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 vs '저작권' 故 이매방 전통무 둘러싼 갈등
'공공재' vs '저작권' 故 이매방 전통무 둘러싼 갈등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2.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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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회 운영위원회 "선생 작품 사유화 하지 말라" 컴퍼니 "창작 작품, 당연히 저작권 보호해야"

故 이매방 선생의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를 놓고 우봉 이매방춤 보존회 운영위원회( 이하 위원회)와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대표 이혁렬, 이하 컴퍼니)가 큰 갈등을 빚고 있다.

위원회는 "컴퍼니가 저작권자라는 이유로 선생의 유작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컴퍼니는 "선생이 창작한 작품이기에 당연히 저작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고무는 지난 1일 방탄소년단이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멜론 뮤직어워드'에서 선보인 퍼포먼스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삼고무를 둘러싼 서로의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 이매방 삼고무

위원회 “선생의 예술은 공공재, 영리 추구 활용은 고인 뜻 훼손”

위원회는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통 무형문화유산의 사유화를 반대한다. 故 이매방 선생님의 유작을 지켜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10일 현재 3375명이 청원에 참여한 이 청원은 그동안 문화예술계 청원 동의 숫자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매방 선생의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는 지난 1월 각각 저작권 등록을 마친 뒤 선생의 사위인 이혁렬씨가 대표로 있는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에게 각 등록저작권이 양도됐다. 보존회는 "컴퍼니가 저작권자라는 이유로 각 기관과 개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며 자신의 허락을 받고 공연과 교육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무용인들은 “전통예술로서 전승하고, 널리 알려야할 선생님의 유작을 사유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컴퍼니는 무용계의 관례를 무시하고 선생의 제자 및 전국 국공립예술단체, 문화학교, 개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자신의 허락을 받고 공연과 교육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위반시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지나치게 높은 저작권료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컴퍼니가 국립무용단에 대해 올해 <향연> 공연 중 오고무에 대한 저작권료 명목으로 공연 회당 300만원(3회 90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이매방 선생의 작품들은 전국민이 향유해야하는 공공재 예술로 보아야하며 이를 영리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전 국민에게 전통문화예술의 전승, 발전을 위해 무형문화유산 저작권 등록 반대에 동참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청와대에 청원을 했다.

우봉 이매방춤 보존회(이하 보존회)의 한 관계자는 "보존회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컴퍼니 측 변호사가 와서 '위반시 무슨무슨 벌을 받게 된다'는 말만 전했을 뿐이다. 공연 하나를 할 때도 돈을 내야하는 상황이고 교육이 폐쇄돼는 일도 벌어졌다"면서 컴퍼니의 행동이 '사유화'라는 것을 강조했다.

컴퍼니 “저작권 인정 않는 것은 선생의 창작 업적 인정 안한다는 것”

이에 대해 컴퍼니 측은 “저작권료를 받으려한 적이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매방 선생의 창작 업적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컴퍼니의 이혁렬 대표는 "지금 나온 작품들은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것이 아니라 이매방 선생이 생전에 새롭게 창작한 작품이며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알려야하기에 마땅히 저작권 등록을 한 것이다. 전통문화유산은 본래 저작권 등록을 할 수가 없다. 지금 몇몇 보존회 사람들의 생각은 이매방 선생의 창작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컴퍼니는 "내용증명은 저작권료를 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삼고무, 오고무가 팜플렛이나 공연홍보자료에 '민속무용'으로 소개되어서 이 작품은 예전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라 이매방 선생의 창작 작품이라는 것을 알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립무용단 저작권료에 대해서는 "국립무용단 등에서 선보였던 춤은 이매방 선생이 1948년에 창작하신 창작춤이었다. 처음에는 국립무용단도 인정을 하지 못했지만 자료를 통해 무용단도 창작춤임을 알게 됐고 무용단에서 먼저 ‘절차에 따라 지불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컴퍼니는 6월 공연 부분의 저작권료만 절차에 따라 받기로 했고 지난 2년의 공연에는 '창작자 이매방' 명시 외에는 저작권료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방탄소년단의 삼고무 퍼포먼스 (영상 캡쳐)

특히 컴퍼니 측은  보존회 및 제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는 위원회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혁렬 대표는 "저작권 등록 이후 지금까지 보존회나 제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저작권료를 받지 않으려했다. 위원회가 ‘저작권 등록이 영리목적’이라고 악의적인 글을 올리고 저작권 등록 반대를 하고 있지만 전통춤은 저작권 등록을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컴퍼니 측은 "과거에 가락이 있더라도 춤이 추가되고 안무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과거에 없는 안무순서라면 새로운 작품이다. 이매방 선생이 춤을 창작한 것은 이미 각종 자료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속무용’이라는 이름으로 창작 명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이매방 선생이 창작했다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자 선생의 업적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음악처럼 무용계도 국립무용단을 시작으로 저작권이 정착되어야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창작인가? 전통을 이어받은 것인가?’ 모호한 개념

이에 대해 박영애 보존회 회원(전 보존회 감사)은 “이매방 선생이 삼고무, 오고무 등을 재구성한 것은 맞지만 선생께서 맨 처음 창안한 것이 아니라 1910년대부터 시작됐고 많은 무용인들이 서로 다른 삼고무를 추고 있었다. 바탕은 전통 춤사위이며 무용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기 마련이다. 삼고무는 이매방 선생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것”라고 밝혔다.  

