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우리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박물관은 우리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 차유채 인턴기자
  • 승인 2019.03.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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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박물관의 다양한 노력

누구나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부모님 손을 잡고 박물관에 간 적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대해 들었던 설명은, 그 자세한 내용은 이해가 가지 않아도 그 때의 추억과 부모님과 마주 잡은 손의 온기로 마치 따스한 필름 사진처럼 모두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있다. 

그리고 한 살 두 살 나이 들어가며 박물관으로 향하는 마주 잡은 손은 변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에서 학교 선생님, 친구, 애인, 더 시간이 지나서는 자녀와 두 손을 맞잡고 박물관으로 향한다.

▲ 수원화성박물관

우리에게 박물관은 어떤 공간인가? 박물관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보존‧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다. 박물관에 대한 정의만 읽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참으로 지루하고 따분한 공간이겠구나, 하고.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박물관의 인식은 이러하다.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은 별개로 박물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지루한 곳’, ‘한 번 가면 끝인 곳’, ‘재미없는 곳’이라고 답한다. 이는 실제로 박물관에 대해 필자가 물은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답변이었다. 

그래서일까. 20대가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찾지만 그들이 찾는 전시회에 우리가 흔히 아는 박물관들은 제외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주변의 박물관들은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전으로 관람객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점에 집중했다. 흔히 말하는 젊은 층, 2-30대는 어째서 박물관을 멀리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박물관은 어떻게 이들을 다시 흡수하도록 노력해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국립중앙박물관, 대구교육박물관, 수원화성박물관의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의 박물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에서 박물관 관람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므로, 일반적이면서 보편적인 사례를 제시할 수 있다.

대구교육박물관은 신설 기관으로 교육이 중점이기 때문에 학생 위주로 진행될 수도 있는 박물관 기획 등을 어떻게 전 연령층에게 공감을 유도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수원화성박물관은 화성 행궁을 비롯한 수원 시내의 관광지와 인접했다는 지리적 이점을 가진 박물관인데, 이러한 이점을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해 대중들에게 다가서고자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선정하였다.

▲ 국립중앙박물관

1. 박물관은 찾아가기에 너무 멀다.

박물관을 가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가기에 멀어서’였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수의 박물관 관계자들 또한 수긍했다. 특히 대한민국 박물관의 중심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와 같은 사례의 대표적인 예시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리적인 위치에 대한 불만은 우리도 많은 부분 동감하는 부분”이라며 “이에 젊은 층을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이촌역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불편함과 지루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역에서부터 연결된 연결 통로에 간략한 설명을 비롯한 큐레이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이촌역이라는 지리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발한 대학생 서포터즈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포함한 데이트 코스를 개발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박물관 소재의 장소를 ‘청혼의 장소’ 등으로 지정해 일상적 영역으로 다가감으로써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관람객들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은 VR 서비스를 도입해 인터넷으로 박물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최근에 진행된 ‘대고려 展’과 같은 경우는 네이버 TV로 실시간 중계를 함으로써 5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려들기도 했다.

▲ E뮤지엄

대구교육박물관은 360° 카메라를 통해 인터넷으로 박물관을 제공하고 있으며, 수원화성박물관도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만나보는 박물관 프로그램인 사이버투어를 제공함으로써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접할 다양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이외에도 외국인 관람객들의 유치를 위해 패키지 투어를 진행하는 여행사들에게 관련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2. 박물관은 지나치게 어린이 위주이다.

2-30대가 박물관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 중 의외로 많은 수가 지적한 부분은 ‘어린아이가 많아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박물관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존재하는 기관이긴 하지만 분명 명확한 주 타깃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다수의 박물관이 타깃으로 정하는 대상은 결국 어린이이다. 이는 웬만한 박물관들이 기본적으로 어린이 박물관을 따로 구비한다는 점에서 드러나는 부분이다.

특히 대구교육박물관 같은 경우는 대구 내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의무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지정됨으로써, 박물관 관람객의 다수가 초등학생인 곳이다. 

