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국악꽃이 만개한 수도 서울을 꿈꾼다
[김승국의 국악담론]국악꽃이 만개한 수도 서울을 꿈꾼다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 승인 2019.03.30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장

국악은 우리의 문화정체성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무형 문화유산이자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예술 장르로서 이다. 또한 장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중들과 함께 애환을 같이 해오며 발전하여왔다.

그러나 우리 국악은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에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진화와 발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일제(日帝)로 부터의 해방의 기쁨도 잠시, 민족상잔의 6.25 전쟁과 전쟁 후 노도와 같이 밀려든 구미문화의 영향으로 진화와 발전은커녕 자생력을 잃고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헌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러한 국가의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 국가는 나름대로 전통문화의 정수인 국악의 전승과 발전을 위하여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미흡하다. 게다가 현재 지방 정부 차원에서 국악의 활성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시 차원에서 국악 활성화를 위하여 행·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 반갑다

국악은 국가와 국민의 자존 내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고, 상업적인 이윤추구 원리를 적용할 수 없는 시장 경쟁력의 한계를 안고 있는 예술장르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문화 창달’이라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국악의 진흥과 활성화를 위하여 지방 정부가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박시장의 국악 활성화 천명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서울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국악예술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에 서울이 우리나라 국악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박시장의 인식은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인식이다.

서울시가 국악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바른 방향 설정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4가지 정책과제로 나누어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국악진흥을 위한 기반조성, 둘째, 국악 교육 및 창작 역량 강화, 셋째, 국악 생활화 및 대중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악자원 관광 및 산업화로 구분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리랑 박물관을 건립하자

첫째, 국악진흥 기반조성면에서 현재 돈화문 민요박물관이 완공단계에 있다. 돈화문 앞에 2019년 10월에 민요 박물관을 개관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찬반의 논란은 있었으나 지금은 완공단계에 있기 때문에 아무쪼록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 국악진흥 기반조성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생각해본다면 아리랑 박물관을 건립하였으면 한다. 국가는 마냥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요가 아리랑이며 우리 민족을 하나 되게 하는 것도 아리랑이라고 말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현재까지 국립 아리랑박물관 하나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래서 서울시가 아리랑과 관련된 음악, 춤, 영화, 문학, 공예, 영상 아카이빙과 전시 및 체험, 교육이 이루어지는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시립 아리랑박물관을 건립해주기를 제안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아리랑은 10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민족 모두가 공감하는 대표적 민요는 아니었다. 현재까지도 불리는 구조아리랑, 긴아리랑, 강원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들은 옛날부터 구전되어 온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분일 것이나 대부분 1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노래들이다. 아리랑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요로 등장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된 춘사 나윤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이 온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결과 영화 주제곡인 ‘아리랑’을 온 국민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한 이후이다.

이제 아리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요이자, 분단 조국의 남과 북을 이어주는 공통 언어이다. 그리고 재외동포들과 조국 대한민국을 이어주는 공통 언어이기도 하다. 만일 서울시가 아리랑 박물관 설립을 수용한다면 아리랑박물관은 민요, 영화, 문학, 공예 등 아리랑 관련 자료의 연구·발굴·보관·전시·체험 공간이자 아리랑 세계화와 창작 활성화의 산실이며, 아리랑을 통한 국민대통합을 구현하기 위한 컨트롤 센터로서의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국가가 세우지 못한 아리랑 박물관을 서울시가 건립하게 되는 것이다.

국악 관련 기관 협의체 구축 필요하다

또한 국악 활성화를 효과적으로 수행해나가기 위해서는 국악 관련 기관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 국악 관련 기관이라 하면 서울시 문화국 역사문화재과와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국립국악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악방송, 문화재보호재단, 무형문화유산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국립국악중고등학교,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등을 말한다. 이러한 기관들이 협업체제를 구축하여 각각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서울시의 국악 활성화 컨트롤 타워로서 국악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국악 정책전문가 및 민관으로 구성된 자문협의체가 필요하다.

서울시 국악인턴제의 발전, 국악강사 지원 사업 지속

둘째, 국악 교육 및 창작 역량 강화 면에서 보면 기존에 운영되어온 서울시의 국악인턴제는 더욱 발전된 형태로 지속되어야 한다. 신규 사업으로 생각해 본다면 국악예술의 취약점이 기획력 부족이라는 점에서 국악 전문 인력 아카데미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 국악 활성화의 성패는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악 일꾼 및 미래의 문화시민 양성이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 국악전용 소극장 지원, 지역 국악 활성화 거점 지원, 지역 국악일꾼 프로젝트 지원, 초·중등학교 꿈나무 국악오케스트라 지원, ‘국악 마을학교’ 지원 프로젝트, 저소득층 국악영재 교육, 신진국악인 발굴·육성 위한 창작경연대회 개최 등이 필요하다.

셋째, 국악 생활화 및 대중화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국악강사를 선발하여 초중등학교 교육에 지원해 오던 사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국악 장르의 보존 및 발전 정책에서 생활예술로서의 국악 활성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규 사업으로는 생활국악동아리 경연대회, 국악노래자랑 경연대회(매월), 국악신동 발굴 경연대회, 실버국악제, 대학국악가요제, 지역 국악축제 지원,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축제 지원, 동네 국악대(국악·연희) 활성화 지원, 국악분야 시민강좌 운영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악자원 관광 및 산업화 측면에서 볼 때 기존의 국악로 활성화 사업,  수문장 교대식은 지속 발전되어야 한다. 서울시의 국악 기반인 돈화문 국악당 운영, 남산 한옥마을 및 국악당 운영, 운현궁 운영, 삼청각 운영도 지속되어야 하나 공히 각 공간별 역할 분담 및 차별화·특성화를 이루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신규 사업으로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하여 청소년과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악 유튜브 크리에이터, 단편 영화, 영상, 미디어 실용음악 등 4차 산업 연관 청소년 국악 미디어콘텐츠 지원 사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이 나와야

이 모든 제안이 아무리 좋고, 필요한 것일지라도 서울시가 모두 수용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정책은 기획단계에서 시민이 참여해야 한다. 국악 정책전문가, 국악인, 국악 동호인, 시민들이 함께 모여 국악 활성화를 위한 공론의 장을 펼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렴된 안을 단기, 중기, 장기 정책에 담아 로드맵을 설정하여 차근차근 수행해 나간다면 서울시가 지향하는 국악 활성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타 지방 정부에게 성공적인 선행 사례를 제공해 주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꿈꾼다. 국악꽃이 만개한 수도 서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