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대표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 지정
18세기 대표 궁중회화 <기사계첩> 국보 지정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3.06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 후기 궁중행사도 중 가장 완성도 높아, <제진언집 목판> 등 5건 보물 지정

18세기 초 대표 궁중회화인 <기사계첩>이 국보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6일 "보물 제929호 <기사계첩>을 국보로 지정하고, <제진언집 목판>,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등 고려시대 불화, 조선시대 목판과 경전 등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 기사계첩-기사사연도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보 제325호로 지정된 <기사계첩>은 1719년(숙종 45년) 59세를 맞은 숙종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여한 관료들이 계(契)를 하고 궁중화원에게 의뢰해 만든 서화첩이다. 

계첩은 기로신(耆老臣) 중 한 명인 문신 임방(1640~1724)이 쓴 서문과 경희궁 경현당(景賢堂) 연회 때 숙종이 지은 글, 대제학 김유(1653~1719)의 발문, 각 의식에 참여한 기로신들의 명단, 행사 장면을 그린 기록화, 기로신 11명의 명단과 이들의 반신(半身) 초상화, 기로신들이 쓴 축시(祝詩) 등으로 구성됐다.

계첩에 수록된 그림은 화려한 채색과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명암법을 적절하게 사용해 사실성이 돋보이는 얼굴 표현 등 조선 후기‘궁중행사도’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첩의 마지막 장에 제작을 담당한 도화서 화원 김진여, 장태흥 등 실무자들의 이름이 기록된 것도 다른 궁중회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사계첩>만의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수준높은 색채와 구도, 세부 표현에 있어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온 작품으로 18세기 이후 궁중행사도 제작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작 당시의 원형을 거의 상실하지 않았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고 그림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 조선 시대 궁중회화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 제진언집 목판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2014호 <제진언집 목판>은 1658년(효종 9년) 강원도 속초 신흥사에서 다시 새긴‘중간(重刊) 목판’으로, '불정심다라니경', '제진언집목록', '진언집'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이 목판은 1569년(선조 2년)에 전라북도 완주 안심사(安心寺)에서 처음 판각되었으나, 안심사본 목판은 현재 전하고 있지 않으므로 신흥사 소장 목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판본에 해당한다.

한글, 한자, 범어가 함께 기록된 희귀한 사례에 속하며, 16~17세기 언어학과 불교 의례 연구에 도움이 되는 자료다. 

또 신흥사가 동해안 연안과 가까워 수륙재 등 불교 의례가 빈번하게 시행된 사실을 고려할 때 강원도 지역의 신앙적 특수성과 지리‧문화적인 성격 그리고 지역 불교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

▲ 묘법연화경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1306-2호 <묘법연화경>은 조선 초기 명필가 성달생과 성개 형제가 부모의 명복을 기원하기 위해 <법화경>을 정서(정신을 가다듬고 주의를 집중해 글씨를 씀)한 판본을 바탕으로, 1405년(태종 5년) 전라북도 완주 안심사에서 승려 신문이 주관하여 간행한 불경이다.

7권 2책으로 구성된 완질본으로 권4에는 변상도(불교 교리나 경전 내용을 알기 쉽게 이해시키기위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그림)가 6면에 걸쳐 수록되어 있고, 판각도 정교하다. 

구결(口訣)이 전반적으로 표기되어 있고 한글로 토(吐)가 달려 조선 초기 국어사 연구 자료로도 가치가 있으며 판각 이후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책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발문을 통해 조선 초기 불경의 간행 방식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서지학과 불교사 연구에서도 학술 가치가 높다.

▲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2015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는 14세기경에 제작된 고려 시대 작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의 자비력을 극대화한 불화다. 

천수관음은‘천수천안관세음보살’또는‘대비관음’이라고도 불리며, 각기 다른 지물(부처나 보살이 그들의 무한한 능력과 자비를 상징하며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을 잡은 40~42개의 큰 손과 눈이 촘촘하게 그려진 작은 손을 가진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 불화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색되었으나,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을 지닌 관음보살과 화면 위를 가득 채운 원형 광배(光背), 아래쪽에 관음보살을 바라보며 합장한 선재동자, 금강산에서 중생이 떨어지는 재난을 묘사한 타락난 등 관음신앙과 관련된 경전 속 도상을 충실하게 구현했다. 요소마다 화려한 색감과 섬세한 필력으로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해 매우 우수한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고려 불화 중 현존 유일하게 알려진 천수관음보살도일 뿐 아니라 다채로운 채색과 금색 물감의 조화, 격조 있고 세련된 표현 양식 등 고려 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이 반영된 작품으로, 종교성과 예술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 불정심 관세음보살 대다라니경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2016호 <불정심 관세음보살 대다라니경>은 관세음보살의 신비하고 영험한 힘을 빌려 이 경을 베끼거나 몸에 지니고, 독송하면 액운을 없앨 수 있다는 다라니의 신통력을 설교한 경전이다. 

이번에 지정된 경전은 권말의 발문과 시주질(시주 명단)을 바탕으로 1425년(세종 7) 장사감무(지금의 전북 고창인 '장사현'에 파견된 지방관) 윤희와 석주 등이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자신과 가족의 다복, 사후 정토에 태어날 것을 발원하여 판각한 경전임을 알 수 있다.

3권 1첩으로 구성된 수진본(옷소매에 넣을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책자)으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판본이자 국보․보물 등으로 지정된 유사한 사례가 없어 희소성이 있다. 조선 초기의 불교 신앙과 사회사, 목판인쇄문화를 살필 수 있는 경전이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존관리 할 가치가 있는 자료다.

▲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 (사진제공=문화재청)

보물 제2017호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2007년 경상북도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에서 출토된 유물로 일반적으로‘호형대구(호랑이모양 띠고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의복과 칼자루 등에 부착한 장식품이다. 

호형대구 혹은 마형대구(말모양 띠고리) 등으로 분류되는 동물형 띠고리는 북방계 청동기 문화와의 관련성이 일찍부터 논의됐으며, 청동기 시대부터 초기철기 시대의 지배층을 상징하는 중요한 위세품(왕이 지방세력의 수장에게 힘을 과시하고 세력권에 편입하면서 지방에 있는 수장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하사하는 귀한 물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금까지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현존 수량도 적지만, 대부분 파손상태가 심하거나 정식 발굴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 지정하는 <경산 신대리 1호 목관묘 출토 청동호랑이모양 띠고리>는 유사한 양식의 호형대구 중에서 보존 상태가 가장 좋고 뛰어난 주조기법으로 제작된 금속공예품이자, 정식 발굴조사로 출토 위치와 공반유물(함께 출토된 유물) 등이 모두 밝혀진 중요한 예로서 역사적․문화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