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서울을 대표하는 야간명소?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서울을 대표하는 야간명소?
  • 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 승인 2019.03.3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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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도시의 조명은 도시 기능의 변화를 가져왔다. 해가 지면 멈추어야 했던 활동이 계속될 수 있었고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안보이는 웅덩이에 빠지는 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었으며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졌다.

초기 조명이 선사했던 밝기 개선에 의한 혜택은 고스란히 도시민을 위한 것이었고 직접적으로 삶의 질의 변화를 가져왔다.

야간경관이 포함하는 조명의 의미는 확대되어 단순히 밝기 제공을 넘어 빛에 의한 감성적, 사회적 혜택까지 누리게 하는 조명으로 발전했다. 그 배경에는 사람이 사는 장소의 의미가 단순히 안전하게 정착하는 ‘곳’의 의미를 넘어 어떠한 특성을 갖는 ‘장소’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도시의 경관에서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다룬다.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경관적으로 어떠한 장소의 의미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산이나 강 혹은 호수와 같은 자연자산,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람이 쌓아온 역사자산, 그리고 거주민들의 편리가 담긴 생활자산등 경관자원은 그 ‘곳’을 ‘장소’로 기억하도록 할 수 있는 많은 자원을 이미 가지고 있다. 서울시를 예를 들어보면 남산과 한강과 같은 자연경관과 경복궁, 비원등 역사경관 그리고 서울로, 청계천 등의 생활경관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관적 특징을 어떤 단어로 정의하고 서울의 아이덴티티로 매김할지는 정하면 될 일이다.

야간경관에 있어서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인공적으로 조명환경을 만들어 드러내야하는 일이기에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우선할지에 대한 논의나 검토는 필요하다.

매년 서울시의 10대 야간명소를 정하기 시민공모가 이루어지는데 이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무리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도시의 크기나 인구수, 인구밀도 모든 면에서 세계 10대 도시 안에 드는 천년 역사도시 서울의 야간 명소를 어떻게 10개로 국한할 것이며 그렇게 정해진 10개의 명소가 서울 야간경관을 정의하는 데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상대로 시민들이 생각하는 서울의 야간명소와 서울시에서 예상한 명소는 50%정도의 일치만을 끌어내었다. 시민들은 서울 전체에 대한 시각보다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개인 생활영역에 근거한 명소를 지적하였는데 물론 여기에는 옳고 그름은 없다. 다만 서울의 야간경관 명소라고 확실하게 내세울만한 대표적인 ‘장소’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세계에서 밤이 아름다운 도시를 검색해보면 서울이 들어가는데 우스개 소리로 야근하는 건물의 불빛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만큼 서울의 빛은 넘쳐나고 빛공해를 운운할 정도로 야간경관은 화려하다. 서울로와 청계천, 남산타워와 반포대교의 분수, 롯데 월드타워, 경복궁의 달빛기행, 암사대교, 가양대교의 조명, 한강변을 따라 흐르는 도로의 조명들.. 셀 수 없는 야간경관 명소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상징적’인 야간경관 명소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낸다.

그 이유로 서울의 야간경관이 전체적인 맥락이나 주변 경관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과정에서 단편적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며 야간경관요소가 늘어가면서 그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과정이 누락되어 어떠한 관계 설정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경관은 거대한 계획 내에서 이루어진다. 마스터플래닝이라는 전체 계획 속에서 지역간의 위계, 기존 경관 특화를 통한 아이덴티티 형성이라는 과정을 한번쯤은 검토한다. 예를 들어 타임스퀘어 주변 광고물과 브로드웨이의 극장, 6번가와 7번가 그리고 브로드웨이의 교차등 여러 경관적 요소와 사회적인 도시의 기능이 현재의 야간경관을 만들어 냈으며 주변의 가로는 이와는 다른 정온함을 갖는다. 새로이 야간경관의 명소로 떠오른 서쪽의 하이라인파크와 첼시지역은 기존 건물과 새로이 지어진 건물과의 조화 그리고 허드슨강이라는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야간경관을 갖으며 이는 타임스퀘어의 야간경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갖는다.

이와 같이 그 지역 경관요소의 특징을 강조하며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야간경관이 형성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로는 서울로를 관통하는 한강대로, 통일로등 가로와 더불어 주변의 고층건물과 서울스퀘어, 서울역사, 숭례문, 남산타워, 윤슬광장으로 확장하여 도심형 야간경관의 메카로 명소화하여 서울이 품은 가치들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롯데타워가 위치하는 잠실에서 반포대교 및 세빛섬 그리고 노들꿈섬에 이르기까지 한강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수변의 야간경관을 연계할 수 있는 게획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서울의 상징적인 야간경관 명소는 조명기구를 덧붙여 새로이 형성할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덜 중요한 것들을 낮추고, 위계 없이 나열된 가치들을 모으고 연결하여 그 특징을 드러남으로서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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