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엠', 파리 뒷골목의 비극을 우리 이야기로 만들다
'젊은 보엠', 파리 뒷골목의 비극을 우리 이야기로 만들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2.10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오페라 <라 보엠>은 푸치니의 대표적인 오페라이자 국립오페라단이 매년 연말 선보이는 대표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올해도 12월을 맞아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라 보엠>이 선보였다.

워낙 유명한 공연이고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공연이기에 굳이 재론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이번 <라 보엠>을 보며 느낀 묘한 '공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 사랑에 빠진 미미(이리나 룽구 분)와 로돌포(정호윤 분)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공연 전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라 보엠>은 세계 무대의 오페라 스타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젊은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최전성기의 성악가와 국내에서 주목받는 실력파 성악가들의 특별한 만남이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미미 역의 이리나 룽구와 서선영, 로돌포 역의 정호윤과 이원종, 무제타 역의 강혜명과 장유리, 마르첼로 역의 이동환과 최병혁 등이 보여줄 '젊은 보엠'을 기대하라는 국립오페라단의 이야기가 있었다.

<라 보엠>은 19세기 파리의 크리스마스 이브, 다락방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를 썼던 종이로 불을 때고 밀린 방세 독촉을 받는 예술가들 중에는 가난한 시인 로돌포가 있다. 그 로돌포에게 이웃에 사는 여인 미미가 찾아오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라 보엠>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가난한 연인들의 힘겨운 사랑이다. 흥겨운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고 막이 바뀌면 다시 춥고 어두운 겨울의 모습이 나온다.

가난과 병 때문에 갈등하는 연인들, 그리고 병에 걸려 죽어가는 미미와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 것도 해 줄 것이 없는 로돌포와 친구들의 슬픔이 전해진다.

'젊은 보엠'이 보여준 19세기 파리 뒷골목의 겨울 풍경, 이게 낯설지 않다. 오페라의 전형적인 무대라서? 그렇지 않다. 가난 속에 살아야하는 19세기 프랑스 청년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 청년들의 모습과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을 한다는 것은 지금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서 인정하기 전까지는 힘겨운 생활을 거듭해야한다. 옥탑방에 살고 끼니를 대충 때우며 살아가는 젊은 예술인의 모습과 <라 보엠>의 로돌포와 친구들 모습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역시 가난한 삶을 살아야하는 마르첼로와 돈 많은 남자를 따라다니다가 다시 마르첼로와 만나고 싸우기를 반복하는 무제타의 에피소드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무제타의 자유분방함 속에는 가난을 넘고 싶어하는 아픔이 있다.

"성스로운 마리아여, 저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지만 미미는 하늘에서 온 천사랍니다". 무제타의 애절한 기도다. 역시 그도 이것 외에는 미미를 도울 방법이 없다.

▲ <라 보엠>의 비극은 지금 시대 가난한 청춘들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라 보엠>은 이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 여기에 지금 우리의 가난한 청춘들이 있다. 봄을 기다리기는 하지만 언제 봄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차라리 봄이 오지 말기를 바랄 수도 있겠다. 봄이 오면 헤어질 수 있기에 그렇다.

오페라 속 이야기는 옛날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할 이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공연이었다. 그 '공감'이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성과다.

P.S. 참고로, 내년 연말에는 지난 10월 초연됐던 <헨젤과 그레텔>의 앙코르 공연이 열린다. '가족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헨젤과 그레텔>이 새로운 국립오페라단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을 지 벌써부터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