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 톺아보기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 톺아보기
  •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무용평론가
  • 승인 2018.12.2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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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무용평론가

명무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이 뜨겁다. 이매방의 유족들이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를 통해 선생의 작품 삼고무, 오고무, 대감놀이, 장검무 등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유족 측은 지난 1월 이매방의 춤 4종목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저작권법 제53조에 따른 결과다. 이후 유족 측은 삼고무, 오고무를 활용한 국립무용단과 국립국악원무용단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무용가들에게도 이매방 춤 저작권자가 유족임을 상기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전한다.

이에, 이매방 선생의 제자들로 구성된 우봉이매방춤보존회(이하 보존회)가 행동에 나섰다. 지난 5일 “전통 무형문화유산의 사유화를 반대한다. 故 이매방 선생님의 유작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20일 현재 4300여명이 청원에 참여하고 있다. 보존회는 비상대책위를 꾸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 측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양측의 갈등이 날선 공방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유족 측은 저작권등록 춤이 이매방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란 입장이다. 반면, 보존회는 이들 춤을 국민 모두가 향유해야 할 전통문화유산으로서 공공재로 간주하여, 이매방의 춤을 저작권으로 등록하여 무용가들의 활용을 제한하는 것은 전통문화유산을 사유화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지적한다. 보존회는 유족 측이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저작권 등록을 했다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전통춤인가 VS 창작춤인가

‘하늘이 내린 춤꾼’이라 칭송되던 이매방이 신문지상에, 방송에 그리고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소환되고 있다. 이른바 삼고무 저작권 논란이 갈수록 접입가경이다. 이제 감정을 삭히고 이성적으로 객관화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족 측이 저작권으로 등록한 이매방 춤들은 전통춤인가? 혹은 창작춤인가? 삼고무, 오고무, 대감놀이, 장검무 등 이상 4종목의 춤에 대한 실체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각 춤에 서려있는 탄생의 기원을 보다 촘촘히 살펴보자.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긴요한 열쇠가 아닐까 싶다.

우선, 삼고무·오고무란 무용수의 좌우 양옆과 뒤편에 북 세 개 혹은 다섯 개를 두고 추는 춤을 말한다. 북틀이 빚어내는 입체적 조형성, 춤과 장단이 교합(交合)된 집단적 율동성은 형식의 창조성을 극대화한다. 근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독창적 형식의 민속춤이라 할 수 있다.

이매방은 1948년 목포역전에서 삼고무를 처음 춘 이래 구고무(1953), 칠고무(1954), 오고무(1955)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북의 숫자를 가감하면서 다양한 형식실험을 시도했다. 창조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이매방은 해방이후 북춤의 역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북춤의 무대양식화에서 이매방의 업적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는 호남춤의 명인으로 당대 최고의 춤꾼이었다. 그의 천재성을 간파한 이는 나주 출신 무용학자이자 문화재위원을 지낸 정병호다. 이매방이 신기(神技)를 지닌 명무자임을 단숨에 알아봤다. 특히 그가 북틀춤의 창시자라는 점을 높이 샀다. 이매방의 북춤에 대해, “궁편과 각을 타주(打柱)하는 가운데 많은 가락을 만들뿐만 아니라 그 기교는 무아경에 이르는 신비스런 율동”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북춤의 일인자가 되기까지 이매방은 혹독한 수련기를 거쳤다. 목포권번에서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스승 박영구에게 동냥하듯이 북가락을 배웠다. 감나무 가지를 꺾어서 만든 북채를 갖고 입으로 몇 가락 배운 것을 돌담에 앉아 돌을 두드리며 연습했다. 손등이 벗겨지고 굳은살이 박혀가며 북춤의 원리를 터득했다고 전한다. 훗날 이매방은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배움의 방식으로 터득한 북가락이라서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고한 바 있다. 고난과 역경의 시간들이 켭켭이 쌓여 범접할 수 없는 최고 경지의 북가락이 정립된 것이다.

작품 ‘대감놀이’의 창작 기원은 보다 원초적이다. 이 춤의 기원 깊숙한 곳엔 경기도당굿 혹은 전라도당굿과 접점이 있다. 무당춤의 연희적 요소와 굿에 내재된 신명을 토대로 무대양식화한 춤으로서 작품적 가치를 지닌다. 굿판 특유의 주술적·제의적 요소를 전문적 기량이 가미된 여흥적 놀이형식으로 승화시켰다. 전통의 변용과 창조의 산물로 손색이 없다.

