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예술계의 촛불혁명
[김승국의 국악담론] 문화예술계의 촛불혁명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8.11.19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이게 나라냐?"라는 절망어린 탄식과 함께 변화와 개혁을 갈망했던 촛불혁명은 새로운 정부를 탄생하게 하였다. 그만큼 국민들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촛불을 든 국민들이 새 정부에 바랐던 것은 변화와 개혁을 통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화예술 현장을 가보면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없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들이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들로 채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과거의 인사들이 아직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고, 개중에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인사도 있어, 많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새 정부의 인사 정책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관을 운영하는 데는 그 기관을 이끌어나갈 리더가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어떤 책무감과 도덕성을 갖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였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전 정부에서 임명한 산하 기관장들이 물러나도록 대놓고 압박을 하던 것을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기억하고 있다. 소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산하 기관장을 물러나게 할 목적으로 특별감사를 벌인다든가, 혹은 대놓고 압박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그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들은 엄연히 임기가 정해져 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모조리 물러나도록 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고 그러한 행위 자체가 분명 적폐이다. 내가 알기로는 새 정부에서는, 적어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전 정권에서 자행된 적폐에 해당하는 그러한 일은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현 정부의 입장이 그렇다면 아주 잘 하는 일이다. 그러한 기조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도 당연하고 옳은 일이지만, 한편으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변화와 개혁의 모습을 빠른 시일 내에 보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해답을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표명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국가의 각종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투명성이 확연히 개선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은  나라다운 세상,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새 정부 들어서 2년 가까이 기다려 보았어도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이 변화와 혁신 없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실망감을 갖고 있다. 

물론 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이라고 모두가 변화와 개혁의 대상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끊임없는 조직의 혁신과 변화를 꾀하는 인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 시절에 비하여 창작환경이 더 개선되었다거나, 문화예술을 중시하는 환경이 더 나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대다수 종사자들은 “도대체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정권이 바뀌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자조 섞인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남북문제와 경제현안 등으로 챙겨야할 일이 많으신 것은 이해하겠지만, 취임 후 지금까지 문화예술 현장에 들러 예술인들의 어려운 사정도 경청해 주시고 다독여 주시는 모습이 없었다는 점에서 서운해 하는 예술가들도 많다. 

전통예술계의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발표된 새 정부의 예술정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정부의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개혁과 변화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새로 수립된 <문화비전 2030>이나 <2018 문체부 업무계획>을 살펴보면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정책이 다루어지긴 했어도, 전통예술계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면 전통예술 진흥을 위한 컨트롤 타워도 부재하고, 진흥을 위한 중장기 종합적인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촛불혁명은 다수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포함된 국민들의 염원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개혁과 변화에 여전히 목말라 하고 있다. 우선순위에서 늘 밀리다보면 현 정권이 끝난 다음에도 목마름은 계속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문화예술계의 촛불혁명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또 불발로 미완의 혁명이 될 것인가? 이런 우려와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가시적인 변화와 소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