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문화재] 2018. 문화재청 국정감사 성적표② … 다시 봐야 할, 북한 문화유산
[다시 보는 문화재] 2018. 문화재청 국정감사 성적표② … 다시 봐야 할, 북한 문화유산
  • 박희진 객원기자
  • 승인 2018.11.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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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북한 문화재를 개발하는 데 왜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해야하나”… 지난 2018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남북 문화재 공동 발굴 사업을 두고 조경태 한국당 의원이 한 말이다.

여기에 같은 당 김재원 의원도 덧붙였다. “북한문화재를 발굴하는데 국민적 욕망과 그 필요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북한문화재를 발굴하고 복원 하는 데에 우리만 너무 오바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국민을 대표해 정치를 한다는 국회의원의 문화재 의식 수준이 의심될 만큼 납득이 가지 않는 발언이다. 애초에 이 사안이 국정감사에서 문제시 될 만한 일인가 싶다.

한반도의 역사를 모르지 않는다면, 북한문화재가 다른 나라의 역사적 산물이 아님을 안다면 최소한 이 사안을 문화재청 국정감사 자리에서 문제시 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남북 문화재 교류협력을 위해 구체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안이나 현행 지원정책의 개선점들을 다뤄야 했다. 

또한 국민이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인다고 판단됐다면 아직 쓰이지도 않은 내년도 예산에 대해 문제시 할 것이 아니라 전년도 예산과 비교하여 과도한 예산이 허투루 쓰인 근거자료와 함께 내년도 예산 집행의 범위부터 거론됐어야 했다.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남북문화재 교류협력사업은 예산이 집행되지도 않은 사안이며 현재 필요성에 따라 논의만 있을 뿐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정해지지도 않았다. 
  
최근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 유엔총회 등이 개최되면서 거세게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데다 북한을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국민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문화재 영역을 넘어 북한 콘텐츠는 이미 우리 문화 전반에 주목받고 있는 문화 트렌드임을 인지하지 못한 준비부족이 아닐까싶다.  

남북 문화재 협력 사업은 북한문화재를 ‘개발’해서 돈 몇 푼 벌자고 하는 사업이 아니다. 문화재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은 문화유산 보존·복원 기술을 상대국의 전문 인력과의 협업으로 이뤄진다. 즉, 이 사업은 북한이 아니고도 우리민족의 문화유산을 조사, 연구하기 위하여 전 세계 어디서든 상생의 협력으로 이뤄지는 국책사업이다.
 
한민족은 오천 년의 긴 역사를 자랑한다.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면서 그 긴 역사를 함께 해왔다.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부터 따져보면 남과 북의 역사는 수십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긴 역사 속에 한반도는 둘로 나뉘어있었기 때문에 이 땅의 우리 문화재 또한 과거의 역사를 절반 밖에는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의 역사 반은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역사는 곧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만큼 북한의 문화유산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북한 땅에는 한반도 북쪽과 만주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혔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 고려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국보 문화유물’의 지정 상황을 살펴보면, 실지 고구려와 고려시대 유물과 유적이 많다. 북한 땅에는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성, 고려의 수도인 개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남한의 신라나 백제, 가야의 유적과 유물이 많은 것과 대비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고구려와 발해는 역사적으로 문화가 융성했던 시기이다. 그 역사적 자취를 찾기 위한 남북 문화재 협력 사업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업이 된다.    

북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문화유산을 관리, 보존하기 위하여 법률을 마련하고 있다. 1946년을 시작으로 2015년 ‘민족유산보호법’을 개정했고 새로이 채택한 이 법률은 6개 장 6개 조항으로 ‘민족유산의 수집, 평가와 등록, 관리와 이용 등에 관한 제반 문제’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족유산의 범위도 구전문학과 문대예술, 관습, 명절, 전통 수공예품, 민속놀이 등 물질적 유산을 보호 대상으로 확정하고 있는데, 우리로 치면 ‘문화재보호법’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문화유산 법제도는 우리와는 달리 상위법인 헌법을 통해 규정한다. ‘사회주의적 민족문화 건설에서 제국주의의 문화적 침투와 복고주의적 경향을 반대하며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사회주의 현실에 맞게 계승 발전시킬 것’을 강력히 규정하고 있어 사회주의 이념에 맞는 문화재들을 선별적으로 지정해 보호한다. 이렇듯 북한도 우리나 다른 나라들처럼 문화유산을 법 규정에 의해 철저히 관리 보존하고 있다. 다만 독재적 정치체제 특성상 공개되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언제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땅은 아니지만 우리의 문화유산이 온전히 보존되어 그 역사적 흔적을 연구할 수 있음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헌법에 따르면 한반도는 우리의 영토이다.

역사의 흔적들을 온전히 찾아내 후손들에게 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과 북이 문화재 정보를 교류하고 복원하는 일은 지난 정부에도 지속되어온 사업이며 앞으로도 지속 되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반복되는 '초치기 국감', '맹탕 국감'에서도 국민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작게나마 기대하는 것은 적어도 자료 이상의 자료가 국민들에게 공개되고 내가 뽑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다운 결과물과 의회다운 의회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감스타’도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국감 무대를 겨냥한 정치적 한 방을 위해 꼬투리잡기 식의 국감 쇼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제대로 된 의정 활약을 기대하며 국감이 오히려 추진되고 있는 정책에 찬물 끼얹는 일이 없도록 진정성 있게 준비된 국정감사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