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칼럼]서울문화재단과 대표는 예술생태계를 공부하라!
[남정숙 칼럼]서울문화재단과 대표는 예술생태계를 공부하라!
  • 남정숙 문화기획자/본지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19.04.0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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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숙 문화기획자/본지 편집기획위원

저는 30년 간 현직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입니다.

재단의 설립부터 다양한 재단 사업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많은 시간이 흘러서 구성원과 사업들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재단과 예술가들 간의 본질적 양태는 달라져서는 안 되겠기에, 엊그제 김종휘 대표님이 주최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를 보고 재단과 대표의 역할과 지원기준에 대해 몇마디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서울문화재단뿐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문예회관연합회, 콘텐츠진흥원 등 지원금 공모를 진행하는 모든 국가 기관 구성원들에게도 함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첫째, 이번 서울문화재단 지원금 공모발표 지연사태는 예술가들의 잘못이 아니라 재단의 일방적인 잘못이므로 잘못한 당사자가 사과하고 수습하고 재발방지책을 1차 제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왜 무책임하게 예술가들과 함께 수습하자고 합니까? 다음엔 반드시 수습방안을 갖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둘째, 지원금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예술 창작금'입니다. 지원금이라고하니 지원하는 사람과 기관이 갑처럼 군림하고 지원받는 예술가는 그들의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주눅이 듭니다. 용어를 바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셋째, 예술가들에게 왜 창작금을 주어야 할까요? 창작을 예술가군이 제일 잘하기 때문입니다. 창작은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요소이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수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존의 방어적 전술이 아닌 캄캄한 미래를 헤쳐 나갈 손전등과 같은 적극적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에서는 예술가들에게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약학. 공학. 로봇 등의 분야에도 지원금, 아니 창작금을 줍니다. 그중 문화예술분야가 그들이 받는 창작금에 비해 많을까요?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중에서도 체육. 관광. 영화 등 타 분야에 비해서 현저히 적습니다.

대표는 파이를 놓고 싸우게 하지 마시고 파이를 키워야 할 사람입니다. 이처럼 창작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창작'이 예술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에게 필요하니까 주는 겁니다. 왜 눈치보면서 받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넷째, 그러나 예산의 한정이 있기 때문에 우선 순수하게 창작예술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예술을 우선적으로 지급합니다. 순수예술은 상업적이지 않으므로 소위 상품성이 없어서 잘 안 팔립니다. 그러므로 '창작'이 필요한 국가에서 창작성을 유지 발전 시키고 기초예술로서 국민을 교육해야 하기 때문에 창작력과 창작물을 사는 것입니다. 꿀릴 것 없습니다. 상업예술은 상업을 목적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국가에서 책임질 필요가 없거나 적습니다.

그래서 순수예술은 국가와 필요한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예술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형태로 상업예술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면 됩니다. 물론 잘하시겠지만 서울문화재단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을 구분해서 각각 필요한 지원을 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다섯째, 국가에서 직접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재단 등 산하기관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며 특히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 예술가와 시민들의 창작을 독려하고 문화향유를 위해 협력하는 기관입니다. 그저 지원금을 나눠주고 뒤치닥거리 하는 행정 기관이 아니라 창작과 향유를 촉매하는 보다 적극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기관입니다. 일이 많으면 일을 줄이시고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하시라고 조언 드립니다.

여섯째, 예술 중 공연예술은 다수의 협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대표님은 창작금 발표 시기가 한달 늦었지만 절차는 문제 없었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 이분이 예술계 생태계를 모르시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달이면 다수의 협력체제가 무너지고도 남는 기간입니다. 좋은 배우를 잡을 수도 없고, 좋은 극장도, 좋은 조명팀도, 홍보도, 티켓판매도 예측하기 어려워져서 포기하게 되는 기간입니다. 창작은 제품이 아닙니다. 좋은 협력체제가 갖춰져야 좋은 창작물이 나옵니다. 이부분이 제일 잘못하신 것이며 예술가들에게 올해 농사는 망쳤습니다. 안이한 태도를 사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창작금이 한계가 있으시면 기업과 연계한 문화마케팅 사업 등 다수 창작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여러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이해하고 블랙리스트에서 드러난 지원시스템의 불합리함을 개선하는 분이었습니다.

창작금 180억원을 운영하시느라 어려움이 많으시겠지만 문화예술인들을 역지사지 이해하는 마음가짐과 창작자들을 독려하는 행정 서비스를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