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되지 않은 언어로 전해지는 자연과 아이의 교감
오염되지 않은 언어로 전해지는 자연과 아이의 교감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12.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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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옥 자전적 소설 <바람모퉁이>
 

이한옥 작가의 자전적 소설 <바람모퉁이>가 좋은땅출판사에서 출간됐다.

<바람모퉁이>는 자전적 소설이지만 서정이 물씬한 에세이로 보인다. 오염되지 않은 언어로 유년의 미소와 두려움과 눈물의 성장을 잔잔히 그리며 우리의 옛 모습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년의 반추를 통해 사랑으로 잉태한 생명이 부모, 형제, 이웃의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린다. 인생의 시작은 집, 안락한 우주라 말한다. 문밖에 쌈줄이 걸리면 새로운 사랑의 양분이 생산되는 곳, 비바람도 막아 주고 행복이라는 열매도 키우는, 모든 것을 품는 곳이라 한다. 제비집조차도 안락하게 여긴다. 

아이 적 저자는 부모를 무의식으로 바라보며 시조와 타령을 따라 읊고, 흙 속에서 일을 거든다. '후후' 혼을 불어 넣은 음식을 먹고, 지엄한 가르침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귀신과 땅속 생명의 존재도 배운다. 돌부리에 넘어지고 상처도 자랑하며, 위험한 요소들과 나약함에 기연히 맞선다. 칠흑의 어둠 속에서 하필 도깨비불도 만난다. 

또 맴생이와 잠자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새호리기와 참새와도 한 판 붙으며 나뭇가지에게 말을 걸고 바람에 노래를 실어 하늘로 보낸다. 

이처럼 <바람모퉁이>는 사람보다 자연과 교감을 더 잘하는 아이를 통해 동심의 세계를 재미와 감동으로 두드리고 아이가 자라 듬뿍 받은 사랑을 나누면서 전해지는 훈훈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