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정부는 예술의전당 사장 인선을 제대로 하라
[남정숙 칼럼]정부는 예술의전당 사장 인선을 제대로 하라
  •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9.03.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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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뒤에 가려진 예술의전당 사장 내정설?

▲남정숙 문화기획자, 본지 편집기획위원

국정농단 박근혜 정권의 공공기관장 1호인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의 임기가 3월에 만료됨에 따라 후임 기관장 후보에 몇몇 분들이 자천 타천으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사장 인선은 차관급으로 대한민국 국립예술센터 장으로서의 상징성뿐만 아니라 추진하는 정책과 기조가 대한민국 문화예술 기관 및 단체들에게 모범과 기준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수장을 뽑는 매우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다.

특히 국정농단 세력인 최순실과 박근혜 정권에 의해 공공기관장 1호로 발탁된 고학찬 사장은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한 경력이나 기여도가 낮은 사람으로서 문화예술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국정농단 세력의 비호로 임명·재임명 되었던 6년 동안 저질러 놓은 예술의전당의 사유화, 상업화, 놀이터화, 경영미숙 상태를 다시 되돌려서 설립목적대로 ‘문화예술의 창달과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전개할 수 있는 사명감과 능력 있는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되어야만 한다. 블랙리스트로 만신창이가 된 문화예술계가 다시 살아 날 수 있는 엄중하고 중차대한 시기이기에 더더욱 중요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문화계에서는 최근에 벌어진 국립현대미술관장, 인천문화재단, 용인문화재단, 서초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재단 및 국공립문화예술기관장의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서 예술의전당 사장 인선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이다.

작년 초에는 문체부 차관 출신이자 현재는 대학교수로 있는 P씨가 처음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기자들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P씨의 주변인이 소문을 낸 것으로 밝혀진 적이 있다. P씨 이후 올해(2019년) 초에는 예술의전당 전 직원이자 교수이며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역임했던 L씨가 물망에 올랐다. 소문이 나자마자 자신은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갈 생각이 없다고 자발적 의견을 밝혀서 이 역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달(2019년 2월)에 예술의전당 전 공연기획팀 출신이자 현재 대학교수인 A씨가 거의 확정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A씨는 위 L씨와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다. L씨의 자발적 사의는 겸양이 아니라 A씨의 내정설을 사전에 미리 알았거나 지원하기 위해서였나 의심이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A씨가 청와대로부터 낙점 받았다는 소문을 낸 사람은 마침, 현재 예술의전당 고위임원 L씨로 문화계 인사들의 모임에서 발언하면서 문화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지대한 분의 말씀인지라 문화계에서는 예술의전당 사장에 A씨가 확정되었다고 믿고 있는 분위기이다.

30년 역사 예술의전당의 일대 사건과 그 적들

A씨의 예술의전당 사장 내정설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나는 A가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할 당시 마침 ‘예술의전당 중기 전략’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예술의전당 내외부의 일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으므로 당시 직원으로서 그가 문화예술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갖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는 편에 속한다.

나는 A가 전당에서 직원으로 근무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순수예술 진흥에 기여하거나 순수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A는 항상 국민이나 약자 편에 서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영달과 강자편의를 위해 일해 주던 마치 강자들의 마름처럼 행동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블랙리스트 사건 이후 대한민국 문화예술대표 공연장의 수장이 된다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정부는 고르고 골라서 어찌 그런 사람을 선임하려고 한단 말인가!

단도직입적으로 A씨는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재판 및 비리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이다. A씨가 연루된 사건의 본말은 다음과 같다.

2005년 예술의전당은 ‘S뮤지컬사’,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공동으로 투자하여 공동사업을 하기로 계약했다. 제작비는 총 94억 원이었으며 이중 예술의전당이 18억 원(20%), CJ엔터테인먼트가 31억 5천만 원(35%), ‘S뮤지컬사’가 40억 5천만 원(45%)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림1.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동주최 계약서〉 출처 :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과 CJ엔터테인먼트는 약속한 금액을 선금으로 입금하였으나 ‘S뮤지컬사’는 자신이 투자하기로 한 40억 5천만 원을 납입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27억 원을 미리 썼기 때문에 이 돈이 선집행한 돈이라고 주장하였으나 회계감사 결과 실상은 약 8400만원만 입금했을 뿐이었다.

