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이야기] 미세먼지와 빛공해, 어느 편이 더 나쁠까?
[백지혜의 조명이야기] 미세먼지와 빛공해, 어느 편이 더 나쁠까?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8.1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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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내일도 미세먼지가 나쁨이라고 합니다. 외출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미세먼지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빛에 대한 생각을 한다. 

지인들끼리 우스개 소리로 지속적으로 미세먼지를 마셔서 건강이 나빠지는 것과 과한 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건강에 해를 입는 기간을 비교하는 실험을 누가 안하나? 라는 이야기를 한다. 

국내의 연구진에 의하면 식도로 유입된 미세먼지는 이틀 만에 몸 밖으로 빠져나오고, 코를 통해 기도를 거쳐 흡입된 미세먼지는 배출까지 7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 때, 배출 과정에서 소량의 미세먼지가 간과 신장 등 일부 장기로 이동하거나 혈액 속에 남아 돌아다니다 어디에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미세먼지는 대부분이 배출된다니 안도감이 들면서 동시에 의구심이 든다. 배출되지도 않고 계속 해를 입게 되는 빛공해, 조금만 신경써서 관리하면 충분히 그 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데 왜 빛공해에 대하여는 미세먼지 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

빛공해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우선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눈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호르몬의 변화를 일으켜 유방암의 원인이 되거나 생체리듬이 깨뜨려 불면증을 야기한다. 불면증은 야간 수면의 질 뿐만 아니라 주간의 삶의 질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이로부터 좀 더 범위를 넓혀가면 생태계에 대한 교란으로 간접적인 피해를 입는다. 새들이 도시로 몰려 사고를 당하고 강의 물고기는 다리의 조명 때문에 산란 시기의 오류를 보인다고 한다.

플로리다에서는 바다거북이 육지에서 알을 낳으면 아기 바다거북이 달빛을 보고 바다로 돌아가야하는데 인근아파트의 불빛을 보고 도로를 건너 아파트를 향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바다거북의 산란시기에 일시적으로 도로의 조명을 끄고 아파트의 조명을 줄여달라는 캠페인을 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빛공해의 주범인 상향광 때문에 밤하늘의 별빛 관찰이 어렵고, 매미는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울어대는데, 우리는 한번도 “어느 지역은 빛공해가 심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은 바가 없다.

서울은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도로, 교통량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다. 더구나 치안이 좋아 밤 늦은 시간까지 야간활동이 멈추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빛요소도 세계 어느 도시보다 많아 이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공해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조사기관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0에서 2014년 5년간 빛공해 민원이 5,410건이 발생했는데, 2014년에만 1,571건의 민원이 접수돼 빛공해 민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고 2013년 환경부와 공동으로 서울시 전역 빛공해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는데 옥외 인공조명의 빛방사허용기준 보다 평균 41%가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서울시는 서울시 전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나누고 빛방사허용기준을 마련했다. 아름다운 야간경관을 위해 적극적으로 조명계획을 장려하되 넘지 말아야할 선에 대하여는 기준을 정해두고 있는 것이다.

이제 3년이 흘렀고, 올해는 빛공해가 줄어들었는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두고 관리 해 온 정책의 실효성이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빛공해를 효율적으로 관리 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요소들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점검하는 해이다.

이미 건물에 설치되는 장식조명이나 도로, 공원에 설치되는 공간조명은 빛공해 민원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좁은 주택가 골목의 보안등도 창문으로 빛이 새어들어가지 않도록 차광판을 덧대는 것이 일반화될 만큼 성과가 있다고 본다.

물론 아직까지 간판의 조명 - 특히 불법 디지털 광고물들-, 교회의 십자가 조명은 가이드라인 밖의 빛이어서 그에 대한 민원은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조명을 설치하는 모든 사람들이 빛공해에 대하여 염려해야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서울시에서는 민관이 함께 관리하는 빛공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관 주도로, 엄격한 규제로 강제하던 것에서 빛공해 방지법에대한 시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빛방사 허용기준 준수가 빛공해로부터 개인의 삶의 질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미세먼지 예보만큼 모두가 귀기울이거나 강한 마음의 동요도 일으키지 못할지 모르지만,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전달해야할 메시지인 것은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캠페인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