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 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하며
  • 지경화 시인
  • 승인 2008.12.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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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면 ‘多事多難 했던 한 해’라는 표현들을 많이 쓴다지만
올해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개정국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서인지
‘오리무중(五里霧中)의 해’로 표현됨에 씁쓸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다.

어느 덧
한 해가 다 저물어 가고
이젠 열 두장의 달력에서 한 장만 덩그러니 내 책상 앞에서
시간의 벗이 되어주고 있다.

시끌벅적했던 올 한 해도 노을이 산등성이를 넘듯 나뭇가지 끝에 살포시 걸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새삼스럽게 돌아온 길에 대한 지나온 일들을 뒤돌아 보게
암시를 해 준다.

묵은 것 중에서 좋은 기억들만 추억의 바구니에 담고 싶다.
대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일랑 낙조(落照) 속에 태워버리고
새롭게 새 날은 설레임으로 늘 맞이하고 싶다.

연초에 거창하게 ‘올해는 이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지’,
‘내 앞에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첫 발걸음을 내 딛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새해를 맞이해야 된다니
“세월이 流水(유수)와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점에 서 있음에 아쉬움만 남는다.

올 한 해를 조용히 정리할 시간 앞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어디를 향해서 끊임없이 질주했는지,
나(我)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볼 일이다.

주위나 친구들에게서 들려온 지난 시간을 되새겨보는 것도
내일을 준비하는 이 시간에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을 중심으로 친구나 주위 사람들을 환한 낯으로 대할 수 있음은
내일을 위한 힘찬 에너지와 함께 발돋움이 될 것이다.

올해 일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마무리 짓자.
한 해의 일들을 마무리 지으며 다시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금 걸어가야 한다.
같은 길이더라도 새롭게 내 딛을 수 있는 힘을 북돋워 주었으면 하고
두 손에 살며시 힘을 주어 본다.

오늘, 내일이 지나고
또 다른 내일이 열리면 각자의 자리에서 종무식을 하면서
그야말로 한 해를, 한 장 남은 달력을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연말연시를 뜻깊게 보내고 새해에는 더울 환한 얼굴로 맞이해 보고 싶음은
우리들 누구나의 바램이고 소망일 것이다.

기축년(己丑年) 소띠의 새해에는 뜻하는 바 모두 이루어지고
가정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평온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첫 단추가 잘 꿰어져
날마다 발전만 하는 속에서 모든 이들의 안녕과 행복만이 펼쳐지는 속에서
항상 복 짓고 복 받는 한 해가 되기를 혼자만의 쉼터에서
작지만 소중한 마음 가득 담아서 빌어 본다.

아울러 더욱 아름다운 사랑과 관심으로 배려가 앞서는 꽃을 피워서
좋은 향기가 널리 퍼져 살아가는 내일이 순탄했으면 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글쓴이 지경화 시인
서울을 떠나 강원도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면 면온리에서 '빨간머리 앤'이라는 동화같은 펜션을 운영하며 사색과 글쓰기로 시간을 지내고 있다.