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이행자 시집 ‘아름다운 인연’ 시인이 만난 사람들, 시로 승화한 아름다운 인연!
[신간]이행자 시집 ‘아름다운 인연’ 시인이 만난 사람들, 시로 승화한 아름다운 인연!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11.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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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지성사 刊, 신국판, 96쪽(9,000원)
▲이행자 시집 ‘아름다운 인연’ 도서출판 지성사 刊. 신국판, 96쪽(9,000원)

올해 희수(喜壽, 77세)를 맞이한 이행자 시인이 시집 『아름다운 인연』을 펴냈다. 40대 끝자락인 1992년 ‘전태일 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시인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7권의 시집과 3권의 산문집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시집에는 모두 6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표제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집의 중심은 ‘사람들과의 인연’이다.

세상에 태어나 자라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때로는 그들에게서 상처 받고 때로는 위안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러한 관계 맺음 속에서 좀 더 특별한 관계를 우리는 ‘인연’이라고 말한다.

이 시집에서 노래한 시인의 인연 가운데 이미 고인이 된 ‘아름다운 인연’들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름다운 인연’도 있다. 그리고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인이 한때 사랑했거나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연도 노래한다.

1부는 고(故) 고정희 시인, 김진균 선생, 장기려 선생, 이소선 여사, 소설가 이은성 선생을 비롯해 시인이 존경하는 사람들이 중심입니다. 이후 고즈넉한 산사를 노래한 시는 마음을 정갈하게 여미게 한다.

2부는 ‘노래로 내게 온 너에게’ 연작시 9편을 비롯해, ‘그’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 안타까움이 가득 담겼다.

3부는 시인이 현실에서 맞닥뜨린 일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들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켜켜이 추억이 서려 있던 곳을 떠나 용인시로 정착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비수처럼 날카로우면서도 회한 가득한 감정으로 풀어낸다.

4부는 시인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화가, 사진작가, 조각가에 대한 헌시(獻詩)로 엮었다. 시인이 만난 사람들, 시로 승화한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인연.

이행자 시인은 허사(虛辭)를 싫어한다. 그저 자신이 느낀 대로, 본 대로 거침없이 써내려 간다. 시인이 대상으로 하는 자연이든, 사건이든, 사물이든 그리고 사람이든 시인의 직관과 본능에 충실한 묘사가 그래서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이행자 시인과 오랜 세월 함께해온 강민 시인의 「추천의 글」로 마무리 짓기로 한다.

▲지난 5일 희수를 맞아 지인들과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열은 이행자 시인이 자신의 시를 들려주고 있다.

이행자 시인은, 이상한 말이지만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또 혐오한다. 그이가 써온 대부분의 시가 그이가 품어 안은 사람들이다. 『시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아! 사람아』……. 문익환 목사, 김정한, 김진균, 박현채, 리영희, 이소선, 이수호 선생 등 손꼽기 힘들 정도다. 그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정의롭고 낮은 데로 임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숙원인 분단 종식과 민중 해방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번 시집 『아름다운 인연』을 봐도 역시 그렇다. 대뜸 눈에 띄는 시인 고정희, 문병란을 비롯한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그뿐인가 언론, 문화계, 운동권의 이름난 이들……수많은 ‘노래로 온 너에게’ 그이는 끝없는 애정을 쏟는다.

그러다가도 뭔가 마음에 맞지 않으면 칼날처럼 잘라 버린다. 나는 그이의 주변에서 그렇게 밀려나가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이 결벽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독립운동가의 여식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숱한 고난을 겪은 그이의 성장기와 특별한 생활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매사에 우유부단한 나는 그래서 툭하면 야단을 맞는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그이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이행자 시인의 풍요한 인맥과 그이가 지니고 있는 따스하고 아름다운 분위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번 시집 역시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표제다. 부디 날개를 달고 낙양의 지가를 올리기 바란다. - 강 민(시인)-

지은이 이행자
1942년 서울에서 독립운동가의 딸로 태어나 1990년 제3회 ‘전태일 문학상’의 시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 이후 시집 『들꽃 향기 같은 사람들』, 『그대, 핏줄 속 산불이 시로 빛날 때』, 『은빛 인연』, 『11월』 과 산문집 『흐르는 물만 보면 빨래를 하고 싶은 여자』, 『시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아, 사람아!』, 시화집 강민· 이행자 『꽃, 파도, 세월』, 시선집 『파랑새』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