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03.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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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이 선보이는 '젠더 복합적 시각'

오는 5월 열리는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 선보일 한국관의 내용이 공개됐다.

올해 한국관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지난해 6월에 선정된 김현진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며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등 세 작가가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 남화연, 반도의 무희, 2019, 멀티 채널 비디오 설치, 가변크기, 촬영 김익현 ⓒ남화연

올해 미술전은 5월 11일 공식 개막해 11월 24일까지 약 200일간 펼쳐진다. 한국관은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를 주제로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화의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현진 예술감독은 "올해 한국관은 세각적으로는 움직이는 신체와 소리, 빛의 향연이 촉발하는 감각적인 오디오비주얼 설치들이 매혹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면서 "최근 시각예술의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근대화의 역사를 다시 읽고 쓰고 상상하는 영역이 확장되어 왔는데 이것을 더 혁신적으로 견인할 주요 동력이 바로 젠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날 끊임없이 세상에 새로운 균열을 추구하는 동시대 시각예술 활동은 지난 한 세기의 역사들을 규정해온 서구 중심, 남성 중심 등의 범주를 더욱 더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비판적 젠더의식을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도 풍요로운 시각서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전시의 제목은 자이니치를 통한 동아시아의 디아스포라와 20세기 전반부 격동의 역사 속에 놓은 하위 주체 여성들의 역동적 묘사가 돋보이는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에서 가져왔다. 이 말은 '역사'로부터의 억압이나 시련에도 상관없이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자기 확신을 함축한다. 

남화연 작가는 식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갈등하고 탈주하는 근대 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과 파격적이고 남달랐던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반도의 무희>와 <이태리의 정원>을 선보인다. 아카이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기반으로 한 작가만의 안무적 리듬을 가진 비디오 작업이 펼쳐진다.

▲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2019, 비디오 사운드 설치, 가변크기 ⓒ 정은영

정은영 작가는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 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을 선보인다.

트랜스젠더로서 신체의 불현과 분절의 감각을 음악형식 내에 적극 개입시키는 전자음악가 키라라, 남성중심적이고 성별화된 연극계에 독자적이고 위반덕인 캐릭터를 제공해 온 레즈비언 배우 이리,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연출가이자 배우로 예외적인 행위미학을 만들어온 중증장애인 서지원, 페미니스트-퀴어 접점으로서의 드랙문화를 위해 분투해 온 드랙킹 아장맨이 이 작품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다.

▲ 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2019, 필름 스틸, ⓒ 제인 진 카이젠

제인 진 카이젠은 바리설화를 근대화 과정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적극 해석하면서 분리와 경계의 문제를 사유하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를 선보인다. 

부모를 위해 희생된 딸(여성)이 부모를 구하고 삶과 죽음을 매개하는 신이 된다는 내용의 설화를 동시대 동아시아의 근대화와 전쟁, 국가주의로부터 발생된 문제들을 반성하고 이를 탈주하는 가능성의 신화로 다루면서 오늘날 지속되는 성차별, 경계, 디아스포라의 문제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개최되며 한국관은 5월 9일 프레스 오프닝과 개막식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