박영애 회원은 “컴퍼니 측이 저작권료를 요구한 적이 없고 저작권료를 받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용증명 등을 보면 ‘결국 돈’이라는 게 지금 위원회 사람들의 생각이다. 지금은 받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간 ‘소급 적용’을 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보존회 회장이자 고 이매방 선생의 부인인 김명자씨를 비롯 임원들은 최근 ‘위원회와 컴퍼니와의 중재를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면서 모두 사임을 했고 지난 9일 비상총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상태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면 '이매방의 춤'에 대한 다른 관점이 빚어낸 갈등이다. '우리춤'이기 때문에 공공재가 되어야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주장이고 '창작 작품'이기에 저작권이 마땅히 보호받아야한다는 것이 컴퍼니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창작’에 대한 명확한 개념의 필요성이 이번 문제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이매방 선생이 재구성한 작품들이 전통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인지, 선생이 추구한 새로운 생각의 표현인지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기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 초기 이매방 삼고무,오고무 (이매방 홈페이지)

현재 청원게시판에는 ‘전통예술의 사유화 반대’의 목소리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형문화재’ 에 ‘저작권’이 있다고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네요. 문화재에 저작권이라니...”. “전통을 바탕으로 창작예술로 발전하고 그로 인하여 무용예술이 발전할수 있는 것인데 상표 등록을 인정했다는 건 어불성설 인 듯 합니다”, “제자분들이 잘 보존 계승하고 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을... ”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하지만 저작권에 찬성하는 이들은 “저작권이라는 것은 원형과 창작자를 보호하자는 의미와 함께 창작을 독려하는 목적도 있다. 창작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누가 국악계에서 창작을 하겠는가?” “‘전통예술 말살’이라고 하지만 보호가 없으면 오히려 무분별한 보급으로 원형을 잃을 수 있다” 등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자생력 약한 전통무용, 조정 역할 할 이가 반드시 필요”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전통무용의 자생력이 상당히 약하고 전승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마음 아프다. 물론 저작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창작하신 분이 아니라 가족이 주장한다는 것은 아무리 순수하게 받아들이려 해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만약 그 논리대로라면 동시대의 예술인들에게도 전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 누군가가 조정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현재로서는 누군가가 중재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인식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원만한 중재가 이루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렇지만 청와대 청원까지 나온 이상 '이매방 전통무' 문제는 결국 누군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춤을 살리면서 동시에 창작자의 권리를 살리는 방안이 나와야하는 시점인 것이다.   

아래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내용 전문이다.

청원개요

故이매방선생님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1987. 7. 1. 지정)와 제97호 살풀이춤(1990. 10. 10. 지정)을 보유하신 인간문화재셨습니다. 故이매방선생님의 유작들은 선생님이 인간문화재로 인정된 후 더욱 활발히 전승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사후(死後) 선생님의 공동상속인인 배우자 및 딸은 삼고무(등록번호: C-2018-001330), 오고무(등록번호: C-2018-001331), 장검무(등록번호:C-2018-001332), 대감놀이(등록번호: C-2018-001333) 작품을 각각 2018. 1. 15. 저작권 등록을 마친 후, 그 다음날인 2018. 1. 16. 선생님의 사위가 대표로 있는 회사인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에게 위 각 등록저작권을 양도하였습니다. 이후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는 저작권자라는 이유로 각 기관과 개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보존회 회원이 수업중인 문화학교의 삼고무 수업을 없애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이매방 선생님의 살아생전 뜻을 훼손하고 선생님의 춤 보존과 전승을 해 온 우봉 이매방춤 보존회의 설립목적에도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故이매방선생님의 유작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무형문화유산입니다. 많은 무용인들이 전승하고, 널리 알려야할 선생님의 유작을 사유화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전 국민이 문화유산을 향유할 권리를 되찾고 제자들이 자유롭게 전승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전하는 바입니다. 

1. 故이매방선생님이 남기신 유작들은 영원히 전승되어 살아남아야 할 것입니다. 

이매방 선생님의 춤에는 호남권번 춤사위가 내재되어 있고, 국가로부터 인정되어 국가무형문화재인 승무, 살풀이춤 보유자로 지정되셨고 국가와 개인으로부터 다양한 지원금을 받으며 <삼고무>,< 오고무>, <대감놀이>, <장검무>도 대표 레퍼토리로 함께 공연되어 왔습니다. 

이매방선생님의 유작들은 전국민이 향유자인 공공재 예술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영리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인의 뜻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삼고무>와 <오고무>는 故이매방선생님에 의해 전통에서 재구성된 작품이기는 하나, 현재 여러 단체에 보급되어 민속무용처럼 인식되며 공연되고 있습니다. 

2. 국무(國舞) 이매방선생님의 전통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였습니다. 

형식상 저작권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선생님의 사위가 대표로 있음)는 무용계의 관례를 무시하고 이매방선생님의 제자 및 전국의 국공립예술단체, 문화학교, 개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자신에게 허락받고 공연과 교육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는 위 요구를 위반할 경우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과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저작권료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순수전통예술을 말살하려 하고 있습니다. 

3. 故이매방선생님의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와 살풀이춤 종목 계승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작권으로 인한 분쟁이 지속될 경우 현재 공석인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의 문화재지정까지 그 여파가 이어지며, 배우거나 전승하려는 사람들도 적어집니다. 

4. 故이매방선생님의 유작이 영리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아니됩니다. 

현재 우봉이매방 아트컴퍼니는 국립무용단에 대하여 2018 <향연(The Banquet)> 공연 중 오고무에 대한 저작권료 명목으로 공연 회당 300만원(총3회 90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봉 이매방 춤 보존회 회원들에게까지 공연 여부와 무관하게 내용증명을 수시로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우봉 이매방춤 보존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전 국민에게 전통문화예술의 전승, 발전을 위해 무형문화유산 저작권 등록 반대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8년 11월 28일 
 우봉 이매방춤 보존회 운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