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정의 발레인사이트] 사회적,예술적 경험으로서의 가치 발견-조승미
[김순정의 발레인사이트] 사회적,예술적 경험으로서의 가치 발견-조승미
  • 김순정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18.12.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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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정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

이탈리아 메디치가의 카트린은 1533년, 14세에 정략결혼으로 피렌체를 떠나 프랑스 왕실로 갔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했던 카트린은 권력에 대한 야망, 예술에 대한 강력한 후원자, 호화로운 스펙터클 제작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발레의 기원도 카트린이 기획했던 <왕비의 희극발레(1581)>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의 정점인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중반까지 유행한 이탈리아 궁정발레를 보면 남녀가 함께 단순한 스텝의 춤을 추었다.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던 무용가이자 작곡가 륄리는 세계 최초의 무용학교 교장으로 임명되었다. 전문학교의 설립으로 무용테크닉이 발전하면서 궁정의 아마추어무용수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전문화, 직업화된 발레는 일반인에게 다가가기 힘든 세계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공고해져만 갔다. 

정치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초기 발레의 모습과 프로페셔널한 아성을 구축하여 쉽게 근접하기 어려웠던 고전발레의 세계를 생각해 보면 요즈음 동네마다 골목마다 발레학원이 생겨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손쉽게 발레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미 생활무용 시대는 열렸고, 생활발레 시대도 도래 한 듯 하다. 일반인의 발레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붐을 바라보면서 우리 시대의 발레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발레 대중화시대에 맞는 시.도립 발레단 설립 제안>이라는 제목의 K-발레포럼(2018.8.28.)이 열렸다. 제환정(한예종)교수의 <공공성을 위한 영국과 미국 발레단의 아웃리치 사례들> 발제내용 중 “영국 로열발레단의 특별한 월요일, 시각장애인을 위한 발레”를 들었다.

로열발레단의 한 스튜디오에서는 25년 째 월요일 저녁이면 특별한 발레 수업이 열린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발레 수업을 하는 먼데이 무브(Monday Moves) 프로젝트이다. 발레는 시각적인 예술이고 무용수에게 있어서 시각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시각장애가 있는 이들이 어떻게 발레를 배우고 춤출수 있을까? 그렇다면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끝없이 질문이 맴돌았다.

발레라는 예술은 인간의 신체를 우아하게 확장시키고, 엄격한 규칙과 집중을 요구하며, 매우 어렵고 독특한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독려한다.

이러한 수행의 난이도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빛나는 기분을 맛보게 하며 단순히 신체적 활동이 아니라 발레라는 대체 불가능한 예술로서의 의미를 구현해내는 것이다. 발레는 신체가 만들어내는 예술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고 예술적 경험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발표를 들으며 마음이 움직였다. 

불현듯 생각나는 분이 있다.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 폐암으로 세상을 뜬 조승미(1947-2001)교수는 화려한 매스컴의 세례를 받은 발레예술의 전도사같은 분이었다. 직업적인 무용가의 길이 아니라 교육자로서 헌신하셨다. 따뜻하게 미소 지은 얼굴과 발레리나다운 자태를 지닌 분이였다.

늘 제자들을 챙기고 사랑으로 이끄셨던 조승미는 이미 청각장애 발레리나인 강진희를 무대 전면에 세웠다. 사랑의 실천을 앞세우는 종교인의 마음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보면 뛰어난 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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