한편, ‘장검무’의 탄생 배경은 더욱 이채롭다. 엄밀히 말해 이 춤의 기원은 국적을 초월한다. 장검무 창작의 기원에 중국 경극의 명배우 매란방(梅蘭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흥미를 더한다. 이매방은 10대 초반 중국 대련에서 경극의 명배우 매란방과 조우한다. 매란방의 이국적인 취향에 매료되어 그에게 장검무를 배운다. 경극에 등장하는 검무기법을 토대로 장검무를 안무했다. 이매방의 장검무는 전래되는 전통검무와 발생론적으로 차별화된다. 따라서 그의 장검무는 순수 창작물로 봐야한다.

이와 같이 저작권으로 등록된 이매방의 4종목 춤은 탄생의 기원 및 미학적인 측면에서 각양각색의 특징을 지닌다. 이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매방의 승무(제27호), 살풀이춤(제97호)에 담지된 기방예술의 심미성과도 거리가 있다. 삼고무, 오고무, 대감놀이, 장검무 등은 전통의 재구성이거나 전통과 창작의 혼재 또는 순수 창작물 등 다양한 범주로 읽힌다.

혹자는 말한다. 오늘날의 삼고무·오고무는 특정 개인이 노력한 결과가 아닌, 많은 전통무용가들이 이룩한 모두의 성과라고. 한마디로 공공재, 즉 공동자산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작금의 저작권 논란 중심에 있는 삼고무·오고무는 이매방 개인의 천재성과 혹독한 수련과정 그리고 부단한 정진의 결과라 여겨진다. 이매방을 불특정 다수의 범상한 무용가들 중 한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은 그의 천재성과 예술혼을 폄훼하는 너무나 가벼운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전통춤의 저작권, ‘양날의 칼’

이매방의 삼고무가 저작권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실로 아이로니컬하다. 이매방 유족 측이 저작권으로 등록한 4종목의 춤 중에서 왜 유독 삼고무만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브랜드 파워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BTS는 지난 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멜론뮤직어워드 축하공연에 삼고무를 활용, 버라이어티한 무대를 꾸며 화제가 됐다. 둘째는 삼고무(오고무)가 한국 최고의 의상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정구호가 연출한 국립무용단의 ‘향연’(2015作)에 등장하는 춤이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주지하다시피, BTS는 전세계 팬덤을 거느린 ‘자본의 꽃’이 아니던가? 국립무용단은 60여년의 역사를 갖는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공공예술단체가 아니던가? 자본과 공공의 영역 그리고 저작권이 한데 맞물리면서 이매방의 삼고무가 세상 밖으로 소환되어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삼고무에 대한 저작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양측 모두 본질은 돈(money), 즉 자본의 문제로 귀결된다.

사실 전통춤에 대한 저작권 등록은 ‘양날의 칼’이다. 저작권 보호아래 있는 전통춤의 경우, 원작자 혹은 저작권자의 소망대로 춤의 원형성은 어느 정도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금의 무용계 풍토에서 저작권자에게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춤을 추려는 무용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저작권으로 등록된 전통춤이 자연소멸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매방 유족 측이 삼고무를 비롯 4종목의 춤을 저작권으로 등록했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양측의 대립은 왜 더욱 격화되고 있는 것일까? 특히 거리로 나선 보존회의 결사체적 행보의 기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향연’ 속 오고무, 국립무용단의 딜레마