결산한 당시 ‘오페라의 유령’은 대성공을 거두어서 총 180억 6천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S뮤지컬사’는 8400만원만 입금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정산 시8400만원 포함 45%인 51억 5천만 원을 챙겼다.

공연은 공연이 시작되기 2~3개월 전부터 사전 예매를 시작한다. ‘오페라의 유령’도 사전 예매를 했는데 ‘S뮤지컬사’는 사전 예매를 통해 발생한 티켓 수익과 예술의전당과 CJ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한 선금과 매표수익을 유용해서 자신이 제작한 별도의 뮤지컬에 투자해 동시에 두 개의 뮤지컬에서 수익을 내었다. 별도로 제작한 뮤지컬에서는 9억 정도의 수익을 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예술의전당은 18억 원을 투자해서 7억 3천만 원을 배당받았고, CJ엔터테인먼트는 31억 5천만 원을 투자해서 8억 7천만 원을 배당받았고, ‘S뮤지컬사’만 8400만원을 투자해서 50억 6천 6백만 원을 배당받았다. 이 세상에 이런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가 또 있을까?

                〈2005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투자 및 수당 배당금 현황〉

▲투자금 8400만원으로 50억 6천 6백만원의 수익금을 가져간 'S뮤지컬사

국가 예술센터도 말아 먹는 봉이 김선달들, 다른 곳에는 오죽하랴

왜 어떻게 이런 말도 않되는 봉이 김선달같은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이런 규모의 일은 계약부서의 착각만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은 당시 3개 뮤지컬 기업들이 대한민국의 대형 극장들과 함께 공동제작하는 대부분의 뮤지컬에 적용하던 광범위한 수법으로 ‘오페라의 유령’은 재수 없게 걸린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

이런 규모의 사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 ‘3개 뮤지컬 업자들’ + 이들을 비호하는 ‘문체부 공무원’의 3각 카르텔이 공조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시 공동주최계약은 원래 기획국 계약부서의 업무였으나 무리하게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에서 예술사업 국장 B씨, 공연기획 팀장 A씨, 공연기획 과장 C씨가 계약을 주도하므로 전당의 상위규정을 위반하였다(2007년 국정감사 자료).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국장 B씨, 팀장 A씨, 과장 C씨는 자신들이 예술의전당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사업자인 ‘S뮤지컬사’에게 유리하도록 부당한 계약을 하였다.

▲사업자인 ‘S뮤지컬사’가 ‘오페라의 유령’을 수입·유통하기 위해서 1년 전부터 쓴 해외출장비, 영업비 등을 소급해서 사전 제작비로 보존해 주었다. ▲공동투자 한 3개 사가 낸 수십억 원의 선금을 공공기관인 예술의전당이 관리하도록 하지 않고, 사기업인 ‘S뮤지컬사’가 공동통장을 관리하도록 했다 ▲공연의 모든 수입금은 ‘S뮤지컬사’ 대표의 동생이 운영하는 ‘00서비스’에서 관리하도록 하여, 공동사업자들이 상호 감시 견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페라의 유령’ 사전 매표를 통해 판매된 금액도 ‘S뮤지컬사’에서 관리하게 했다.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에서는 ‘S뮤지컬사’의 재무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서류제출도 요구하지 않고, 보증하는 아무런 절차나 장치 없이 ‘S뮤지컬사’ 대표의 말만 믿고 그 큰 금액을 투자하도록 했다. 공연 개막 후 1주일마다 정산하도록 하므로 주관사 ‘S뮤지컬사’ 대표는 1주일에 한 번씩 정산된 금액을 자신의 다른 통장으로 재입금하는 등 자금을 횡령하거나 사금고처럼 유용하도록 책임을 방기했다.

예술의전당은 대관비용을 선금으로 받고 있으나 ‘오페라의 유령’을 3개월 공연 후 후불로 처리하므로 결과적으로 ‘S뮤지컬사’가 초기 운전자금 없이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이후 2005년 11월 이 사건이 문체부 감사에 걸려서 예술의전당은 ‘S뮤지컬사’에게 소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하면서 고소고발이 난무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S뮤지컬사’ 대표의 범죄사실이 확인되어 서울고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2007년 국정감사에서도 나온 공개적인 내용들이다.

