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문체부 장관 “경륜과 소통으로 문화계 잘 이끌어달라”
신임 문체부 장관 “경륜과 소통으로 문화계 잘 이끌어달라”
  • 이은영 기자/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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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문화인들의 목소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문체부 차관을 지낸 바 있는 박양우 중앙대 교수가 내정됐다. 박 후보자는 문체부에 오랜 기간 재직하며 우리나라 문화정책과 예술행정에 능통한 점에서 앞으로의 문화비전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 관광업계에서는 공식적으로 환영 성명을 발표했고 '전문가'가 수장으로 오길 희망한 많은 문화인들도 문체부 수장으로 적합한 인사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초예술분야 예산 확대', '남북간 문화교류 지속' 등 정책방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으며 문화인들도 이를 이룰 적임자로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CJ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CJ의 독과점에 침묵하며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 인사가 독과점을 막아야하는 문체부 장관에 올랐다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관료 출신'에 대한 선입견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문체부의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기사를 위해 순수예술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단체장을 비롯 일반 예술인들과 종사자 등을 골고루 인터뷰 했다.

박양우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정리해본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관료 출신 우려? 교직에서 현장 종사자들과 잘 소통”

하철경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문체부 차관, 광주비엔날레 이사장도 하셨고 외국 문화원장도 하셨기에 현장 경험과 경륜으로 잘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적폐청산 부분도 잘 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은 "누가 오더라도 운신의 폭이 좁다고 본다. 이순신 장군이 와도 관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힘들거다"면서 "박 후보자가 미국, 영국 등의 문화원장을 했기에 우리 전통공예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를 알 것이다. 지금 누구도 공예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데 박 후보자는 선진국에서 보고 느낀 점들이 있기에 관심을 가지고 해 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문체부 관료들이 장인들을 무시하고 젊은 사람들만 데리고 일을 하는 데 이런 것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장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박양우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관료라는 선입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관료직을 떠난 후 학교에서 많은 예술계 종사자들과 소통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그 부분은 충분히 보완이 됐다고 생각한다.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후보자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고 그 문제 역시 풀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광일 연출가는 "문화행정에 이런 경륜을 가진 인사가 드물다. 직관이 뚜렷하기에 당면 문제들을 잘 인식하고 풀어나갈 것이라 본다.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문화행정 전문관료로서 문화, 체육, 관광 등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으로, 균형감각을 토대로 '평등, 공정, 정의'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할 적임자로 본다"면서 "미래지향적 문화정책을 통해 문화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양우 후보자에게 대학원 강의를 들었다는 한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예술경영이란 학문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학생들의 실질적인 논문과 학교의 행정적인 시스템의 수준을 많이 끌어올리셨다” 며 “무엇보다 학생들 중 실제 현장 종사자들이 많았는데 그들과 소통을 잘 하시는 교수님이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자 늘 노력하시는 모습이었고 제자들의 공연과 전시 등에도 많이 가셨다. 다양한 예술 분야 종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며 현장과 소통하는 분"이라고 기억했다. 

한 미술계 원로는 “몇 해 전 박 내정자가 자신이 문체부 관료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몇 시간이고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말없이 경청해 주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약자의 편에서 공감해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이런 분이 문체부장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박 내정자에게 있어서는 그가 현장과 늘 소통하려 애썼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화석처럼 굳어진 ‘관료=현장몰이해자’로 등치시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료주의를 깰 수 있을까? 개혁에 앞서는 모습 보여야”

우려를 전하는 문화인들의 목소리도 있다.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박 내정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운을 뗀 그는 ”문재인 정부가 첫번째 문체부 장관으로 정치인 신분이지만 예술인을 선정했고 이번에 관료를 선택한 것은 조직 안정화를 위한 기조 아니겠느냐"면서 "문체부 본부도 그렇고 산하기관장도 그렇고 현장예술에 대해 고민을 같이 안 해주시는 분들이 오니 고민이다. 그래서 박 내정자가 문체부 관료들과 생각이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다. 관료적 발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문화기획자)는 "관료로서의 무난함 때문에 '제2의 도종환 장관'을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곪아터진 대한민국 문화계를 혁신할 자신이 없으면 장관을 맡지 말아야한다. 이 말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예술가와 약자 편에 서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문화예술 정책의 기본을 세워달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제라도 제대로 된 문화예술 정책의 기본을 세워 명예롭게 퇴직할수 있도록 결심을 단단히 하시라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문화연대는 "문재인 정부의 문화행정 개혁이 관료주의의 집단적 저항에 무력화된 상황에서 전직 문체부 관료 출신 인사를 장관 후보로 지명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관료주의 행정 조직의 개혁과 혁신을 이뤄낼 일관된 태도와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신임 장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내정자에 대한 ‘음모론’도 제기한다. 앞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내세우면서 뒤로는 관은 물론 기업, 학교의 온갖 프로젝트를 싹쓸이 하는 일부 그룹이 자신들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화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박 내정자가 부임할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박 내정자를 반대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그것이다. 

‘개혁과 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문화행정 전문관료’, ‘교직에 있으면서 현장 예술인들과 소통한 점’ 등이 박양우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본 이들의 주된 이유다.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현재까지도 다양한 예술 종사자들과 함께 했기에 문화계의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현 문재인 정부가 집권 만 2년을 앞두고 조직의 안정화를 통한 국정철학을 잘 완수해 내기 위해 조직의 업무를 충분히 알고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 있는 인물로서 박양우 내정자를 낙점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것처럼 박양우 내정자는 문화예술과 관광 분야를 두루 경험하고 차관까지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문체부의 조직과 업무 전반에 능통하며 빠른 상황판단은 물론 뛰어난 정책기획력과 업무추진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개혁과 발전’ 박양우 후보자의 숙제는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화인들의 지지의 목소리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엄연히 존재하기에 그 불만을 잘 풀어주는 것도 후보자가 해야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