역시 문제는 국립무용단이다. 국립무용단은 이 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작권 논란의 용광로에 있는 ‘향연’ 속 오고무를 어찌할 것인가? 국립무용단은 유족 측으로부터 ‘향연’에 삽입된 오고무의 저작권료로 총 900만원의 지급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향연’에 사용된 오고무가 저작권으로 등록된 이상, 민간의 저작권자가 국공립단체를 상대로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이해된다. 국공립단체를 상대로 저작권료를 요구했다고 해서 유족 측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러나 국립무용단으로서는 간단치 않은 문제일 것이다.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순간 ‘향연’의 작품 일부분은 기존 다른 사람의 작품을 표절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향연’을 과연 독창적 창작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국립무용단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법리적 해석상, 유족 측이 요구하는 저작권료를 마냥 방기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이매방의 오고무가 이미 저작권법 제53조에 의거, 저작권등록이 완료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국립무용단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약 10여 편에 달하는 전통춤이 굴비 엮이듯 이어지는 ‘향연’에서 오고무와  같은 사례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15년 12월 5일, 6일 양일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된 ‘향연’은 조흥동, 양성옥, 김영숙 등 한국무용가 세 명이 안무한 작품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의상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기억하건대, ‘향연’은 박근혜 정부에서 자행된 문화계 블랙리스트(보는 시각에 따라 화이트리스트)로 낙인찍힌 작품이다. 민간예술가들에게 지원해야 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지원금 약 6억 원이 국립무용단 ‘향연’의 제작비로 부당하게 지원되어 논란이 초래된 바 있다. 작품 탄생의 기원에서 이미 불명예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국립무용단의 ‘향연’이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에 휘말리는 불운을 맞았다.  예사롭지 않은 징후다. 국공립단체의 창작 작품이 저작권에 연루됐다는 것은 한마디로 창피한 일이다. ‘향연’의 홍보인쇄물 그 어디에도 오고무의 원작자는 이름조차 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아쉬운 대목이다. 이 문제로 국립무용단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게 되었다.

‘향연’에 의욕적으로 참여한 안무가와 연출가의 권위도 땅에 떨어졌다. ‘향연’이 앞으로 과연 작품적 가치로 존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점차 누더기가 되어가는 ‘향연’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불행한 일이다. 이번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은 국립무용단이 야심차게 제작한 ‘향연’의 사망선고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법 찾기 및 시사점

이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저작권 논란을 초래한 유족 측이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유족 측이 주장하는 저작권 등록 목적은 이매방 전통춤의 원형보존에 방점이 찍혀있다. 애초 의도의 순수성이 의심받지 않으려면 투 트랙(two track)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매방을 사사한 무용가들에게는 원작자를 표기하는 정도에서 저작권으로 등록된 춤을 공유하는 방식은 어떨까? 국공립단체에 대해선 원작자 표기는 물론이요, 당당히 저작권료를 요구해도 무방하다고 여겨진다.

이번 갈등의 외피는 이매방 유족 측과 제자들로 구성된 보존회로 양립된다. 그러나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개인과 집단, 예술가와 국가, 사적영역과 공적영역, 돈(자본)과 제도 등 상호 이항 대립적인 요소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어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새삼 국가의 역할론이 대두된다. 사회는 점차 전문화, 세분화, 다양화로 치닫고 있는데 국가의 제도 및 정책은 이런 흐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 등록을 관장하는 저작권위원회도 보다 세분화하여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술부문의 저작권 등록은 보다 정교하고 세심한 기준과 절차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위원들의 자격에서도 보다 전문적이고 풍부한 식견과 예리한 통찰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무용계 내부의 반성과 성찰도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이라는 낯선 침입자에 대해, 항거할 것이 아니라 보다 친화적 관계 맺기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하지 않을까? 우선 ‘예술의 장’ 안에서 전통(춤)과 창작(춤)에 대한 개념과 정의, 범주 등 학문적 지평 속에서 생산적 논의를 위한 공론의 장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이번 이매방 삼고무 저작권 논란은 무형문화재 제도의 변곡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저작권 논란의 중심에서 이매방이 예능보유자였던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은 제외되었다. 유족 측과 보존회 모두 승무와 살풀이춤을 공공재, 즉 공적(公的) 자산으로 인식한 결과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공공재로서 국가의 공적 자산에 속한다. 따라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들 춤에 대한 전승권한이 특정 개인에게 독점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왕에 예능보유자 제도를 없애고 ‘종목지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떨까? 특히 개인 인기종목의 경우 기존에도 그래왔듯이 권력화·사유화될 우려가 높다. 따라서 사람이 아닌 종목지정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 있다. 이번 저작권 논란은, 무형문화재에 대한 종목지정의 당위성을 견인하는 신호탄을 쌓아올렸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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