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를 기다리며
[백지혜의 조명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를 기다리며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11.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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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이맘 때 미국 뉴욕에 여행을 가면 결코 빠드지리 말아야 할 코스가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구경이다. 이미 그 역사가 85년인 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은 매년 어디에 있는 나무인지 그 크기와 무게 그리고 공수하는 방법등 여러 가지 뉴스를 실어 나른다.

일반적으로 전문가가 있어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엄격한 잣대를 거쳐 선정하게 되는데 미국 어느 지역 의 나무가 선정이 되었는지, 언제 출발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운반하는지, 뉴욕에는 언제 도착하는지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어디로 가는지 - 보통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운동을 위한 목재로 사용하는 등 공공재로 이용된다고 한다. - 모든 과정을 시민들의 관심이 떠날 수 없도록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공유한다.

2010년에는 피터액션이라는 911테러 당시 그라운드 제로에서 구조 활동을 했었던 소방관이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자란 나무를 기증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점등식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가까이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스크린 그리고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기도 한다.

주변의 Channel Garden의 천사 조형물 장식이나 길건너 Saks Fifth 백화점의 Show Window Display는 덤이다. 여러개의 show window가 이어져 있고 차례로 모두를 돌아보고 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이 된다.

이 시기만은 상품이 아닌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나누어 행복한 메시지를 담는 것이다. 가진 자보다 고단한 삶을 사는 이민자의 비율이 훨씬 많은 뉴욕에서 이러한 이벤트는 매년 새로 시작될 새해를 준비할 에너지를 준다.

나 역시 유학 당시 이 곳에 와서 현실은 다를지 모르지만 남들과 똑같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 사진을 찍었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누가, 왜, 어떤 이익이 있어 이런 일을 매년 하는가? 
  
메리가 붙지 않은 크리스마스는 어색하고, 그 날의 주인공이 아기 예수가 아니라 산타클로스라고 답할 사람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은 유통업계, 호텔등의 집객요소이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올해,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커지고” “ 빨라 졌단다.” 11월초부터 장식이 불을 밝혔고 모 백화점 광장에는 작년 록펠러 센터에 설치되었던 것과 같은 크기인 높이 23m, 무게 5톤에 이르는 대형 트리가 세워질 전망이다. 

매년 이 맘 때 서울시 좋은빛 위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건물장식에 대한 심의를 한다. 일시적인 설치이기는 하나 장식조명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빛의 움직임, 반짝이는 효과의 휘도가 주변에 빛공해의 원인이 되지 않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재미있는 것은 타 건물에 대한 심의와는 달리 의견이 분분하다. ‘일시적이어도 - 2달 정도-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라는 입장과 말 그대로 여러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축제의 빛이며 공공을 위해 점등 시간도 늘여주고 특별히 문제가 될만한 - 과한 빛의 움직임, 변화, 색상, 밝기 - 질의 빛이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장식조명을 설치하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예를 들어 제2롯데월드 타워의 경우 미디어 파사드 영상이 원거리에서 보이려면 빛공해 방지법에서 기준하는 휘도값 이내라고 하더라도 근거리 - 길건너 주거지역 - 에서는 영상의 움직임이 시각적 공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영상이 돌아가는 높이는 건물 높이 이상에서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하늘까지 보이는 창에서 보여지는 영상이 사람에 따라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나의 주장은 ‘공공성’에 기반한다. ‘조명이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늘여주었고 그로 인해 삶의 질이 높아졌다’라는 전제하에, 그리고 ‘빛공해로 인한 피해 때문에 밤에 빛이 없는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다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리는가, 효과를 얻는가 대한 질문의 답이 곧 내의 주장이어 왔다.

‘일반적으로 고급주거단지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을 가릴만한 장치를 할 것이다’라는 추측과 일부는 - 몇% 정도일지 몰라도 - ‘집앞에서 펼쳐지는 조명쇼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라는 초긍정의 논리로 관광특구는 - 잠실 일대는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사람이 모일 동기가 되는 시각적 자극이 필요하고 축제의 빛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의견을 낸 기억이 있다. 

바램이 있다면 그 축제의 빛이 조금 더 친절하게 공공하게 다가왔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그 주변에 살아 축제의 장이 됨으로써 얻는 이익과 손해를 고스란히 안아야하는 사람들은 그 축제의 빛이 어떤 의미를 갖으며, 어떻게 만들어 질 것이다. 어느 만큼 진행되었다. 등등.. 공감하고, 기대하고, 자랑스러워할 이야기 거리를 공유해 주었으면 좋겠다. 

경제논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축제의 빛을 통해 다수의 시민들은 활력을 얻고 행복을 느낀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