               〈2007년 ‘오페라의 유령’ 분쟁사항 보고서 및 국정감사 답변서〉

▲그림2, 3. 예술의 전당에서 올린 오페라의 유령'은  ‘S뮤지컬사’ 대표의 범죄사실이 확인되어 서울고법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2007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공개적인 내용들이다.

문체부의 비호와 예당의 협력 없이 불가능한 ‘3각 카르텔’

그럼 예술의전당 측 비리의 주인공들인 국장 B씨, 팀장 A씨, 과장 C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조사과정에서 국장 B씨, 팀장 A씨, 과장 C씨가 허술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은 ‘S뮤지컬사’뿐만 아니라 대형 뮤지컬 기업인 S사와 A사도 오랫동안 비슷한 구조로 계약해 주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림 4. 는 이때 밝혀진 예술의전당과 당시 3개 뮤지컬사와의 카르텔 구조를 도식화한 것이다. 당시의 뮤지컬 카르텔에는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 3개 뮤지컬 기획사 + 문체부 공무원 K가 상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림4. 예술의 전당과 문체부, 뮤지컬 3사가 먹이사슬처럼 연결돼 있었다.

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문체부는 예술의전당 비리 관련하여 인사징계 요청을 예술의전당 측에 전달했다. 문체부가 예술의전당 인사에 개입하여 인사징계 요청을 한 것은 30년 역사상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건립초기 건축비리에 관련된 것이고, 두 번째가 바로 이 사건으로 그 만큼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문체부에서는 이 사건의 중대함을 파악하여 국장 B씨, 팀장 A씨, 과장 C씨 세 사람에게 해임이나 면직에 준하는 ‘중징계를 요구하는 인사통보’를 예술의전당 측에 전달했다. 문체부의 인사징계 통보를 받고 몸통인 국장 B씨는 도망치듯 사표 쓰고 나가는 통에 문체부로부터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팀장 A씨와 과장 C씨는 ‘S뮤지컬사’ 대표가 실형을 선고 확정된 후 예술의전당 측으로부터 면직의결을 받고 면직이 확정되었었다.

그런데 이들을 비호하는 문체부 공무원 K씨가 이들의 면직처리를 철회하도록 요청하여 예술의전당 측은 권고사직으로 마무리하고 두 사람은 사표를 쓰고 나갔다.

어떻게 18년 동안 문화예술계를 장악할 수 있었나?

예술의전당의 뮤지컬 카르텔을 비호해 주던 문체부 공무원 K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문체부 공무원 직분을 망각하고 18년 동안 3사 뮤지컬 기업을 비호하는 역할을 했다. 그걸 아는 문체부 직원들 역시 침묵하고 있는 통에 승승장구하고 문체부에서 승진을 거듭하다가 징계한번 받지 않고 고위직으로 지난 해 퇴직하였다.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국장 B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B씨는 반성 없이 바로 광역지자체 문화재단 대표가 되었다가 문체부 카르텔 공무원 K의 비호로 국가문화예술센터의 기관장을 3선까지 하다가 뮤지컬 카르텔사 대표 중에 하나인 Y가 서울 시내 모 대학의 공연예술대학원장 자리를 물려줘서 현재는 공연예술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금도 각종 심사와 심의를 하러 다니면서 예술경영의 대부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 팀장인 A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A씨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예술의전당 사장이 유력시되고 있다는 그 분’이다. 그 분은 예술의전당에서 사직한 후 반성 없이 역시 뮤지컬 카르텔사 대표인 Y의 주선으로, 전임 국장 B가 대학원장으로 있는 공연예술대학원의 교수이자 부설 아트센터장으로 옮겨가서 ‘호의호식’하며 각종 뮤지컬 관련 심의와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알리며, 뮤지컬 칼럼을 쓰는 등 예술경영 전문가로 대접받고 있다. 과장 C씨는 현재 대도시 지자체 시민회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림 4. 하단에 있는 동그라미 가, 나, 다는 승승장구하는 3개 뮤지컬사 대표들에게 빌붙어 있는 사람들로 ‘뮤지컬 카르텔사’들의 심부름을 해주다가 현재는 그들의 비호로 대형 공연장 대표, 교수, 국공립 기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 수도 꽤 된다. 이들 뮤지컬 3사 대표들은 여전히 대형 예술센터의 대표로 자신들 카르텔들이 임명되도록 힘쓰고 있는데, 그 이유는 18년 간 이어져 온 자신들의 뮤지컬 카르텔이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카르텔 중 누군가가 대형 공연장의 대표로 가야 뮤지컬을 올릴 수 있으며 공동투자 형식으로 국민의 세금을 착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목표는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의 대표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이다.

