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서울문화재단,예술지원공모 후속대책 실효성 논란
[현장에서]서울문화재단,예술지원공모 후속대책 실효성 논란
  • 강소영 기자
  • 승인 2019.04.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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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목소리 반영 안 된 졸속 행정” 비판 이어져

서울문화재단(김종휘 대표)은 지난 2일 최근 2019 예술지원공모 발표 일정 연기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이날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장의 어려움과 아픔 등을 헤아리지 못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업 종료일을 한 달간 연기하는 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

김 대표는 “전년도보다 정기공모지원사업 지원이 천 건 정도 증가했다. 준비한 심사절차나 행정방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7개 지원 사업 서류들을 각각 심사하지 않고 한꺼번에 처리하다보니 시간적으로 초과됐다”고 이번 사태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사업 발표를 앞두고 단행된 조직개편에 대해서 “신규 사업마다 해당 팀이 생기고 그때 예산이 처리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누락되는 부분이 생겨 이를 정돈하기 위한 인사 개편을 한 것”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달 20일 3월 말 발표 예정이던 7개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 중 5개 사업 발표를 4월로 연기했다. 이에 극장 대관 등 공연을 준비하던 단체들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 하게 되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소통 부족이 불러온 사태 책임질 것" 봉합 나섰지만…

앞서 SNS상에 김 대표와 임원, 직원들 간 재단 소통 부재 등 내홍을 짐작케하는 내부 폭로 까지 나오면서 서울문화재단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의 7년차 직원이라고 자신을 밝힌 인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통감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예술인들의 비판에) 변명의 소지가 없다”며 재단의 정책목표를 정하는데 재단 직원 및 임원들과도 단 한 번의 상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김 대표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자신의 자질 논란에 대해 “직원 중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해 우려했던 이들도 있었으나 충분히 듣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간부 및 직원 간 정보 전달 공유에서 발생된 문제도 있어 이 같은 문제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도 “김 대표가 임명된 후 추석 연휴 및 외부적으로 큰 행사 등을 치르며 직원 간담회가 진행될 겨를이 없었다”며 “SNS 논란이 일고 난 후 김 대표와 해당 불만을 제기했던 해당 직원 등이 배석한 가운데 지난 1일 본관에서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히는 등 내부 분위기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문화재단 김종휘 대표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공연예술계 관계자들.

“선정된 이들만을 위한 반쪽 대책” 비난도 

서울문화재단이 밝힌 후속 대책은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재단 측은 극장 대관 중단 등의 이유로 올해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단체에 대해 2020년 정기공모와는 별개로 사업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1대1 창구를 열어 발표 지연으로 피해를 본 단체에 대한 지원을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모두 공모에 선정된 단체에만 해당된다. 

ooo 서울문화재단 경영기획실장은 “보조금 사업의 기본 전체는 선정자”라며 “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지원 사업 발표가 늦어지며 발생한 부분이기 때문에 선정이 안 된 부분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공모에 선정되지 않은 단체들은 극장 대관이 미뤄지면서 패널티 등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을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대해 공연예술가들은 “창작자들은 삶을 걸고 올해 지원 사업을 따기 위해 노력한다”며 “사고를 쳐놓고 행정이 허락하는 선을 넘으면 모르쇠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모 선정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도 비난은 이어졌다. 

한 연출가는 "정기공모 사업에 선정이 될 지 안 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 현장은 애가 탄다. 선정 방식이나 서류심사 발표 과정 등에 대해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나 재단 측은 "선정된 단체와 1대1 인터뷰를 하기 전 3일~5일 전에야 서류심사발표가 이뤄진다"며 발표 날짜를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극장 대관을 신청했는데 여러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 대관을 신청하고 연장하는 경우 등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을 때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이에 대해 공연예술가들은 "천만 원에서 2천만 원의 돈이 달린 문제인데 지원금이 꼭 필요한 공연계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공연가는 메르스 사태 당시를 예로 들어 “어쩔 수 없이 공연이나 행사를 포기했을 경우 증빙이 가능하면 긴급 지원을 해준 경우도 있었다”며 재단의 탄력적 대처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의 공모지원 사업에 참여한 공연예술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현장 생태계 아는 소통 행정 수반돼야”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30여명의 공연예술인들은 “예산 지원이 절실한 예술 생태계를 모르기에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며 행정 방식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재단 측은 예술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라운드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4월 중 해당 분야의 담당직원 및 현장 관계자가 동석해 현장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주제별로 공론화해 재단에서 합리적으로 반영해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단체를 한 명의 담당자가 맡다보면 일의 과중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는 "재단 내 각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해나가야 할 때다. 예술 현장에 대한 지원 제도 개선 연구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윤곽이 나오면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후속 대책 지원 방식에 따른 재원 마련 등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올해 미뤄진 사업과 2020년 정기공모가 함께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기될 문제점 등 해결과제가 산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