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2019 라인업 "각 관 기능과 전시 프로그램 차별화"
국립현대미술관 2019 라인업 "각 관 기능과 전시 프로그램 차별화"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9.01.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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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 공동 기획전 <광장>, 덕수궁관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등 예정

국립현대미술관의 2019년 전시 라인업이 16일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청주관 개관으로 4관 체제 원년을 맞이한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별 공간적․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각 관의 기능과 전시 프로그램에 차별화를 두고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운영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과천관은‘전통-근대-현대 미술을 관통하는 내러티브의 전개와 확장’, 서울관은‘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그리는 상상’, 덕수궁관은‘한국 근대미술의 발굴과 심화’, 그리고 청주관은 ‘미술품 생애주기에 대한 개방과 공유’를 키워드로 각 관의 세부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 곽인식 작품 1962 패널에 유리 72×10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을 맞아 지난 100년 격동의 한국 역사를 되돌아보며 미술, 문화, 그리고 미술관의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보는 3관 공동 기획전 <광장>을 개최한다. 

<광장> 전은 19세기말 개화기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해방을 거치는 격동의 시대에서 '의(義)로움'을 지켰던 역사 속 인물과 그들의 유산을 살펴보는 <광장, 해방>(10.17~2020.2.2 덕수궁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을 모티브로 1945년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 미술사를 사회와 예술, 삶과 연계해보는 <광장, 자유>(10.17~2020.3.31 과천관), '광장' 바깥과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하며 미래의 '대안적 광장'으로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는 <광장, 열망>(9.7~2020..2.9 서울관)으로 진행된다.

한국 현대 미술사를 재정립하기 위한 전시 및 국제 프로모션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덕수궁관에서는 향후 3년 단위로 정례적으로 개최할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시리즈를 통해, 불우한 시대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망각의 근대 예술가들을 발굴․소개하는 기획전을 선보인다. 

올해 열리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1>(5.30~9.15)은 한국화가 정찬영, 백윤문, 정종여, 서양화가 임군홍, 이규상, 그리고 서양화와 도예, 판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정규 등 총 6명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물질성을 탐구하며 1970년대 한국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곽인식(1919~1988)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곽인식 탄생 100주년 회고전(6.13~9.15 과천관), 한국 현대미술의 모더니즘 형식주의와 추상 미술 발전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 박서보 개인전(5.18~9.1 서울관)과 다학제간 융합형 예술의 선구자인 김순기 회고전(8.31~2020.1.27 서울관)이 열린다.

또 지난해 서울관에서 개최됐던 윤형근 개인전은 5월 제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하고, 같은 시기 아스세날레 부근의 네이비 오피서스 클럽에서 한국 작가들의 팝업 전시를 개최한다.  

이와 함께 한국미술사를 정리하는 주제전으로 1969년 한국의 비디오아트가 시작된 이래 30년간의 궤적을 추적하는 역사적 전시인 <한국의 비디오아트 6669>전(11.14~2020.4.21 과천관)이 열린다. 

한국 비디오 아트의 출현을 알린 김구림의 <1/24초의 의미>를 시작으로 6~70년대 실험미술의 맥락에서 행위, 시간성, 사물의 변화 등을 비디오 매체로 탐구한 박현기, 김영진, 최병소 등의 초기 비디오 작품, 1980년대 소그룹 운동과 함께 새로운 매체 실험을 추구했던 비디오 설치 작품, 1990년대 대중매체이론과 연관한 사회적 미디어로서 비디오 아트에 접근한 작품 등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살핀다.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여주는 국제 전시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소개된다. 서울관에서는 20세기 초·중반에 걸쳐 북유럽 아방가르드와 사회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한 덴마크 작가 <아스거 욘>전(4.13~9.15)이 집중 조명된다. 

▲ 아스거 욘, 변형, 1960, 메이소나이트에 유채, 81,5 x 51 cm, 실케보르 욘 미술관 소장

과천관은 새해 첫 전시로 지난해부터 중장기 기획으로 본격화된‘아시아 집중 프로젝트’일환으로 20세기 후반 아시아 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조명하는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전(1.31~5.6)을 개최하고 비예술가의 예술적 행위에 주목하는 <아시아 필름앤비디오 포럼>도 서울관에서 이어진다. 

또 서울관의 <불온한 데이터>전(3.23~7.28)은 새로운 매체 환경을 반영하는 융․복합 미술 전시로 디지털 시스템 및 데이터가 야기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예술적 통찰을 보여준다.

전시 공간의‘화이트 큐브(White Cube)’폐쇄성을 극복하고 미술관 공용 공간과 야외로 나간 미술품도 만날 수 있다. 

과천관에서는 미술관 옥상에 식물로 가득한 정원과 현대 미술품이 조화를 이룬 황지해 작가의 옥상 프로젝트가 실현되며, 야외 공원에는 세계적인 작가 제니 홀저의 미디어 조각 작품이 설치된다. 제니 홀저는 서울관 서울박스에도 움직이는 ‘로보틱 LED 기둥’ 신작을 제작․설치할 예정이다. 

또 서울의 근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다양한 신작 커미션 제작․설치 작업을 보여주는 건축 프로젝트 <덕수궁-서울 야외프로젝트: 기억된 미래 1, 2>를 재개하며 정례화하고 청주관의‘개방형 수장고’‘보이는 수장고’‘보이는 보존과학실’등은 전시실에서만 미술작품을 감상한다는 편견을 깨고, 작품이 관리, 보관, 활용, 보존, 수복되는 과정을 공개해 미술품 감상의 기쁨을 한층 배가시킬 예정이다.

과천관의 <젊은모색>, 서울관의 <MMCA 현대차 시리즈>, <올해의 작가상> 등 세대별 신진, 중견 작가 신작 제작 지원 프로그램도 꾸준히 지속된다.

▲ Jenny HOLZER MOVE 2015 LED sign with blue green & red diodes 243.8x15.2x15.2cm ⓒ2015 Jenny Holzer member Artists Rights Society(ARS) NY Photo Ken Adlard (2)

이와 함께 MMCA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은 2018년에 신설된 <위대한 잠>과 <디어 시네마>가 새로운 내용으로 소개되며, 하반기에는 2019 아시아 필름앤비디오아트 포럼(AFVAF)이 개최된다. 

<디어 시네마>는 2000년대 이후 제작된 한국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중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선별․상영하고, 필름, 비디오, 다큐멘터리, 극영화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접점에서 고유한 작품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국내․외 아티스트의 신작을 소개한다. 

<위대한 잠>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시네마>를 참고로 근대문학 작품과 영화 사이의 밀접하고 복잡한 관계를 살피며 영화와 문학에 공통되는 비가시적 현실의 세부적 묘사와 관련된 강연을 개최하면서 연관된 작품들을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