그리고 3개 뮤지컬사 사장들은 대부분 관련협회 협회장을 역임하고 국내 굴지 예술경영대학원의 대학원장이나 교수를 겸직하며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자신들이 협회장과 교수라는 직분을 이용해서 각종 지원금 심사, 뮤지컬 어워드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들어가서 시상을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둘째, 그림 4. 하단의 가, 나, 다 등 ‘뮤지컬카르텔’의 먹이사슬의 하위구조에 있는 자들을 겸임교수로 등록해서 각종 지원금 심사, 뮤지컬 어워드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들여보내서 지원금을 끌어 오거나 연구용역을 대행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블랙리스트는 그들만의 ‘뮤지컬카르텔’에서 시작

블랙리스트는 단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생긴 것이 아니다. 위 4. 그림은 18년 전에 시작된 블랙리스트의 근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이들에 의해서 블랙리스트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위 카르텔들은 수년 동안 각종 지원금 심의위원회 등에서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자신들의 카르텔에게 유리하게 심사를 하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싫어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불리하게 심사하면서 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뿌리 깊게 고착화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곪아서 터질 때 쯤 박근혜 정부에서 불거졌을 뿐이다. 이 역사를 알 수 없는 도종환 장관이 블랙리스트를 척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선을 제대로 하거나, 관여하지 말라

이들은 자본과 인맥이 충분해서 정권이 바뀐다한들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3사 뮤지컬 대표들과 카르텔들 중 몇몇은 박원순 시장 하에서는 서울시 핵심조직에서 일하다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눈치 빠르게 정부 요직에 진입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를 해결하면 자신들까지 밝혀지기 때문에 민주정부에서 블랙리스트가 해결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다.

주인공 A는 언감생심 자신이 예술의전당 사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게 될 줄 모르고 일제 앞잡이처럼 권력자들의 하수인으로 살았을 것이다. A는 예술의전당 30년 역사상 가장 큰 비리를 저지른 사람 중에 하나이며, 자신의 직장을 위험에 처하게 한 사람이자, 순수 예술과 순수 예술가들을 외면한 사람이며, 국민의 세금을 개인사업자가 착복하도록 방기하거나 협력한 사람이다. 범죄를 저질러 놓고 반성을 하거나 용서를 빈 적도 없고, 자신의 힘으로 예술가와 예술계를 위해서 기여를 한 적도 없으며 그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카르텔들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며 산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예술의전당 사장이 되어도 좋은가?

평생 문화예술계에서 종사한 사람으로서 예술의전당의 아픔을 증언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행동하지 않고 불평만 하기에는 문화예술계 암울한 현실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기관장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인사개입을 일삼는 위정자들의 인식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그리고 당신이 지난 시절에 한 일을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다고 알려주고도 싶었다. 블랙리스트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었더라면 블랙리스트의 몸통인 그들이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감히 물망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유지되었던 ‘뮤지컬카르텔’, 즉 ‘화이트리스트’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문화예술계와 순수예술분야에 끼친 해악은 넓고도 깊다. 그리고 현재 문화예술계에는 이들 카르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과의 싸움은 힘에 겹고 두렵다. 하지만 지금 민주정부에서 청산하지 못한다면 권력과 금권에 빌붙지 못하는 예술과 예술가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다양한 예술을 향유하지 못하거니와 창조적인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힘에 겹더라도 개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행동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 이 글은 다수의 뮤지컬 및 뮤지컬 관계자들과는 관련이 없으며 단지 3개 뮤지컬 기업이 포함된 카르텔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