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추상의 거장’ 한묵이 창출하는 ‘미래적 공간’
‘기하추상의 거장’ 한묵이 창출하는 ‘미래적 공간’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8.12.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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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한묵: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 '기하추상의 거장'으로 불리는 한묵(1914~2016)의 첫 유고전 <한묵: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2019년 3월 24일까지 열린다.

한묵은 평생 동안 동서양의 세계관을 넘나드는 사유를 바탕으로, 시공간과 생명의 근원을 성찰하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창조했다.

그의 회화는 화려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의 절묘한 융합으로 특징되며, 이를 통해 무한히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 평면 밖으로 무한대로 퍼지며, 울림이 느껴지는 ‘미래적 공간’을 창출했다. 

▲ 한묵, 가족, 1957, 캔버스에 유채, 99×72cm,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이번 전시는 그의 생애를 '서울시대'와 '파리시대'로 구분하고 1950년대의 구상작업부터 시공간이 결합된 역동적 기하추상이 완성되는 1990년대까지의 작업을 시기별로 분류해 작품 변화의 특징을 조명하고 특히 기하추상작업의 근간이 된 1960년대 순수추상 작업들과 1970년대 판화 작업의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또한 최초 혹은 국내 최초 공개 작품 60여점과 함께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37개의 드로잉 작업이 한묵의 작업세계 이해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제1부 '서울시대 : 구상에서 추상으로 : 1950년대'는 50년대 후반부터 추상의 시기로 변모해가는 그의 작품을 만난다. 이 시기에는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 종합하는 입체파 경향이 작품에 나타났다. 

점차 순수조형에 전념하면서 추상적 형태가 화면을 채워가게 되며, 주제적으로는 사회적 부조리와 사회상에 대한 개인의 감성들이 주요한 소재가 되며, 가족, 십자가 등이 주로 그려진다.

▲ 한묵, 십자구성, 1969, 캔버스에 아크릴, 79.5×80cm, 개인소장

제2부 '파리시대 I : 색채에서 기하로 : 1960년대'에서는 1961년 프랑스로 건너한 후 색채구성과 형태의 분할에 몰두하며 색채효과와 재료의 질감이 결합되는 작품들을 선보인 60년대 초기작들과 화면공간을 분석하는 논리성을 결합시켜 수직, 대각 등의 엄격히 절제된 기하구성 작업으로 변모하는 60년대 후반 작품들이 선보인다.

제3부 '파리시대 II : 시간을 담은 동적 공간 : 1970년대'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본 후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4차원 공간을 실험하면서, 공간에 속도를 담아내는 새로운 공간개념을 모색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수평, 수직 개념을 벗어나 화면에 구심과 원심력을 도입하기 위해, 컴퍼스와 자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엄격하게 계산된 동적 공간구성을 시도한다.

▲ 한묵, 푸른나선, 1975, 캔버스에 아크릴, 198×150cm, 개인소장

제4부 '파리시대 III : 미래적 공간의 완성을 향해 : 1980년대 이후'는 현실의 삶을 우주의 열려있는, 유기적인 공간 개념으로 확장한 '미래적 공간'을 바탕으로 색과 선으라는 조형요소만으로 완전해지는 시각예술의 독자성을 모색한 80년대 이후 작품을 보여준다. 

이 시기에 작가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기하추상의 대작들이 완성되며 1980년 후반에는 구상과 추상의 구분에서 벗어난 작업들이 제작된다. 작가의 관심이 우주에서 인간, 그리고 탄생의 비밀로 심화되면서, 동양적 색채와 동양사상에 근간을 둔 작업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 한묵, 태양을 잉태한 새, 1996, 아크릴, 종이콜라주, 50×68.5cm, 개인소장

제5부 '파리시대 IV : 생명의 근원을 추구하는 구도자 : 1980년대 이후-먹과 종이'는 먹과 종이 콜라주로 특징되는 80년대부터 말년까지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동양화의 재료인 먹과 한지를 사용한 작품들이 1980년에 나타나며, 1980년대 중반에는 냅킨과 휴지와 같은 재료를 사용한 콜라주 작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먹과 한지, 종이 콜라주는 1990년대 후반기까지 지속되어, 작가 후기 작업에 주요한 매개가 된다.

이와 함께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1979~1990년대의 드로잉 작업, 한묵의 서예와 전시관련 자료 및 작가의 인생을 담은 사진, 생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상 등이 함께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