국립무용단 최고참 단원인 김현숙, 최연소 단원인 최호종 등 베테랑과 중견, 신예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춤의 세계가 이 공연의 볼거리다.

재즈 음악과 함께 나오는 두 남녀의 관능적인 춤, 무언극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하는 부부의 움직임,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청소로 푸는 아내가 선보이는 막춤, 한 겹 한 겹 한복을 입히는 손길과 마침내 한복을 다 입은 무용수가 선보이는 한국무용 등이 계속되어 선을 보인다.

한국무용을 느린 재즈 음악에 맞춰 추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오히려 새로운 아름다움과 멋을 풍긴다.

이 작품은 8명의 무용수가 모두 크리에이터로 참여했고 하나의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한 무대에 많은 것을 표현하려다보니 무용 공연에 익숙지 않은 관객에게는 약간의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용은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보는 것이고 그 움직임을 보며 느끼는 생각이 곧 작품의 생각이다. 

<더 룸>은 관객과의 공감을 요구하지도 않고 생각을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방을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라고 관객들에게 전할 뿐이다.

현 시점의 문화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제안을 하고 있다. <더 룸>도 마찬가지다.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몸으로 전하는 제안을 보고 '흠, 괜찮은데' 한 마디만 하면 끝이다. 다양한 춤과 음악의 매력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