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콘텐트현상] 동시대의 문화콘텐츠 발굴 프로젝트
[이창근의 콘텐트현상] 동시대의 문화콘텐츠 발굴 프로젝트
  •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 예술경영학박사
  • 승인 2019.03.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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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 예술경영학박사 (Ph.D.)

지난 겨울부터 현재까지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재)지역문화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예술가와 민간단체의 예술지원을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연부터 전시, 학술, 교육, 축제 등 다양한 유형의 사업들이 해당 사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났거나,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현대에 들어와 급속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거치며 변질, 훼손돼 계승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공연예술이 아직도 전국에 산재해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무형의 문화유산들이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됨에 따라 무형문화재로 지정, 전승되고 있다. 그리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전국에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잊힌 전통예술의 원형들이 많이 있다. 

이에 따라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자료적 근거가 명확한 전통예술의 복원과 재현을 통해 새로운 창작소재 발굴과 문화콘텐츠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 둑제 복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12년간 여자 어름사니 줄타기, 솟대쟁이 놀이 등 90여 개의 전통문화 원형을 발굴했다.

필자 또한 여러 공동연구자와 함께 2018년 사업에 ‘웅진백제시대 악무 콘텐츠화’ 과제로 참여했다. 필자의 연구팀은 백제시대에 주목했다. 그중 지역주민에 의해 실제 제례로 진행되고 있는 현행 ‘웅진백제왕 추모제’를 대상으로 백제시대의 제례악무를 찾고자 했다. 

▲지난 2월, 2018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 성과발표회 현장모습(사진제공=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웅진백제 제례악은 그 실체를 알 수 없으므로 웅진백제 제례악의 재현은 창작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 창작할 경우 근거가 없어 역사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웅진백제 제례악 재현은 현재 전승되는 궁중제례악의 맥락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 백제악의 성격을 담아 재창조하는 것이 안정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그래서 필자의 연구팀은 웅진백제 제례악을 지속성 있는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해 웅진백제왕의 추모제례에 연행되는 악무를 연구대상으로 설정했다.

매년 백제문화제 개막에 앞서 열리는 ‘웅진백제왕 추모제’를 기준으로 조사했고, 백제시대 음악과 춤 재현을 위한 학술적 논의를 거쳐 원형 탐색의 기초자료를 확보하였다. 조선왕의 종묘가 서울에 있고, 고려왕의 종묘는 경기도 연천 숭의전이다. 따라서 공주 송산리고분군에 건립된 숭덕전은 웅진백제왕의 종묘라 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9월 건립된 숭덕전(사진제공=공주문화원)

백제시대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문헌 기록은 취약하다. 다행히도 백제금동대향로의 오악사 모습에서 백제악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백제시대 당시의 악곡과 선율 등 음악 자체의 복원과 재현에는 한계가 있다.

현행 웅진백제왕 추모제의 예법과 격식은 유교문화의 전통을 이어 치르고 있다. 이 또한 조선시대부터 전해진 전통이므로 충분한 역사성과 타당성이 있다. 그렇더라도 향후 ‘백제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불교제의와 도교제의까지 포함하여 통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백제시대의 문화정체성이 담긴 제의인 동시에 축제로서의 문화콘텐츠 개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2018년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에서 근대공연예술 경성일보 기초자료화, 기완별록 복원 연구, 충청유교문화권 서사의례 및 가정의례, 북한 토속민요의 체계적 연구 및 재현 등이 추진돼 다양한 전통예술 원형 탐색의 연구성과를 도출했다.

필자가 바라본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의 의의는 세 가지다.

첫째, 전통예술 원형 탐색을 통한 동시대적 공연문화 확산이다. 국가적으로 역사의 흐름에 있었던 문화를 복원하는 것은 우리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둘째, 지역전통예술 발굴을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역과의 공감과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셋째, 한반도 평화 시대를 맞아 남북문화교류 기반 구축이다.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북한전통예술에 대한 원형 탐색은 결국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3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주요업무계획이 발표됐다. 핵심어는 ‘평화ㆍ포용ㆍ공정ㆍ혁신으로 여는 2019 문화정책’이다. 우리 문화의 근간인 전통예술의 새로운 미래가치 창출이 이 시대에 중요하다. 그래서 ‘전통예술 복원 및 재현 사업’은 동시대의 문화콘텐츠 발굴 프로젝트다.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