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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철호 국립극장장 “국립극장의 공공성 강화하겠다”
“2020년 개관 70주년 북한 국립예술단 초청할 것, 100년 토대 세울 것”
2018년 11월 20일 (화) 16:10:24 이은영 발행인/임동현 기자 press@sctoday.co.kr

국립극장.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대표 극장이지만 최근 국립극장의 모습은 ‘공공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보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창극이 젊은 층의 인기를 모으며 국립극장의 대표 장르로 우뚝 섰고 각종 문화행사와 공연이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국립'이라는 이름이 주는 '공공성'에 과연 부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오랜 기간 자리가 비었던 국립극장장에 국립국악원장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장을 지낸 김철호 국립극장장이 임명됐다. 아직 취임 초기라 구체적인 비전을 내세우기에는 다소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국립극장의 정상화를 이루어주길 바라는 기대감과 지난 간담회에서 밝힌 ‘북한예술단 초청’ 등의 계획은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2020년 개관 70주년을 맞게 되는 국립극장. 과연 국립극장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가을빛깔로 곱게 물들어 가는 11월, 남산의 국립극장을 찾아 김철호 극장장을 만났다.

   
▲ 김철호 국립극장장

얼마 전 취임 1개월 간담회에서 국립극장의 새로운 비전으로 ‘시대적 예술 흐름의 선도 역할과 공공성 회복’을 제시했다. 어떤 방법으로 공공성을 회복시키려하는지?

모든 분들이 다 알다시피 국립극장은 공공예술의 최전방에서 우리 공연의 역사를 이끌어왔다. 지금보다 공연 기회가 더 적었을 때는 그 역할이 더 도드라졌지만 이제 공연 기회가 점점 넓어지고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국립극장의 좌표가 의미있는 방향으로 설정이 되어야하는데 그 방점 중의 하나가 공공성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일반 공연예술단체가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 담아내기 어려운 주제, 실험적인 작품들을 하려는 마음이 있다. 일반 단체는 사실 경제성을 생각안할 수 없기에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부분을 생각할 것이고 그렇다면 실험적인 작품이나 소외되는 주제 등을 적극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주제나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상업성이나 대중성에서 모험이 필요한 부분들을 광범위하게 하려고 한다. 시대 상황에 맞고 공공성에 맞다면 의미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 본다.

문화복지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예술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내용과 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사 문제가 첫 시험대가 될 것 같다.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에 관심이 높은 걸 잘 안다"며 "합리적인 예술단 운영과 간부 선임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기준을 세웠는가?

어느 조직이든 사람이 일을 하고 좋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해서 좋은 기관이 된다고 본다. 당연히 나로서는 국립극장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분들이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 통해 선임될 수 있도록 내 역할을 다하는 게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이 굉장히 원칙적이고 기본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바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기본과 원칙에 소홀해졌기에 일어난 것들이다. 문화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원칙이 훼손되고 상식이 벗어나는 경우를 느낀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그건 안 된다고 본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하겠다. 사람은 건강을 잃으면 삶을 잃지만 신뢰를 잃으면 존재를 잃는 것이다. 

최근의 남북 공연단 교차 공연이 있었는데 우리 전통공연은 양쪽 다 제대로 볼 수 없었다. ‘70주년 공연 초청 공연’과 더불어 ‘남북 공동 작품 제작’까지 언급했는데, 염두에 둔 계획이 있는지?

간담회에서 말한 그대로다. 2020년 해오름극장 리모델링이 끝나면 세계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한 기념 페스티벌을 열 예정인데 거기에 북한 국립예술단을 초청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실천하고 실현하려면 여러 과정을 거쳐야할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가 남북교류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국립극장은 ‘전통예술의 현대화, 현재화’라는 미션이 있는데 그 입장에서 보자면 남북 양측의 민족 동질성과 문화적 통일성을 지향하는 남북 화해 협력 기조에서는 국립극장과 국립예술단이 중심이 된 남북한의 문화예술 교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0년 개관 70주년과 해오름극장 재개관을 맞이해서 세계 속에서 서로 화해하고 통합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염원이 공연을 통해서, 국립극장이라는 의미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도록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가, 그것에 나와 극장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지금 국립창극단의 공연이 젊은 층들이 좋아할 정도로 국립극장의 대표 공연이 됐는데 창극을 북한과 함께 할 생각이 있는지?

