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기묘여행>
살인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기묘여행>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1.3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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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사형제도에 대한 화두 던져

극단 산수유의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이자 열 두 번째 정기 공연인 연극 <기묘여행>이 12월 6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된다.

토시노부 코죠우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연극 <기묘여행>은 3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의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의 1박 2일 간의 짧은 여행을 통해 '사형제도'에 대해 조심스럽게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 지난 2010년 초연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으며 류주연 연출가는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연극 <기묘여행> (사진제공=극단 산수유)

작품은 살인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가 아니고 살인 사건에 대한 동기나 의도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살인이라는 1차 재해에 가려져 있던, 2차 재해를 겪고 있는 남겨진 이들에 집중한다. 

죽은 딸의 복수만을 기다리며 버텨 온 피해자의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겨우 일상을 이어가는 어머니, 살인을 저지른 아들이지만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부모를 통해 연극은 눈앞에 보이는 분노와 광기를 내려놓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깊숙이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증오와 원망, 죄책감과 불안에 흔들리지만 끝내 '순수한 인간의 양심’과 ‘생명의 의지’를 저버리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명의 존엄성과 숭고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극에는 또 기묘한 여행을 알선한 코디네이터와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등장하는데 코디네이터는 교도관으로서 사형을 집행한 적이 있고,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는 타인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 이들은 어줍잖은 화해와 용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 이해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한다. 

살인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은 어둡게 묘사되지 않는다. 원작 속 고통과 분노, 광분, 슬픔 등의 표현은 절제되고 적절한 유머와 위트가 작품 전반에 깔린다. 

이선주, 임형택, 권지숙, 오일영, 신용진, 강선영 등의 배우가 출연하며, 온라인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