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곧 꽃이었다는 지용철사진가의 ‘목련’전
내가, 곧 꽃이었다는 지용철사진가의 ‘목련’전
  • 장터사진가 정영신
  • 승인 2019.03.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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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일까지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 봄을 선물하는 목련사진전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나태주시인의 ‘목련꽃 낙화’ 시 일부분이다. 시처럼 봄날을 상징하는 목련꽃이 지천에 피는 4월이다. 목련꽃만을 6년 동안 촬영해온 지용철사진가의 ‘목련’전이 지난 27일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 ‘목련’ 책 출판과 더불어 전시회를 열었다.

▲ 목련 60X40cm pigment print 2014 (사진제공:지용철작가)

아무이유 없이 목련 보는 것이 참 좋다는 작가는 그리운 사람이 떠오르면서 자신의 모습이 보여 해가 바뀔 때마다 목련이 피기만을 기다린다. 특히 그리움의 꽃이던 목련에게서 젊었을 적 어머니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목련 보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목련 사진을 담으면서 슬펐고, 그리고 행복했다, 내가 목련이고, 목련이 나였다. 내 사진은 내 상처다. 내 상처를 펼쳐놓고 내 스스로 내 상처를 팔고 있다“ 고 말했다.

▲ 목련의 작가 지용철씨 Ⓒ정영신

그는 목련꽃이 예뻐서 찍은 것이 아니라 자기모습을 닮아서 사진에 담는다. 결국 목련꽃을 담아내는 게 아니라 자기상처를, 자기모습을 카메라 안으로 들이는 것이다. 이젠 목련과 대화를 나눈다는 작가는 목련의 한순간의 표정을, 그리고 그들만의 언어를 사진으로 표현한다. 한순간 활짝 피었다 지는 목련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그는 꽃이 지고, 한동안 다음 생을 위한 생명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시간을 사유하는 것이다. 이는 셔터 뒤의 마음의 눈을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 목련 60X40cm pigment print 2015 (사진제공:지용철작가)

그에게 사진이란 사유를 보여주는 표현도구라고 한다. 사진은 그 어느 매체보다도 사실적이다. 또한 작가 개인의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목련을 선택하여 자신의 내면세계를 ‘내가 곧 꽃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찍은 사진은 현실에 대해 해석하거나 사물을 미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목련이다.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지만 작가의 마음을 다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목련 60X40cm pigment print 2015 (사진제공:지용철작가)

작가에게 목련은 기억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이다. 목련의 생생한 시간을 실재의 시간으로 만들어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는 사랑을 경험함으로써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작가는 내부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 있는 꽃 이미지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의 모습을 감성에 의해 자신만의 시각언어로 재창조하여 표현했다.

▲ 목련 60X40cm pigment print 2015 (사진제공:지용철작가)

살면서 보고, 느끼는 여러 감정들과 삶의 아름다움과 고단함을 목련에서 찾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노트를 보면 “왜, 목련에게서 내 모습이 비치는 것일까? 이 의문으로 인해 내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게 되었고, 작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꽃이었구나. 이 답은 울림이 되어 나를 한없이 자유롭게 해주었다” 고 썼다.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목련을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진 것이다.

▲ 목련 60X40cm pigment print 2015 (사진제공:지용철작가)

특히 목련이 지기 전 촬영을 하면서 ‘고마웠어, 내년에 다시보자’고 했더니 목련이 그에게 이렇게 답을 했다고 한다. “그리움이 시작된 곳으로 오세요” 목련과 여섯 번의 봄을 보낸 작가는 목련이라는 대상과 교감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 목련 60X40cm pigment print 2015 (사진제공:지용철작가)

인사동 나우갤러리에 가면 작가의 그리움이 시작된 목련을 만날 수 있다. 60x40cm 디아섹 액자로 만든 목련작품을 30만원이면 구입할 수도 있다. 지용철사진가의 ‘목련전’은 오는 9일까지 인사동 나우갤러리(02-725-2930)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작품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