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이야기] 생각을 바꾸는 도시조명
[백지혜의 조명이야기] 생각을 바꾸는 도시조명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03.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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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지난 2008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가로등 및 보안등 LED 교체 사업이 이제 막바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 쓰던 주황색의 나트륨등은 대로에서 볼 수 없어진지 오래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 안에서나 간간이 눈에 뜨이는 정도이다.

강북 강변도로, 올림픽대로는 올해말이면 전면 교체될 것이라는 기사도 나온다. 아니 2020년이 되면 서울시 모든 도로의 가로등은 LED등으로 교체되어 더 이상 예전의 메탈할라이드나 나트륨등은 볼 수 없게 될 것이란다.

초기 LED로 교체된 가로등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있었다. 푸른 기운이 도는 LED 의 특성 때문에 도시가 차갑게 보이는 현상이 생겨 유사하게 파르스름한 빛을 내던 수은등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나트륨등을 거쳐 메탈할라이드 흰 빛으로 아름답게 드러났던 도시의 경관이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고,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도 에너지절감이라는 이유로 파리하게 변해가는 밤거리를 좋은 눈으로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외국의 의학계에서 이렇게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빛환경이 심리적으로 그리고 생리학적으로 유해하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흰색의  LED를 사용하는 원칙을 이끌어내게 되어 이제는 더 이상 파란 색을 띠는 LED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LED는 파란색 반도체칩을 형광물질로 코팅하여 흰색(기존 광원의 색을 이렇게 표현하기로 한다) 에 가까운 빛을 얻어내는 것이라서 따뜻한 색을 낼수록 두껍게 입혀진 형광물질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이라는 이득을 보기 위하여는 고효율의 LED 즉 푸른빛을 띠는 LED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흰색의 빛을 내면서 동시에 이전의 효율을 낼 수 있는 LED가 개발되어 더 이상 파란 빛을 띠지 않고 흰색 혹은 그 이상의 따뜻한 색의 LED로 교체되고 있다.

의학계에서 파란빛은 사람의 시력에 치명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컴퓨터의 모니터나 TV에서 방출하는 파란빛을 장시간 바라보았을 때 시력저하 뿐 아니라 망막의 질병을 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잠들기 전 어둠속에서 오랜 시간 전화기를 보는 습관은 파란 색의 스펙트럼이 망막을 손상시켜 돌이킬 수 없는 시각적 결함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자주 기사에 오른다.

지금은 익숙해진 서울로의 갤럭시 블루 조명에 대하여 파란색 빛은 불길한 기운이나 장소를 연상하게 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 비추어 생각할 때 해외의 디자이너가 제안한 조명의 색을 그대로 사용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 내부 천정에 파란 빛을 입히고, 남프랑스 도시 마르세이유 옛 항구와 지중해 문명 박물관 외관에 파란 빛을 드리운 조명작가 Yann Kersale는 파란 빛이 사람들의 정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스코트랜드의 도시 GLASGOW의  Buchanan에는 지난 2000년 파란색 가로등이 설치되었고 이로 인해 도시의 범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보고 되어 범죄율을 줄이고자하는 여러 도시들이 파란빛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가깝게는 일본의 나라. 요코하마에도 조명을 파란색으로 교체하여 기차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자살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서울이나 인천등 일부 지역에 이를 도입하였으나 미처 범죄율이 줄었다는 결과도 얻기 전에 골목길이 무서워졌다는 민원으로 다시 일반색의 광원으로 교체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는 보도가 있다. 

심리학자나 조명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은 아직 못나오고 있다. 다만 파란색의 가로등이 주는 익숙함으로부터의 환기, 관습적으로 파란색이 정의, 경찰등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 등이 범죄율이나 자살과 같은 극단적 행위를 방지하는데에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뿐이다. 

파란빛이 미치는 영향 뿐 아니라 빛이 사람의 심리나 행동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하여는 정확한 답이 없는 듯하다. 도시 야간경관의 목표가 한결같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는 것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안전과 아름다운 환경인데 여전히 밝기기준과 빛공해 사이에서 쳇바퀴돌 듯 도시의 빛환경을 다루고 있는 것이 못내 불편하다. 

가로등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 지폐 100달러 속의 주인공 벤자민 프랭클린이야기가 나온다. 늘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자 고민하던 그가 어느 날 집밖에 선반을 두고 그 위에 등불을 올려놓았단다.

사람들은 집안에 두어야할 등불을 왜 밖에 두었을까 의아해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등불로 인해 안전한 거리가 되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집 밖에도 하나둘 씩 켜놓아 그것이 가로등이 되었다고 한다.

현대 도시의 회색빛 건물 사이로 빛이 비추어지고 그 빛으로 인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져 좋은 사회, 서로를 위하는 환경을 만들고자하는 마음이 생기는 그런 도시의 야간경관을 만들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