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우리에게 왔다. 완성된 '대고려전'을 꿈꾸며
고려가 우리에게 왔다. 완성된 '대고려전'을 꿈꾸며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2.07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고려가 우리에게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4일부터 열린 특별전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이하 '대고려전')이 그것이다.

'대고려전'은 전시 시작 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화제가 됐던 전시였다. 취임 1주년을 맞았던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가장 강조했던 전시로 대고려전을 꼽았고 북한에 있는 '왕건상'을 전시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1월에는 고려 대장경판과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진 건칠 희랑대사좌상을 해인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기는 '이운 행사'가 열리면서 분위기를 돋웠다. 물론 이 행사를 놓고 호불호가 엇갈렸던 부분도 존재했다. 

▲ 건칠 희랑대사좌상
▲ 국립중앙박물관은 왕건상 자리를 그대로 비워뒀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기다리면서.

아쉽게도 왕건상은 박물관에 오지 못했고 박물관이 추구하려했던 '스승과 제자의 만남'도 무산됐다. 하지만 박물관은 건칠 희랑대사좌상 옆자리를 그대로 비운 채 전시를 하고 있다. 언젠가는 왕건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 나아가서는 북한에 남아있는 고려 문화재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빈 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전하는 듯하다.

왕건상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 '대고려전'에서 왕건상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대고려전'의 핵심은 고려를 상징하는 각종 문화재들을 만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고려'라는 나라의 규모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총 45개 기관이 소장한 450여점의 고려 문화재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대고려전'은 충분히 기대를 가지고 볼 만하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의 영어 표현인 '코리아(KOREA)'는 '고려'에서 나온 말이다. 주변 나라들과의 활발히 교류하며 밖으로 열려져 있던 고려의 모습으로 '대고려전'은 출발한다. 이어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다채롭고 화려한 미술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회화, 금속공예품, 나전칠기, 자기 등 고려미술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고려청자', 그리고 화제가 된 건칠 희랑대사좌상, 유일하게 현존하는 고려시대 은제 주자 등이 그것이다.

▲ 고려시대 은제 주자

'고려 사찰'은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고려는 불교가 국교였기에 그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불교문화가 정점을 이루었다.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에 소장된 <아미타여래도>,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둔황 수월관음도>, 해인사에서도 만날 수 없는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 고려불화의 대표작인 <수월관음도> 등이 고려의 화려한 불교미술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 미술의 화려함을 보여준 점은 좋지만 이 전시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차가 있는 공간'이다. 고려의 다점(茶店)을 통해 차가 일상 속에 깊숙히 자리한 고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있지만 도구 전시와 미디어 아트로만 표현한 점은 아쉽다.

차라리 관람객들이 편하게 앉아 차를 직접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고려의 차 문화를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공간이었다.

▲ 아미타여래도
▲ 가장 오래된 화엄경 목판

고려 공예 기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을 거치면서 '대고려전' 관람이 마감이 된다.  미진한 부분도 사실 있다. 전시가 불교미술에 쏠려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고려시대가 불교미술의 최전성기이기에 불교미술이 중심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고려의 서민문화나 청자를 만드는 기술 등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어쩌면 이 전시는 '미완성의 전시'인지도 모른다. 북한과의 교류가 이뤄져야 고려의 문화재를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 왕건상은 물론 북한의 문화재들이 들어올 것이고 그때쯤이면 더 자세한 '대고려전'이 열릴 것이라는 바램을 가져본다. 완성의 날을 기다려본다.

'대고려전'은 2019년 3월 3일까지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기간까지 왕건상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