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의 순수 노동과 하이테크 AI기술의 접목” 이제 이루어진다
[인터뷰] “인간의 순수 노동과 하이테크 AI기술의 접목” 이제 이루어진다
  • 이은영 발행인/임동현 기자
  • 승인 2018.12.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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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경균의 전통 도예 작업과 BBC 미디어시티 미디어기술의 만남

전통과 현대 예술의 만남. 수많은 예술가들이 시도했고 지금도 많은 예술가들이 시도하고 있는 주제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은 때로는 ‘극과 극’의 아름다운 만남을 보여주기도 하고 이를 보는 관객들은 ‘극과 극의 통함’을 보며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얻게 된다.

도예가 신경균은 우리에게 ‘달항아리’로 잘 알려진 예술인이다.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환영식에서 우리나라 대표 도자기로 소개된 ‘달항아리’,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에게 선물한 백자 달항아리가 바로 신경균 도예가의 작품이다.

그는 선친인 故 신정희 선생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통적인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근 20년 간 전기 없는 생활을 했고 최근에도 핸드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다. 그는 그야말로 ‘자연과 함께하며’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어쩌면 그의 이런 모습이야말로 현대 예술이 한 번 만남을 시도할만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 셈이다.

그의 이 작업이 이번에 미디어기술과 만나게 됐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미디어 예술가 최인숙 교수(University of Salford Manchester)가 이끄는 영국 BBC 소속 미디어시티 팀이 신경균 도예가가 작업하는 부산 장안요를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2주간 장안요에 머물면서 도자기를 굽는 과정을 영상에 담은 뒤 이를 컴퓨터에 옮겨 디지털 영상과 음악으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흙으로 도자기를 빚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고, 실패한 도자기를 깨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그러면서 도자기가 새롭게 태어나는 일련의 전통적인 과정들이 인공지능, IT,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미디어, 의미론적 네트워크 등의 최첨단 기법을 통해 발표되는 것이다.

▲ 최인숙 University of Salford Manchester 교수(왼쪽)와 신경균 도예가

“‘극단적으로’ 천천히 하는 예술, 그 과정을 전하고 싶었다”

이 두 사람의 협업은 지난 2017년 영국문화재단 초청으로 신경균 도예가가 맨체스터를 방문해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전시하는 것을 지켜본 최인숙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한국의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셨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영국에 있던 큐레이터로부터 ‘이런 일이 있는데 참석해줄 수 있는가’라는 말을 듣고 마침 시간이 있어서 보게 된 것인데 바로 반응이 왔고 전시를 마치기 전날 만나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끌려들어갔습니다. 

대화하면서 인상에 남은 것이 자신이 ‘전위예술가’라는 정신으로 매일매일 새로운 작업을 하시면서 천년을 이어온 전통 방식을 지켜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리듬을 타고 타협하면서 즉흥적이 아닌 ‘극단적으로’ 천천히 하는 예술을 하고 계시던 것이죠. 그 과정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청중들은 결과를 보지 과정을 보진 않잖아요. 추상적으로라도 이야기 전달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위해서는 스토리텔링, 디지털 영상 등 미디어시티에서 개발한 기술들을 활용하기로 했죠. 그렇게 선생님이 작품을 하시는 영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최인숙)

“지금 전통적인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점점 현대화가 되어가니 전통 작업이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아버님께서 도자기를 하셨고 전통 방식 그대로를 배웠고 지금도 전통을 지키고 알리는 것을 제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전기 없이 20년을 산 적이 있어요. 완전히 자연에 묻혀서 살다보니 24절기의 변화가 느껴지고 작업도 편안하게 하게 됐습니다. 첨단이라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일에 덧붙이는 것이지 아무리 발달된다해도 원초적인 것에 힘이 있지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맨체스터에서 최 교수를 만났습니다.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전통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지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작업을 수락했습니다.

