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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의 뮤지컬레터] 국악극 ‘대청여관’의 남미정 연출에게
2018년 12월 03일 (월) 18:19:31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sctoday@hanmail.net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일본에서 국악극 ‘대청여관’을 보았습니다. 주일한국문화원의 연말 특별 기획공연이기도 했습니다. 국악극 ‘대청여관’은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대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 전국을 돌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지요. 이 작품은 ‘부산’과 ‘국악’이 만난 성공작입니다. 

2013년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부산근현대사 공연 주제 공모전’에서 ‘대청여관의 국악인들’이 선정되었습니다. 작품을 구성한 전구슬은. 국악을 사랑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국악동요 ‘상모야 돌아라’(2014년 ‘제 28회 창작 국악동요제’, 우수상)의 작사하고 작곡을 하기도 했지요.

전구슬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이수자이기도 하고, 어린이 국악관현악단 (김해대곡초등학교) 지휘자로도 활동한 바 있습니다. 우리 음악을 잘 알고, 지역문화를 잘 아는 분이 구성했기에, 일단 작품의 기초가 아주 든든한 작품이었습니다. 

‘대청여관’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 대청동에 있던 여관입니다. 피난 시절 국악인들이 대청여관에 모이게 되었다고 하지요. 그들은 모두 여관비를 낼 형편이 못 되었는데, 국악을 사랑하는 주인의 배려가 있었고, 또한 피난민에게 공연도 해주면서 힘겨운 시절을 버겁게 견뎌내게 됩니다. 대청여관은 이렇게 한국전쟁 당시의 부산을 배경으로 약 3년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부산에는 예전 ‘하야리아 부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현재 국립부산국악원의 건너편에 바로 미군부대가 있었습니다. 부산진구 연지동에 위치한 하야리아부대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주둔한 곳입니다.

1950년 9월, 주한 미군 부산기지사령부가 이곳에 설치되었는데, 국악극 ‘대청여관’에서는 여기와 연관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국악인들이 여기서 공연을 하면서, 꿀꿀이죽을 얻어서 연명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하야리아부대의 공연은 우리의 ‘전통음악’ 공연은 아니었지요. 미군이 좋아하는 노래를, 그들이 좋아하는 의상을 입고 펼친 공연입니다. 어찌 보면 국악인들이 순수한 우리 음악을 버리고, 시대에 영합해서 이류연예인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베사메 무쵸(Bésame mucho)를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오히려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극적 구성으로 볼 때, 전통음악으로 구성된 작품이 훌륭하기는 해도 때론 음악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 이런 장면을 통해서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젊은 국악인들의 또 다른 장기와 매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됩니다. 

남미정 연출님, 저는 이 작품을 통해서 당신의 훌륭함과 더불어서, ‘연출은 정말 이래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당신은, ‘극본’을 아는 연출입니다. 당신은 ‘배우’를 아는 연출입니다. 박현철의 대본은 참으로 ‘인간미’가 느껴지는 대본이었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저마다 다른 기질을 드러내는 예술인들의 속성이 이 작품 속에 잘 살아있었습니다.

부산이라는 드넓은 ‘바다’가 있는 지역과, 전쟁 속의 현실인 대청여관을 ‘어항’ 속에 비교하면서, 작품 속의 당신이 만든 대사들은 가슴에 꼼꼼히 파고들었고, 마음을 축축이 적셔주었습니다. 이런 대본과 대사를 잘 살린 것이 바로 남미정 연출인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은 남미정연출을 참 고마워할 것입니다. 어찌 그리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잘 살려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주인공이 분명 존재하는 작품이지만, 작품의 부분마다 마치 ‘씬 스틸러’처럼 출연한 사람들이 모두 주목을 받게 되는 장면들로 연결됩니다. 

여주인공은 ‘윤자’입니다. 국립국악원에서 민요를 전공한 김세윤은 좋은 연출을 만나서 작품의 무게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동을 하게 되는 건, 주인공을 살려주는 ‘또 다른 주인공’ 덕분입니다.

