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소신과 전문성으로 문화중흥 이끌어달라”
“뚜렷한 소신과 전문성으로 문화중흥 이끌어달라”
  • 이은영·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3.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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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들에게 들어보는 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조건’과 ‘의무’

청와대가 최근 개각을 앞두고 있다. 촛불과 함께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2기를 책임질 새로운 인물들의 면모가 조금씩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현직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있는 부서는 교체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도종환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관으로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마찬가지다.

도종환 장관의 문체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문화비전 2030' 수립을 내세웠다. 하지만 문화 전반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에는 미진한 모습을 보였다. 비전의 실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블랙리스트 문제, 미투 운동 등도 척결을 내세웠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정부와 정치권의 문화에 대한 무관심도 여전했다.

현재 문체부 장관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지난 1기의 문제들을 해결해야하는 숙제를 후보자들은 지고 있다.

새로운 문화체육부장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앞으로 어떤 일에 역점을 두어야할까? 이에 본지는 여러 문화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과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장은 "정치적인 코드에서 독립이 되어야한다. 코드 인사로 인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이는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비엔날레 같은 곳에 돈을 쏟아부으며 외향적인 모습만 지향할 것이 아니라 내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며 특히 학술적 아카이브에 대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숫자놀음 그만두고 미술 인프라를 키워 정체성을 찾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은 "문화 진흥을 항상 고민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됐으면 한다.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정치인 출신 중에서도 장관직을 잘 수행했던 사례도 있고 문체부에 조금 더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가져본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새 장관은 현장의 문화인들과 소통하면서 문화인들을 격려해주고 문화가 국민들의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 특히 전통예술분야가 많이 소홀한데 이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일자리가 어려운 문화인들에게 어떻게 일을 줄 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대통령이 문화 예술 공연을 많이 보고 정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통하는 역할을 이번 새로운 장관이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랑하면 춤을 춰라> 연출자로 잘 알려진 최광일 연출가는 "기초 혹은 순수예술과 문화산업분야의 균형적인 감각을 가진 분이 수장이 됐으면 좋겠다. 그간의 문화 정책을 보면 정치적 의도 때문일수도 있지만 기초 예술을 도외시하고 대중에게 흥분을 주는 분야들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분야들을 지원하고 문화산업의 확장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광일 연출가는 이어 "생산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문화 소비자들이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기회가 많아져야할 것이다. 진보 보수의 잣대를 벗어나 융합적인 사고로 조화롭게 판단하는, 문화의 막강한 힘을 느끼게 하는 장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엽 연극연출가는 "관 주도 통치는 이제 옛날 이야기다. 정책적으로 가다보니 문화행사가 관 주도의 일방적 행사가 되고 정부가 인기를 얻기 위한 예술행정을 하기도 한다. 예술을 시혜적인 태도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야하고 행정의 편의성만 생각하는 것, 상명하복 등 낡은 관점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김재엽 연출가는 "앞으로 문화의 화두는 '공공성'이 될 것이다. 문화의 공공성에 대한 태도가 발전적으로 가야하고 문화 현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정부에서 문화행정의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문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 목소리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개혁이 많이 약하고 관료주의, 무신경도 여전하다. 비전을 추진하는, 개혁 성향이 강한 장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안, '문화비전 2030' 등에 이미 좋은 정책들이 나와있지만 이것이 힘을 싣지 못하고 머물러있다는 것이 문제다. 관료들이 여전히 옛날 마인드에 갇혀있다. 힘있게 추진해야한다"고 전했다.

나정희 한국문화재재단 기획조정실장은 "문화체육관광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전문성이 있으며, 뚜렷한 소신을 가진 인사가 장관이 됐으면 한다. 문체부가 '공무원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하는 부처'인만큼 창의적인 정책으로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는 부처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 실장은 "더 이상 책상 앞에서 내놓는 정책은 없어야할 것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앞으로 신임 장관과 문체부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혔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진보정권이냐 보수정권이냐에 따라 문화정책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진영이나 이념에서 벗어나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가치인 '공정', '평등', '정의'의 관점에서 문화정책을 구현할 장관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대립이 완화되고 문화의 품격이 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성 교수는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한반도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고 있다. 문화는 시대의 거울이기에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한반도체제에 걸맞는 '미래지향적 문화강국'을 위한 재설계가 필요하고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를 새로운 장관에게 부탁한다"고 밝혔다. 

'정치 성향'을 떠나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인사의 등용을 원하는 목소리는 많은 문화인들이 하나로 내고 있다. 각 분야마다 다양한 바람을 새로운 장관에게 전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정부가 문화중흥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뚜렷한 소신과 전문성으로 문화계의 여러 문제들을 풀어나갈 장관은 등장할 것인지, 많은 문화인들과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장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