가상 현실 이런 부분을 넘어서서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고 우리 문화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귀찮은 부분이 있겠지만(웃음) 하게 된 것이죠“.(신경균)

도자기의 질감, 전통 작업 방식 관객이 직접 느낄 수 있게

두 작가는 지난 8월 5일 대구에서 열린 국제컴퓨터 음악컨퍼런스에서 1단계 협업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완성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어떤 개념’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전통과 하이테크의 접목이 쉬운 개념은 아니죠. 일단 완성은 되지 않아도 경과를 세상에 내놔봐야 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오프닝 세레머니로 발탁되어 발표하고 일단 그렇게 경과를 보여드린 것이죠. 다행히 영국문화재단 측도 기대가 많이 된다고 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통적인 도예 과정은 불, 물, 흙, 나무, 철 등 오행을 합성하는 것이죠. 인간의 순수 노동으로 태어나는 예술입니다. 이를 4차 산업혁명의 하이테크 AI기술과 접목해 기술 혁명과 창의 혁명을 병행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개념입니다”(최인숙)

▲ 촬영 장면

이번에 최 교수와 미디어시티는 신경균 도예가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주제로 이들이 개발한 ‘인터렉티브 시네마’라는 새 장르와 플랫폼을 사용해 공연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도자기를 만들 때 몸의 움직임이나 동선을 캡쳐한 한국의 전통 방식이 디지털화하여 AI(인공지능)와 접목하고 이것을 대중이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이들은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청중이 몰입하면서 좀 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고 있다. 도자기의 세세한 부분을 확장해서 보여주는 이미지, 도자기의 질감과 소리를 합성하고 그 과정에서 음악을 입히는 표현 등으로 청중이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도자기를 직접 만들고 만지는 느낌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도자기, 전통적인 도자기 작업 방식을 알림과 동시에 새로운 영상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정작 우리 공무원들은 무관심하다”

“AI의 역할이 중요해요. 4차 산업혁명의 주체죠. ‘인공지능의 자동화’가 주체가 됩니다. 목적이 무엇이냐도 중요하죠. 미래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실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AI와 융합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상황이에요.

인공지능이 자동화될 때 어떻게 다시 다듬고 중재하면서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하는가. AI가 사람의 삶을 발전시키고 도와주고 사람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행복하게, 창의적이고 예술적으로 또 다른 의미로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하는지, AI와 함께 노동하며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 작업은 어떻게 보면 AI를 가르치는 작업이기도 해요. 선생님의 육체적인 지식은 AI도 따라올 수 없는 사람의 지식이고 지혜죠. 그것을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정말 미래의 AI가 사람을 위한 것이 되려면 이런 식으로 AI를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센서를 많이 준비해왔습니다“.(최인숙)

이 작업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을 생각하게 되고 AI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활동과 AI의 기술이 만나 이루어지는 새로운 문화 장르의 등장. 어떤 이에게는 설레임이 될 수 있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두려움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 BBC 미디어시티 촬영팀

당연히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이에 발맞춰나가야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다. 하지만 우리 문화의 현실은 ‘목소리만 높다’.

“영국문화재단에서 예산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막상 우리는 무관심이에요.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한 관계임에 분명한데 실제로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공무원들은 관심조차 없어요. 모르는 거예요.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이야기한들 아무 의미가 없죠. 돈만 쓰지 하는 게 뭐 있냐는 거죠.

전통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줘야하는데 관심조차 없어요. 오히려 영국에서는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들이 관심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죠”.(신경균)

“영국문화재단이 협조를 해주시기는 하지만 영국에만 의존하면 내가 명분이 없어져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으니 영국이 이렇게 해야한다’는 액션을 제시해야하는데 그게 없잖아요”.(최인숙) 문화행정의 부끄러운 문제점이 이렇게 드러나고 있었다.

“전통은 최첨단, 가장 원시적인 것이 가장 첨단이다”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현대적인 겁니다. 민속촌에 있는 것이 전통이 아니에요. 분청사기 같은 것도 최첨단 기술로 이뤄진 것이잖아요. 전통은 최첨단이어야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도 과거에 매달려있어요. 간접적이나마 혼, 정신이 느껴졌으면 합니다. 가장 원시적인 것이 가장 첨단인 겁니다”(신경균)

남들과 다른 사고를 해야 예술가라고 하는 신경균 도예가의 예술혼과 AI를 인간과 어우러지게 하려는 최인숙 교수의 생각., 그리고 BBC 미디어시티의 기술이 만나 이루어질 한 편의 작품. 그 작품이 세계에 전파되면서 한국의 전통이 알려짐과 동시에 전통이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마지막을 남겨본다.

끝으로 신경균 도예가가 전한 말을 여기에 옮긴다. “가마에 들어가면 인간으로서의 역할은 끝이다. 불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