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신 표?..."
“꽃대신 표?..."
  • 강은수 (프리랜서 작곡가, 음악학 박사)
  • 승인 2009.09.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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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날짜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맛보시라

음악회를 앞두고 준비하는 입장에서, 음악회날짜가 임박함에 따라 연주자, 지휘자와 작곡가등 직접적으로 연주에 관여하는 사람과, 연주자의 가까운 가족들, 그리고 연주를 기획한 측의 마음은 조급해 진다.

연주를 준비하는 이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연주의 성공이야 물론이지만 그 다음으로 신경 쓰는 일은 그날 음악회에 오시게 될 관객 모시는 일 일 것이다.

잘나가는 음악가의 대열에 끼어 예매 완료, 매진사례의 음악회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전혀 고민할 거리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의 음악가 중 95% 이상은 아마도 음악회를 하면서 매번 이런 고민에 휩싸일 것이다.

초대권이라는 것의 출처를 보면, 이것을 주최 측으로부터 제공받는 경우도 있지만 초청인이 직접 티켓을 구입하여 초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해진 양의 초대권으로 손님을 청할 때, 과연 청한 분들이 당일에 오실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오실 수 있는지 계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크게 실례를 범하는 일이니 말이다.

확실히 오신다던 분이 갑작스런 사정으로 못 오시는 일이야 늘 생기는 일이지만 문제는 올까말까 망설이는 분들의 의사표시인데, 못 간다는 말을 미리 하면 초청하는 사람에게 크게 실망을 안겨 줄까봐 망설이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치 못할 선약으로 참석이 어렵습니다."라는 의사를 미리 표시해주는 것이 그나마 덜 미안한 일인 것 같다.

이런 경우도 있다. 전석매진으로 당일 현장구매가 불가능한 음악회라고 하는데 가운데 자리가 단체로 텅 빈 경우 말이다. 바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들어오고 싶어 난리인데 말이다.

무슨 영문인가? 음악회를 후원하는 업체에 주최측이 건넨 초대권이 무더기로 잠자고 있는 경우이다.

후원의 본래의 의미라면 음악회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음악의 세계로 초대하기를 원하는 것이지, 무더기 표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을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 분명하겠거늘, 이러한 문제들이 산뜻하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고자 하는 음악회를 미리 정하여 스스로 구매하는 일말이다.

구매가 부진하면 그 나름대로 주최측에서 힘을 쓸 방도를 구할텐데 대부분의 경우는 정말 오리무중인 것이다.

“꽃보다 표“ 의 본심은 이것이다.

음악회를 준비하는 거의 대부분의 음악가는 기획사의 주최 하에, 기업의 후원으로 라는 겉모양은 갖추었다 하여도, 음악회의 경비는 대부분 주최하는 음악가의 주머니가 감당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음악회장을 가득 메운 꽃다발보다 표 한 장을 구매하여주는 일이 얼마나 절실한지가 자명해지는 것 아닌가. 음악회를 준비하는 이의 몇 년의 땀이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과 만나는 신성한 일이니 말이다.

처음 본인의 손으로 직접 음악회 표를 매표하였던 때를 거슬러 기억해 보자. 성인이 되어 참정권을 얻어 투표지를 손에 넣었을 때와 비길만한 감동은 아니었던지?

음악회 표를 직접 예매한 후 음악회 날짜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맛보시라. 그것이 데이트 날짜를 기다리는 연인의 마음으로 우리를 데려다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