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독립'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으로 우리를 통제하는가?
'진정한 독립'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으로 우리를 통제하는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3.06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립미술관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 <모두를 위한 세계>

3.1운동 100주년 기념전시 <모두를 위한 세계>가 5월 26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린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3.1운동을 '한국과 일본'이라는 이항대립 관계를 넘어 코스모폴리타니즘이라는 국제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 

3.1운동은 중국의 5.4운동뿐만 아니라 인도, 필리핀, 동남아시아, 아랍 지역의 민족운동에도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전시는 3.1운동을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범세계적 움직임의 일부이자 세계사와 함께 흘러온 인권신장 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 제인 진 카이젠 <거듭되는 항거>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터키 출신 작가 아흐멧 우트의 <공상적 환상의 물질 세계>는 경사진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파른 공간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벽에 있는 스케치들을 보게 된다. 가짜 여권, 대사관, 인공 대지 등의 이야기를 묘사하는 스케치들은 국가의 무의미성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서구의 문명을 '인류 보편'으로 여기는 서구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서구 중심으로 기울어진 공간' 그 공간을 힘겹게 오르면서 보게 되는 국가의 모순이 작품에 담겨있다.

한국에서 출생 후 덴마크에 입양됏고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제인 진 카이젠의 <거듭되는 항거>는 1948년 일어난 제주 4.3사건의 기억과 역사를 재조명한다. 생존자들과 친척들의 기억, 무당의 제의, 지금도 계속되는 제주 해군 기지 구축에 대한 저항 등을 담은 서사의 영상들로 구성되는데 영상들은 4.3사건으로 인한 여러 트라우마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재현한다. 

베트남 작가 응우옌 트린티의 <판두랑가에서 온 편지>는 베트남의 공식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참파 왕조'를 다룬다. 참파는 2세기 말엽부터 17세기 말 베트남 중부와 남부에 걸쳐 인도네시아계인 참족이 세운 나라로 베트남 역사상 최대의 숙적이었으며 현재 베트남의 침공으로 없어졌다.

작품은 베트남의 최남단에 위치한 참파의 마지막 생존 영토 '닌투언'에 살았던 참족을 주인공으로 한다. 아름다운 대지와 바다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영상과 함께 정체불명의 주체가 서로 주고받는 음성편지가 들린다. 프랑스의 베트남 침략, 베트남 전쟁 동안 만연한 미국의 폭격 등 역사 속 식민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다.

▲ 윌리엄 켄트리지 <더욱 달콤하게 춤을>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남아공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더욱 달콤하게 춤을>은 작가가 르완다 피난민, 발칸반도 탈출 행렬, 2차 세계대전 무렵의 인구 이동에서 받은 영감을 투영한 작품이다. 힘찬 듯하지만 애달픈 곡조의 음악과 함께 검은 그림자로 묘사된 이들의 행진이 지속된다. 마치 장례식을 연상하기도 하고 난민의 슬픔을 연상하기도 하는 이 다양한 이들의 행진은 난민이 어느 특정한 국가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일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 작가 야오 루이중의 <모두를 위한 세계>는 세계 각국에 생겨난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손을 둘고 서 있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한다. 유럽, 미주, 캐나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 생긴 차이나타운 앞에서 남자는 손을 들고 있고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권총이 놓여져있다. 세계를 다니지만 결국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는, '고립'과 '독립'의 의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 히카루 후지이 <2.8 독립선언서>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히카루 후지이의 <2.8 독립선언서>는 일본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유학생들에게 우리의 '2.8 독립선언서'를 일본어로 낭독하는 영상이다. 한국에서 씌여진, 독립을 염원하는 글이 베트남 학생들의 일본어 발음을 통해 일본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불의와 불평등을 꾸짖는 목소리로 전해진다. 3.1운동이, 한국의 독립운동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깨운 목소리였다는 인식이 이 작품을 통해 나타난다. 

작품들은 모두 '지배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국가는 과연 무엇으로 통치를 하려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떻게 자유를 찾아야할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올라가기 어려운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길을 마련해야할까? <모두를 위한 세계>는 우리에게 '진정한 독립'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