열려있다. 창극이 상당히 대중의 호응을 많이 받고 있고 현대적인 기법들을 받아들이면서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장르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금 북측의 국악이 계량화, 현대화되어있다고 하지만 민속예술의 부분을 우리 창극과 결합해 새로운 모습의,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창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른 현대적인 예술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북측 예술인들과 교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창극의 교류와 공동 작업도 이루어지리라 생각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장으로서 금강산에서 열린 윤이상 작품 남북 합동 연주에 참여한 바 있으며, 평양음대도 방문한 적 있다. “전통예술의 현대화·세계화와 시대를 아우르는 시대의 예술을 하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라고 한 점에 방점을 찍고, 북한의 전통예술과 우리 것을 비교 하신다면?

윤이상 음악제를 북측과 같이 할 때 판소리나 정통적인 국악은 접촉을 못했고 평양 교육기관에서도 전통적인 것은 못 본 것 같다. 사실 짧은 시간 동안 있었기 때문에 없다고 정확하게 말을 할 수는 없다. 어디에서인가는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립국악원에서 북한 음악 연구하시는 분들이 계시긴 한데 공식적으로 교육 체계를 가지고 전수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은 국악의 현대화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양 악기와의 호환성이 보이는데 서양 악기, 음악과의 호흡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러다보면 한국적 음악의 특징이 약해질 수 있다. 이조와 전조, 서양 악기가 공동으로 연주되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데 전통과 개량화된 부분이 결합하면 긍정적인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국립극장과 국립국악원의 정체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전통의 보존과 전승, 교육의 역할이 크다. 연구 대상이 토속적인 것부터 궁중에 관한 것, 북한에 관한 것, 중앙아시아 한민족, 외국에 나가있는 한민족 등으로 넓고 한국인이 향유하는 문화는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이다. 공연예술 역사에 대한 정통성에 관한 문제도, 정책도, 전통예술 교육 정책과 비전도 국립국악원이 담당한다. 굉장히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극장은 공연기관이다. 보존 전승보다는 현재화, 현대화, 동시대의 예술로서의 비중이 더 크다. 따라서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은 확연히 다르다. 궁중예술만 해도 국립극장은 수용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국립국악원만이 궁중예술을 수용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

   
▲ 인터뷰에 응하는 김철호 국립극장장

그동안 서울시관현악단을 비롯, 국립국악원 정악단, 대전시립관현악당 등을 맡으면서 국악에 실험정신을 접목한 새로운 국악 발전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도 있더라. 구체적으로 국악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꾼 것인지 궁금하다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예술 장르에도 관여를 했는데 주로 현대화하는 작업이 많았다. 물론  전통공연예술의 중요한 미학이 내 영혼의 원천이라는 것이 내 신념이고, 내게 끊임없이 에너지를 부여하는 창조의 힘은 전통에 있다고 믿고 있다.

결국 예술은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가야한다고 본다.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기술자가 아닌 한 반복되는 작업에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옛날 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조선시대 초기 음악이 그대로 남아있었겠지. 전통이 정상적으로 진화했다면 어떻게 진화했을까. 과거의 명인들이 이 시대에 계셨으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무대를 이끌었을까 그 생각으로 지금도 가고 있다.

지금의 전통도 많은 변화를 겪으며 이어진 것이다. 서양의 음악이 들어올 때 이를 수용해야하는지, 아니면 우리 전통을 고수해야하는지를 놓고 토론이 있지 않았나. 지금도 과제고. 그게 현재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내내 이어져온 것이다. 전통을 지켜야하느냐 국제화를 시키느냐라는 충돌이 있어왔고 충돌하고 소통하면서 담론이 이루어진 것이다. 예술적인 영감, 시대적인 환경, 시대적인 담론과 다 연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히려 많이 무너지고 넓어져야한다고 본다. 넓어지면서 다시 본질로 돌아가는 순환적인 회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은 좋은 공연을 해야 하고 우리 국민들이 폭넓게 공연을 즐기고 향유하게 하는 것이 극장이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이제 내후년이면 개관 70주년인데 조금 있으면 100주년이 온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100주년을 바라볼 때 앞으로 30년간 어떻게 진화하고 확장성 있는 기관으로 갈 것인가를 보고 100주년을 준비하는 토대를 마련해야할 것 같다. 

그 동안의 공연과 공연의 역사를 바탕으로 미래의 국립극장을 어떻게 발전시켜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난 역사를 공부하고 그 속에서 영감을 얻어낼 수 있는 공연예술 아카이브나 공연예술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 역사를 일궈온 훌륭한 예술가들과의 만남, 공연예술아카데미 등도 필요할 것 같다. 이 프로그램들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서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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