이에 대해 대국교육박물관 김정학 관장은 “교육청 산하 기관인 교육박물관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초등학생들에게 모든 전시의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성인들도 관람하며 배워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에게는 체험학습을 위주로 편성하고, 그 외의 영역은 성인들도 만족할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대구교육박물관이 선택한 방법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였다. 

대구교육박물관 측은 SNS를 통해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한편, 블로그 등을 통해 박물관과 관련된 피드백을 제공받음으로써 관람객들이 눈으로만 보는 박물관(eyes on)이 아닌, 마음으로 와 닿고(minds on) 직접 체험할 수 있는(fields on) 박물관으로 나아가고자 함을 밝혔다.

수원화성박물관 또한 성인들을 포용하기 위해 성인들의 생활 습관을 반영한 퇴근 후 저녁 프로그램으로 도예, 미술 등의 성인 대상 강좌를 진행함으로써, 워라밸(Work & Life Balance) 트랜드를 반영하고 있다. 

▲ 뮤지엄샵

3. 박물관은 재미가 없다.

원론적이면서도 원색적인 비난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대다수의 관람객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재미가 없으니 가지 않는 것인데, 어째서 관람객에게 박물관을 가라고 강요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박물관들은 관람객들의 손을 놓지 않았다. 

재미없다는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박물관들은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들을 박물관에 도입하고 있고, 특히 뮤지엄 굿즈의 영역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기존의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의 뮤지엄 굿즈가 아닌, 기획전에 걸맞은 유물을 수입하는 것을 비롯해 전문 굿즈 부서를 구성함으로써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니즈와 재미를 모두 만족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교육박물관은 대구라는 지역적 특색과 함께 사회적 공존을 주제로 뮤지엄 굿즈를 구성하고 있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굿즈로 판매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 학교와 연대를 맺어 장애인 학생들이 제작하는 제품 또한 뮤지엄 굿즈로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사회와의 연대까지 고려하고 있다. 

수원화성박물관도 수원과 화성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의 특성을 살리는 굿즈를 제작함으로써 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전시 그 이상의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박물관 그 이상의 재미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도 한창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한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배우 정일우를 홍보대사로 선정해 박물관이 줄 수 있는 바른 이미지와 친근감을 모두 확보하고자 했다. ‘박물관은 올드(old)하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인 것이다.

대구교육박물관은 영화 포스터 展을 기획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를 소재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대구라는 도시가 지닌 음악적 성향을 부각했다. 대구가 유네스코 지정 음악창의도시이자 오페라 축제, 뮤지컬 축제 등이 매년 개최된다는 지역의 특색을 살리면서, 단순히 유물 위주로 진행된다는 박물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한 것이다. 

수원화성박물관의 경우 수원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오주석 기념관’을 설립했다. 이는 박물관 외의 지역에서도 관람객들이 직접 배움과 체험을 느낄 수 있도록 장벽 너머로 확장된 개념의 박물관을 추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박물관에 오지 않아도 새로운 장소에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며, 대중들에게 박물관을 일상적 공간으로 인식하고자 했다.

박물관은 우리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사실 본격적인 취재 전, 필자 또한 막연히 대중들이 점점 박물관을 외면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이 박물관을 잡은 손을 놓았더라도, 박물관은 우리와 맞잡을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박물관은 우리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더욱 꼭 잡고 있었다.

발전하는 SNS와 첨단 기술에 맞춰 박물관에 관련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박물관이 유물들과 함께 뒤처지는 곳이 아닌, 도리어 한 발 앞서 우리와 미래의 역사를 같이 쓰는 곳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박물관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박물관의 사람, 현장, 이야기 모두에 귀 기울이며 철저한 유물 관리를 바탕으로, 배움 그 이상의 공간이 되도록 꾸준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기획전과 공연, 굿즈, 그리고 일상까지 다가서는 박물관을 오랜만에 누군가와 손을 잡고, 혹은 박물관의 손을 잡고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과거의 역사와 더불어 미래의 역사를 그릴 박물관은, 우리가 손을 놓더라도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