국립부산국악원의 무용단원 이도영은 작품에서 대사 한마디 없고, 오직 자신의 전공인 춤으로 많은 걸 표현해냅니다. 작품 상 다소 밋밋해질 수 있거나 상투적으로 될 수 있는 ‘윤자’의 캐릭터에 무용이 겹쳐지면서, 작품의 감동을 배가(倍加) 되고 있습니다.

전통무용에서 모던댄스까지 넘나들면서 이도영은 크게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김세윤과 이도영은 이렇게 ‘한 짝’이 되면서, ‘국립부산국악원’에 좋은 인재가 많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남주인공 ‘싸가지’ 역할을 맡은 ‘정가’를 전공한 이희재도 주목하게 되죠. 정가(正歌‘)에 속하는 ’월정명’과 ‘백구사’를 잘 배치하고 있습니다. 가식(假飾)이라고 전혀 없는 이희재를 통해서 진정성있게 전달된다는 점입니다.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을 정가풍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극을 통해 잘 전달됩니다. 작품의 키워드인 ‘줏대’를 드러내는 캐랙터로서, 어려운 시절을 자존심을 지켜가면서 국악을 지켜낸 작고(作故) 국악인의 표상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또 다른 무게중심이 되는 건 김미진입니다. 대청여관에 기숙하게 된 국악인(판소리)의 리더인데, 김미진은 마치 연출인 ‘남미정의 페르소나’처럼 극에서 적역을 맡아 큰 활약을 합니다. 

대청여관에는 유일하게 일인이역을 능숙하게 소화한 배우가 있지요. 민요단원 이은혜는 극의 전반부에선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그러다가 극의 중반부에는 남주인공의 아내 역할을 맡아서, 세파에 찌든 생활력이 강한 여인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를 통해서도 웃음과 감동을 줄 줄 알더군요. 

대청여관을 운영하는 부부역할의 김기원과 신현주, 부포놀이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최재근, 남장여인으로 미스테리를 간직한 신진원, 국립국악원 원장 역을 맡은 심원석도, 이 작품에서 모두 맹활약을 합니다. 

저에게 이런 출중한 배우 중에서 딱 한 사람만 얘기하라고 하면, 저는 ‘포마드’ 역할을 맡은 김성수를 뽑겠습니다. 현재 대학로에서 활약하는 배우를 만난 것 같습니다. 원래 무용전공이라고 하는데, 어찌 이렇게 모든 것을 능란하게 잘 해낼까요?

그가 극에서 ‘살풀이’를 추고 나서, 그 살풀이 수건을 대청여관의 빨래줄에 거는 장면은, 이 작품 ‘최고의 순간’으로 찌릿하게 감동적입니다. 

남미정 연출님, 이 작품의 미덕은 참 많더군요. 첫째,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고 단 한 마디도 외치거나 강요하지 않으면서, 국악의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잘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전통음악의 가무악희(歌舞樂戱)가 배우와 스토리 속에 잘 용해되어 있습니다.

둘째, 한국의 근현대사와 ‘부산’을 잘 연결시킨 점입니다. 한국전쟁 때의 부산과 훗날의 ‘국립부산국악원’과 연결고리를 잘 맺게 한 점이지요. 어려운 시절 국악을 했던 분들의 애환을 잘 녹여냈습니다. 이외에도 좋은 점이 많지만, 여기선 이렇게 딱 두 개만 확실하게 말하려 합니다. 

작품을 다 보고 나서 정(情)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은, 한국적 정서에서 키워드라고 할 ‘정’의 따스함과 깊이를 잘 전달받았을 겁니다. 이는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서편제’의 한(恨)과는 또다른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입니다. 

남미정 연출님, 이 작품이 대한민국에서도 방방곡곡 어디서나 보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앞으로도 ‘정’이 듬뿍한 작품에서 배우로서, 연출로서 또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국악극 ‘대청여관’에 관계된 여러분,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따스한 박수를 보냅니다. 

* 국악극 ‘대청여관’, 2018. 11 15 ~ 16. 주일한국문화원 한마당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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